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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파워 : 새로운 권력의 탄생 - 초연결된 대중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제러미 하이먼즈.헨리 팀스 지음, 홍지수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전에는 권력을 명령과 같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무엇을 시켜서 내가 원하는 것을 하도록 만드는 힘을 권력이라고 생각했다. [뉴 파워 새로운 권력의 탄생]을 읽으며 내가 살아가는 시대의 ‘권력’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라는 아주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되었다. 우리 시대의 권력자-권력의 소유자들은 명령이나 지시를 하지 않는다. 피권력자들은 타의가 아니라 자의로 움직인다. 때문에 피권력자들은 또 다른 권력자가 된다. 그래서 저자들은 이 시대의 권력과 권력자들을 ‘새로운 권력 NEW POWER’라고 명명한 것일까?
이와 같은 권력의 생성과 구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은 무척 흥미롭다. 대부분의 사례를 미국에서 가져왔기 때문에 지엽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아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례들은 다채롭게 느껴진다. 일방적인 지시 혹은 선동으로 형성되고 움직이는 구 권력과 이전에 없던 형성 과정을 거쳐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새 권력, 이 두 가지 권력을 각각 쥐고 있는 여러 단체들이나 사회운동 등을 소개하는데 내가 처음 듣거나 생소한 단체의 사례도 있어, 중간중간 구글링을 겸하며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구간보다 몇 배는 더욱 집중하며 읽었던 부분이 전미총기협회NRA에 대해서 다룬 10장이었다. 이 책의 제 10장은 구 권력과 신 권력을 혼용하여 최고의 실적을 올리는 단체나 사례들을 소개하는 데 그 중 첫 번째 등장 사례가 전미총기협회였다. 소제목부터 충격적이다. ‘전미총기협회가 사사건건 이기는 이유’.
그동안 저 짧은 문장은 나에게 풀리지 않은 의문이었다. 미국에서 빈번하게 터지는 총기 사건들을 뉴스에서 볼 때마다 왜 저 나라에도 부모연합이 있고 무슨무슨 시민단체들이 그렇게 많을텐데 어떻게 아직도 총기규제를 못하는 것인가?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의문이 풀렸다. 총기 규제가 절대 선도 아니고 총기 자율이 절대 악도 아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안전한 환경에서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는 아주 순진하게도 ‘저런 보편적인 마음이 모이면 돈도 이길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순진하다 못해 아주 멍청했다. 전미총기협회가 사용하는 실탄은 돈이 전부가 아니다. 그들은 돈도 쏟아 붓지만 무엇보다도 문화를 이용한다.
NRA는 멀리 내다보고 활동한다. 풀뿌리 군중이 깊이 참여하도록 하고 협소한 정치적 목적을 초월해 선순환하는 보상 체계를 구축하는 데 매진한다. NRA를 면밀히 관찰해온 제니퍼 칼슨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총기 규제 진영은 정치운동이다. 그들은 총기 관련 정책을 바꾸는 데 힘쓴다. 그게 그들이 하는 일이다. 총기 소지 권리 진영은 문화를 바꾸고 있다. 그들은 산업계 내에서 활동하고 있고, 정치운동이기도 하다.
317쪽
정보가 폭발하고 사회적 연결망이 긴밀해져가는 시대에, 나는 나 자신을 비롯한 대중이 이 속에서 더욱 똑똑해지고 도덕적이고 지혜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권력 역시 평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 그러나.... 새로운 시대에 불고 있는 권력의 바람을 읽으며 나는 뭔가, 아득한 어떤 감정을 느꼈다. 이게 암담함인지 뭔지 잘 모르겠다. 저자들은 미래의 권력의 모습을 예측하며 덜 독점적이고 더 투명한 사회라고 예단하지만 나는 도리어 이 책을 읽으며 더 독점적이고 덜 투명하며 완전 경직된 사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아주 비관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다.
NRA는 멀리 내다보고 활동한다. 풀뿌리 군중이 깊이 참여하도록 하고 협소한 정치적 목적을 초월해 선순환하는 보상 체계를 구축하는 데 매진한다. NRA를 면밀히 관찰해온 제니퍼 칼슨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총기 규제 진영은 정치운동이다. 그들은 총기 관련 정책을 바꾸는 데 힘쓴다. 그게 그들이 하는 일이다. 총기 소지 권리 진영은 문화를 바꾸고 있다. 그들은 산업계 내에서 활동하고 있고, 정치운동이기도 하다. 3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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