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렉터의 노트 - 계기를 찾는 일곱 가지 습관
한은 지음 / 플로우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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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고업계에서 일하던 아는 분이 예전에 이런 말을 했다. 시인의 눈, 시인의 눈..... 나는 지금도 사실 저 시인의 눈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는 말로 설명을 못하겠다. 그런데 저 말을 들은 후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이게 아닐까 생각한다. 바다에 가서 파도와 함께, 파도 위를 움직이는 바다를 보고 산에 가서 바위와 함께 바위에 쌓아 둔 사람들의 바람을 보고 오는 것이 아닐까 하고.

 

 안목이 좋다거나 감각이 남다르다거나 하는 칭찬을 들으면 매우 기분이 좋다. 오늘 화장 좋다거나 목소리가 예쁘다거나 몸매가 부럽다는 등의 칭찬보다 한 백 배는 기분 좋은 것 같다. 왜 앞선 종류의 칭찬이 뒤에 열거한 종류보다 내 기분을 더 좋게 만드는지 곰곰이 따져본다. 왜? 뒤에 열거한 종류는 내가 노력하면 어지간히 결과가 나오는데 앞에 열거한 것은 내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 것이라서 그런가보다. 감각, 비슷한 말로 발상이라고 하면 적합할까? 그것은 마음만 갖고서 혹은 시간만 들인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

 

 그래서 나는 남다른 눈, 남다른 감각, 남다른 발상 구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좋고 부럽다. 시기가 나고 질투가 나는 것은 나도 할 수 있는데 저 사람이 먼저 했을 때나 할 수 있는 것이고, 어차피 나는 못하는 영역이구나, 싶은 일에는 시기질투 따위가 끼어들지도 못한다. 그래서 마냥 좋고 부럽다. 아마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완전한 부러움 속에서 행복했던 것 같다.

 

 책의 맨 뒤까지 읽고 나서 보니 저자는 딸을 키우고 있었다. 어린아이가 아니라, 이제 인생의 어떤 부분을 경영해가는 기로에 선 나이의. 그런 딸에게 저자는 인생을 만들어가는 일을 글을 쓰는 일로 비유했다. 그 글이 나는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서 그 글을 적어 주변에 아는 사람들과도 공유했다. 감각이나 발상만 좋은 디렉터라면 나의 감상은 ‘눈이 좋아서 부럽다’에서 그쳤을 텐데 그 발상에 깔려 있는 정신이나 의식 세계의 결이 따듯하고 다부져서 ‘되게 멋지다!’까지 이르렀다.

 

 [디렉터의 노트]는 내용은 짧지만 긴 여운과 다채로운 감흥을 남기는 책이다. 예전에 줌파 라히리의 [이 한 권의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를 읽고 났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같은 버스를 보더라도 내가 3차원을 사는 동안 저자는 4차원을 살고 있겠구나 싶은 생각.
 새로운 발상의 ‘계기’를 찾는다면, 무슨 직종에 있든 어떤 배경을 가졌든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내 심장, 딸에게»

처음 쓴 원고를 초고라고 해.

아직 다듬지 않은 원고를 가리키지.

처음부터 잘 쓴 글은 없단다.
다시 고치고 다시 쓰다보면 글이 완성되는 거란다.

일상은 인생의 초고와 같다.
매일 다듬고 다듬어서 더 나은 인생을 만드는 거야.
 -277쪽

«내 심장, 딸에게»

처음 쓴 원고를 초고라고 해.

아직 다듬지 않은 원고를 가리키지.

처음부터 잘 쓴 글은 없단다.
다시 고치고 다시 쓰다보면 글이 완성되는 거란다.

일상은 인생의 초고와 같다.
매일 다듬고 다듬어서 더 나은 인생을 만드는 거야.
-2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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