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지능 - 착각과 오해, 자기기만 뒤에 숨어 있는 비밀
브라이언 박서 와클러 지음, 최호영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지각지능 일명 PI.
아, 이젠 이런 초감각, 초인지의 시대로 접어드는 것인가?


정초부터 이렇게 나로 하여금 완전히 집중해서 읽게 만드는 책을 만나서 행복하다. 이 책, 정말 정말 재미있다. [지각지능].

 

이 책의 저자 브라이어 박서 와클러 박사는 안과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라고 한다. 인체의 눈과 눈으로 수용되는 감각에 대하여, 현재 의학의 기준으로 득도했다고 말해도 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 그가 이 책에서 접근한 것은 인체의 눈을 뛰어넘어 ‘마음의 눈’의 영역이다.

 

 어릴 적, 내 초등학교의 기억은 살구나무의 냄새다. 급식소를 나와서 하나씩 따먹었던 살구, 어느 계절에는 그 아래 잔디밭에 누워 오분 정도 졸기도 했고, 어느 날은 살구나무의 잎사귀가 떨어지는 것을 보며 바람을 맞기도 했다. 그래서 나에게 그 학교는 마치 과수원 같은 분위기로 기억된다. 똑같은 초등학교를 다닌 내 동생에게 초등학교의 기억은 모래 냄새라고 한다. 친구들과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내내 모래밭에서 뒤집고, 놀고, 뛰고, 구르는 동안 후각 깊숙이 새겨진 모래 냄새의 추억은 동생이 다 자란 성인이 되었을 때, 비슷한 흙 냄새를 맡을 때면 뇌근육 저 바닥 어디선가 향긋하게 피어올라 초등학교 시절을 연상하게 만든다고 한다. 그래서 동생에게 그 학교는 씨름판 같은 놀이터라고 기억된다.

 

 기억은 왜곡된다.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있었더라도 각자의 기분과 경험에 따라 그날의 기억은 다르게 저장된다. 뇌의 신비랄지, 맹점이랄지..... 


 저자는 무엇이 뇌로 하여금 저렇게 다른 기억으로 저장하게 만드는지를 추적했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착각과 오해. 이것을 왜곡하는 힘으로만 놔두면 사람은 평생 혼돈과 불통의 속에서 고립된 채로 무력하게 살 수도 있지만, 이 힘을 현상과 그 이면의 배경까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힘으로 작용시키면 내 몸에서 나 모르게 자란 질병이라고 할지라도 내가 조종할 수 있는 인생을 살 수도 있다, (조종까지는 못하더라도 적어고 그 질병의 포로가 되지는 않는 삶 말이다.)

 

 책의 저자가 안과의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이 책은 ‘뇌’와 ‘사람’ 각각의 작용과 그 관계에 대하여 깊숙이 추적하며 기술한다. 책 후반에는 독자 스스로 자신의 PI 지수를 알아볼 수 있도록 테스트 문제까지 실어 놨다. 해보니 적어도 나는 이교에 빠지거나, 충동적으로 온라인이나 홈쇼핑 물건을 사는 사람은 아닌 걸로 확인이 되었다. 정말 흥미로운 부분은 이 테스트를 거친 후에 나에게 연이어 일어난 생각들이다. 20개의 문제 정도로 도출된 숫자 따위에 일말의 안도감이 드는 것을 보니, 저 시험 결과는 그저 숫자일 뿐이고 나의 지각지능은 그리 높지 않은 걸로 결론이 나는 듯하다. 안도감 그리고 이어지는 의문, 결론은 머쓱함 ^^;;;.

 

너무너무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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