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축사회 - 성장 신화를 버려야 미래가 보인다
홍성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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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굉장히 새로운 개념의 책이었다. 


 수축사회. 


 나에게 이 단어가 이토록 낯설고 이상하게 들린다는 사실이 묘했다. 확실히, 그간 팽창과 확장에 익숙해져왔던 것이다. 세계화, 국제화라는 개념이 내가 자라온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지배하면서 나의 세계 그러니까 내가 인식하고 실제로 물리적, 정서적인 지각 속에서 누리는 공간은 계속 확장과 팽창을 거듭하기만 했다. 이 세계가 한번도 축소되거나 수축되었던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제목인 수축사회라는 단어를 읽는 순간 어떤 두려움을 느꼈다.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이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라는 예감은 기대와 희망과는 거리가 멀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저자(홍성국)는 그간 그가 관찰하고 분석해온 한국과 세계의 상황에 대해 냉철하고 냉정하고 분명하게 진단한다.


어째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이 그간의 호황을 누리며 거듭되는 발전과 풍요 속에 살아올 수 있었는지부터 설명을 시작한 저자는 그러나 이제 그런 팽창과 확장, 고성장의 시절의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호되게 펜을 휘두른다. 왜 팽창사회가 멀어져 간 것을 서둘러 직시하고 수축사회가 가져올 충격과 긴 고난에 대비해야 하는지, 이 책은 세계의 여러 경제, 정치적, 사회적 현안을 잘 엮어 설명한다. 특히 미국과 중국을 두 축으로 지구촌이 어떤 변화를 겪게 될 것인가에 대해 저자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누구의 편도 아니고, 오직 한국의 살길을 도모하는 입장으로) 설명을 이어간다. 인도에 대한 진단이나 미국이 근현대사에서 걸어온 궤적 그리고 지금 미국의 정책 등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저자는 냉혹하리만치 비판적인 관점으로 설명하는데 그 부분이 이 책을 읽어봐야 하는 이유가 된다. 팽창사회가 준 낭만과 풍요를 이미 고릿짝 취급하는 저자는, 이 시기에 우리가 냉정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수축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대비를 해놓지 않으면 고통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냉엄하게 이야기한다.

 

 너무 비판적이고 혹독하고 비관적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차근차근 읽어가다 보면 저자의 서릿발 선 분석에 납득하게 된다. 이미 매우 많은 서적과 저명한 석학들이 인간의 무한한 이기심과 합리화는 결국 인간을 공멸로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이 더욱 재미있는 이유는 저자가 수축사회를 타개할 해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수축사회의 해법으로 ‘이타주의와 도덕혁명’을 제시한다. 뜻밖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사람의 정서와 습성이 오늘날의 세상을 만든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한다면 저 해법보다 적합한 해법이 또 어디 있겠는가? 저자는 정치와 경제는 물론 사회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의 의식과 개념 자체에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고 진단하며 한반도의 통일도 새로운 기회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결코 짧지 않은, 긴 시간에 걸친 전투라는 사실도 간과하지 않고.)

 

 2019년 1월에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속한 나라와 세계를 다시 생각할 수 있어서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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