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마음을 살린다 - 도시생활자가 일상에 자연을 담아야 하는 과학적 이유
플로렌스 윌리엄스 지음, 문희경 옮김, 신원섭 감수 / 더퀘스트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사람을 치유하는 자연의 위력에 대한 책이다.

숲이나 바다, 강가 등 자연의 품에 안겼을 때 사람은 쉼을 얻고 몸과 마음이 모두 치유를 받는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도시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이 주말 농장이나 귀농에 눈을 돌리는 변화는 비단 한국만의 것이 아니다. 그간은 사람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몸과 마음에 든 병을 낫게 하는 자연의 치유력에 대한 여러 연구나 과학적인 검증들을 뉴스나 방송 프로그램 등으로 접했다. 환경 전문 저널리스트인 플로렌스 윌리엄스는 이 자연의 치유력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섰다. 과학 논문이나 연구, 학술지 등을 인용하여 그래프나 수치로 확인하는 대신 직접 전 세계 자연 연구가(혹은 연구지 및 관련 장소)를 만나고 지구촌 각지의 자연 속에 파고들어 직접 체험해 보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러한 체험의 기록들을 책으로 펴냈다.

 

 유럽과 미국 뿐 아니라 일본과 한국, 싱가포르 등 8개국의 자연을 직접 누빈 그가 쓰는 체험기는 흥미롭다. 그의 말대로 ‘영적인 것이나 인간관계나 정서적인 뭔가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복잡해서 막대그래프에는 나타나지 않는다(본문 289쪽).’. 그래서 사람이 자연의 품에서 얻는 온갖 것들은 그렇게 쉽고 간단하게 숫자나 도식으로 환산되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사람은 자연의 힘을 가볍게 여기고 자연이 품은 치유력을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기 쉽다. 

 

 


 자신의 체험기로 자연의 치유력을 증명하는 이런 책을 낸 저자의 시도는 그래서 대단히 의미 있다. 저자가 몸으로 겪은, 자연이 주는 치유하는 힘과 그에 기대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 그리고 각국에서 자연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 거대도시의 시대에 어떤 가치를 갖는지에 대한 저자의 의견들이 이 한 권에 오롯이 담겨 있다. 이 책은 그 자체로 회색도시를 살아가고 있는 창백한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을 읽어 봐야할 내용이다. 도시는 날이 갈수록 ‘모든 사람을 그야말로 돌아버리게 하지 않으면서 좁은 공간에 더 많은 사람을 집어넣을 방법을 모색(본문 355쪽)’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고 ‘인간의 뇌는 사회적, 정서적 스트레스에 민감하고 늘 그래왔다(본문 73쪽)’. 시스템이 제공하는 편의를 누리기 위하여 혹은 어쩔 수 없이 먹고 살기 위하여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기에 이제 사람이 사회적, 정서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 주목할 것은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이 아니다. 스트레스에 대처하고 이를 회복하는 능력이다.

 

 나는 그동안 배운 것을 종합해서 한 가지 지극히 단순한 원칙에 도달했다.
밖에 자주 나가고 가끔은 야생의 자연으로 나가라.
친구와 함께여도 좋고 혼자여도 좋다. 호흡하라.
 비틀리에 따르면 우리가 희망을 품어도 될 이유가 있다.
세계의 여러 도시들은 다채로운 자연의 요소를 일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뉴욕의 하이라인공원(20년간 방치된 철로를 도시공원으로 탈바꿈시킨 도시재생 성공 사례 – 옮긴이)부터
한국의 청계천 복원 사업까지 엄청난 효과를 보고 있다.
373쪽 

 

 우리는 자연을 좀더 기대고 믿어야 한다. 그리고 자연이 우리를 치유해주듯 우리도 자연을 치유하는 데에 좀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삭막한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점심 시간에 나무 그늘 아래를 잠시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여유를 얻는다. 장성 치유의 숲에서 근무하는 박현수 치유지도사의 말(한국은 절정의 스트레스에 진입한 것 같다)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의 스트레스 지수는 위험할 정도로 높다는 걸 체감한다. 일터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우리는 피로와 분노와 절망과 무기력에 시달린다. 저자가 한국의 장성에서 겪은 삼림욕의 경험담은 그래서 다른 어떤 챕터보다 더 관심있게 다가왔다. 올해 안으로 나도 꼭 한번 장성을 가봐야겠다는 계획을 세울 정도로. 체험하고 취재한 모든 것을 다 좋다, 좋다 이렇게만 남발하지 않고, 좋은 건 좋지만 의아한 것은 의아하고, 이건 좀 아니다 싶은 부분까지 아주 진솔하게 담아낸 경험기라 더 재미있고 믿음이 간다. 


 
 자연이 사람에게 선사하는 것에 대하여, 우리 가족이 혹은 나 혼자서 자연의 품으로 찾아갔을 때 내가 받을 선물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아니면 자연으로의 여행 계획을 세워놓고 이 책을 읽은 뒤에 가도 좋겠다. 자연으로 찾아가는 이유와 목적이 보다 분명해지고, 그만큼 자연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보다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

여담이지만, 저자가 한국의 여성우선주차장에 대해 써 놓은 내용에 배꼽을 잡고 웃었다. 아, 진짜 거침없는 양반일세. 이런 내용을, 전혀 상관없는 주제의 책에서 이렇게 적나라하게 읽게 되다니. 그래서 이 책이 더 좋았다. 예의상으로라도 혹은 체면치레 같은 것 없이 저자가 체험하고 보고 듣고 느낀 것 그대로 실어서.

 

“ 한국에서 분홍색이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지만 최근에 서울시에서 1억 달러를 투입해서 여성우선주차장에 분홍색 페인트칠을 한 사업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여성을 위한 정책이라고는 하지만 여성은 운전실력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담겨 있어서 결국 많은 사람에게 기쁨을 주기는커녕 모욕감만 안겨줬다. ”
109쪽

나는 그동안 배운 것을 종합해서 한 가지 지극히 단순한 원칙에 도달했다.
밖에 자주 나가고 가끔은 야생의 자연으로 나가라.
친구와 함께여도 좋고 혼자여도 좋다. 호흡하라.

37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