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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들이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받을 때 우주정거장에서 가장 많이 읽은 대화책
더글러스 스톤 외 지음, 김영신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부터 너무 웃기다.
우주인들이 읽는 책이라니. 그것도 인간관계로 스트레스 받을 때 찾는 책이라니. 지구인인 나에게는 마치 ‘요즘 금성에서 가장 핫한 건데 몰랐어요?’ 라는 식으로 읽힌다. 마치 은하계 잇템을 손에 넣은 것 마냥, 어디 SNS에라도 자랑하고 싶은 이 책의 제목은 [우주인들이 인간관계로 스트레스 받을 때 우주정거장에서 가장 많이 읽은 대화책]이다. 뭐 저자들피셜이니 믿을 사람만 믿고 말 사람은 말기를.
책 12쪽에 실린 ‘추천의 말’은 이 책의 태생을 밝히고 있다. ‘하버드협상프로젝트’라는 하버드식대화법이 이 책의 모태다. 협상이나 전략과 같은, 어떤 공격적인 뉘앙스를 내포한 그 이전의 대화 기술과는 달리 하버드식대화법은 너도 원하고 나도 원하는 걸 같이 이루자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프롤로그에는 이 책 전반에서 설명하고 있는 대화의 포인트를 한 마디로 짚어주고 본문을 시작한다. 바로 ‘대화는 전달이 아니라 이해다(본문24쪽)’라고.
그렇다. 대화는 나의 입장과 감정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일방의 방식이 아니다. 대화는 서로 주고 받는 것이고 이 주고 받는 과정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대화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꿈은 버려야 한다. 이 책도 그 부분은 아주 분명히 하고 있다. 대화를 통하여 해결 방안을 찾는 걸 포기해야 할 때도 있고, 굳이 대화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대화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캬, 그래야 할 경우를 명확히 기술하고 그 사례까지 알려주는 이 책은 정말 똑똑하다. 괜히 책의 도입에서 하버드를 걸고 들어간 게 아니다.
이 책은 그 다루고 있는 주제와 내용이 스마트할뿐더러 독자에게 아주아주 유용하고 심지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매우 쉽게 습득할 수 있다. 정말 잘 만든 책이고 좋은 내용이다, 누구에게 추천해도 괜찮을 책이라고 느낀 부분은 목차다. 목차만 읽어도 평소 대화와 대화의 기술에 대해서 내가 가지고 있었던 오해나 잘못된 기술을 바로 잡을 수 있다. 재미는 덤이다.
본문으로 들어가면 특히 소제목들을 주목해야 한다. 글의 본문에서 소제목만 읽으며 내용을 따라가도 저자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금방 파악이 된다. 중간중간 파란색 글씨로 그간 저자들이 연구한 혹은 접한 사례들을 아주 다양하게 그리고 많이 실었는데 그 역시도 나의 대화 습관을 돌이켜보고 고치는 데에 적잖은 도움을 준다.
저자들은 대화의 기술을 단순히 그들의 연구 분야로만 다루고 있지 않다. 그들이 대화의 기술을 상담을 해줄 때나 강연을 할 때만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저자들은 독자에게도 그들이 습득한 대화의 기술을 쓴다. 독자가 정말 원하는 내용들을 눈에 잘 보이게 쏙쏙 전달하고, 나아가 독자가 의문을 가질 내용들은 따로 모아서 책의 가장 마지막 챕터에 열거하여 실었다. 상대방이 또라이라거나, 내 아랫 사람이라거나, 내가 요청해야 할 때 등 살아가면서 인생에 한 번 정도는 꼭 겪어야 할 어려운 대화의 순간들을 잘 포착하고 그것들에 대하여 성심껏 답변까지 제시한 저자들에게 고마운 마음까지 든다.
꼭 지구인이 아니더라도, 언어를 사용하는 우주의 모든 인간들에게 대화는 똑같이 어려운 것이다. 미국인에게도 어렵고 한국인에게도 어렵고 우주인에게도 어려운 대화. 대화는 이성이 아니라 감정까지도 인정하면서 배려하고 현명한 어휘가 필요하며 때로는 타이밍 선정에도 고심해야 한다는 것을, 아주 고도의 기술임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절감했다. 하지만 어렵지 않게 그 대화의 기술을 잘 전달해주는 이런 책들이 있어서 대포자는 되지 않을 것 같아 다행이야.
그때는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 당신이 어떤 것에 대해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말하라. 그런데 제대로 말하라. 제대로 말하기 위해서는 즉흥적으로 해선 안 된다. 미리 계획을 세워서 말해야 한다. 중요한 문제를 의논하고 싶으니 10분이 필요하다든지 1시간이 필요하다든지 원하는 시간을 명시적으로 밝혀야 한다. 중요한 대화를 30초만에 할 수는 없으며 진정한 대화를 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기습적인 대화’식의 대화밖에 할 수 없다면 아예 말을 꺼내지 않느니만 못하다. 2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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