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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의 발견 - 이근철의 고품격 컬처 수다
이근철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9월
평점 :
MBC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워낙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라, 채널을 돌리다 이 프로그램의 재방송이라도 보게 되면 바로 리모컨을 내려놓고 방송에 빠져들곤 한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온 아재 3인방의 한국체험기를 방영 중인데 생소한 한국문화에 온몸을 맡기기를 마다않는 이 아저씨들의 마인드가 매우 인상적이다. 로버트였나? 확실하진 않지만, 이런 인터뷰를 했더랬다. 한국에 와서 미국인이 되고 싶지 않다는, 한국에 왔으면 한국문화를 배우고 가고 싶다고. 그런 그들은 아침식사조차 미국식으로 먹고 싶지 않다며 한국의 로컬 푸드를 찾아 거리를 누빈다. 호텔 직원이 자주 간다는 근처 식당을 소개 받은 그들은 말도 통하지 않는 식당 아주머니에게 현지 음식을 주문하곤 그 음식이 나오자 맛있다는 감탄을 연발하며 남김없이 먹어 치운다. 여기서 정말 재미있는 게, 바로 그 전날 김치박물관에서 김치를 담그고 왔던 그들이 그 배운 풍월을 그대로 살려 오이소박이니 파김치를 음미하며 김치 양념이 어떻고 저떻고 하는 장면이다. 김치가 생소한 외국인들이 한국식 밥상에 오르는 다양한 김치를 단번에 즐기기는 쉽지 않다. 그 쉽지 않은 걸 당연한 듯 씹고 맛보고 즐기는 미국 아재 3인방을 보며 여행도 문화도 배운 만큼 만끽하게 된다는 걸 새삼 느꼈다.
김치박물관에서의 경험은 미국 아재들이 한국식 밥상을 보다 풍부하고 거침없이 느끼게 하는, 한국 식문화의 저 밑바닥까지 단번에 가 닿을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치트키가 아니었을까.
이근철 선생이 쓴 [교양의 발견]은 타국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에게 저런 김치박물관 같은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싶다.
고품격 컬처 수다라는 말이 정확하게 어울리는 이 책은 19개 나라의 문화를 보다 쉽게, 보다 깊게 이해하고 맛보고 즐기고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치트키의 역할을 한다. 한 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도전이 수반된다. 하지만 여행 한 번 가자고 백과사전 펴놓고 공부하는 건 어딘가 좀 미련한 일이다. 때문에 여행서적이나 각종 문화, 역사 서적들은 가볍게 여행을 다녀오는 김에 그 나라를 좀더 이해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여러 가이드를 제공한다. [교양의 발견]은 그 가이드에 스토리텔링을 더했다. 이렇게 스토리를 더한 각 나라의 문화이야기는 독자에게는 문자 그대로 ‘교양’이 된다.
나는 교양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무슨 허풍이나 있는 척으로서의 교양이 아니라, 지식으로서의 교양이라는 안경은 내가 더 높고 넓고 깊게 볼 수 있는 힘을 주기 때문이다.
김치 하나만 제대로 배워도 한국식 밥상을 대하는 여행자의 태도가 달라진다. 거꾸로 나 역시, 타국의 가장 기본적인 음식 하나만 제대로 이해하고 그 나라의 식탁을 접한다면, 그 식탁의 요모조모가 나에게 다가오는 의미나 맛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까.
[교양의 발견]은 읽는 보람과 재미가 함께 있는 책이다. 교양 교과서라고 부를 만한 알찬 내용도 좋고 영어 문장이나 키포인트 기재 등 깨알 같은 팁들이 곳곳에 있어 한 장, 한 장 읽는 게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