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둘째 별글아이 그림책 4
서숙원 지음, 김민지 그림 / 별글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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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맏이다.
맏이로 사는 건 참 피곤한 일이다. ‘너가 누나니까 참아. 한 살이라도 네가 더 어른이니 네가 잘 돌봐줘라. 맏이가 잘 해야 동생들이 다 보고 배우는 거야. 원래 동생이 잘못하면 큰 놈이 다 혼나는 거다.’ 등등등등.... 왜 내가 가장 먼저 태어난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책임과 부담을 다 감당해야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살면서 진짜 억울한 일도 많았고 정말 속 터지는 일도 많았다. 그래서 동생을 미워한 적도 있다.

 

그러나 둘째는 둘째대로 얼마나 힘이 드는 인생을 살아왔는지. 그걸 알게 된 건 성인이 된 이후다. 나는 내 동생이 나 때문에 그렇게 많이 스트레스를 받았을 줄 몰랐다. 뭐든지 내가 쓰던 걸 물려 받고, 학교를 가면 자기 이름이 아닌 누구누구 동생으로 불리고, 친척들을 만나면 항상 나보다 아래로 나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면서 오만 설움을 다 당했다는 것이다.


속내를 들어보니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내가 이걸 조금만 더 일찍 알고 동생의 속사정까지 헤아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서숙원 작가가 글을 쓰고 김민지 작가가 그림을 그려 탄생한 [내 이름은 둘째]는 나중에 내 아이 중 맏이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이다. 아, 그 전에 먼저 남편하고 같이 보고 싶은 책이다. (슬하에 자녀를 하나를 둘지 둘을 둘지, 어쩌면 결혼이라는 걸 아예 안 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의 모든 둘째의 심정을 이렇게 낱낱이 해부해서 담아낸 책이 또 있을까 싶다. 맏이로 사는 것도 참 피곤하고 막내로 사는 것도 참 힘이 들지만, 이 책에 담긴 둘째의 심정만 하랴. 맏이에게 치이고 아랫놈에게 치이는 둘째의 신세. 그래서 둘째들이 독립적이고 때로는 전투적이며 적극적이고 호기로운, 그러면서도 눈치도 빠르고 속이 깊은 타입이 많은건가? 내 주변에 삼남매 (혹은 삼형제나 세 자매) 중 둘째들이 유난히 저런 성격들이 많다.

 

내 이름은 첫째, 내 이름은 막내. 기왕이면 이렇게 시리즈로 나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 나란히 조르륵 진열해놓고 둘째는 첫째의 사정을, 첫째는 막내의 사정을 이렇게 책으로 읽어본다면 굳이 부모님의 중재가 없이도 형제들이 서로의 사정을 좀더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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