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내가 싫었던 날은 없다 - 무너진 자존감을 일으켜줄 글배우의 마음 수업
글배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9월
평점 :
일시품절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나는 그렇다. 지금 당장 힘들어서 곧 고꾸라질 것처럼 지쳤는데, ‘괜찮아, 다 잘 될거야.’라는 위로를 들으면 힘이 나기는커녕 짜증이 난다. 내가 괜찮지 않는데 뭐가 괜찮아? 안 괜찮고요, 다 싫고 진절머리나고 피곤해. 이런 마음에 더러 위로가 되는 것은 같이 욕해주는 말이다. ‘그래, 말이야! 이 더러운 세상! 추접스럽다, 야.’라며 같이 씹고 물고 뜯어주는 말이 차라리 낫다. 어디까지나 나의 경우에 그렇다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눈 앞에 닥친 산이 지나가면 나는 더 발전하고 나아지고 성숙해지고 더 잘될 거라는 그런 투의 서적들을 싫어한다. 읽다보면 괜히 심통만 더 난다. 그만큼 안 힘들어봤으니까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거 아닌가 싶고.

 

 이렇게 청개구리 같은 독자의 마음도 슬며시 누그러뜨리는 책이 있다. 분명 위로하고 격려하는 책인 건 맞는데 다른 책들과는 좀 다르다. ‘내가 너무 싫어!’라고 자괴감에 빠져있는 날에 ‘아니야, 너는 소중해요~’가 아니라, ‘그래, 그런 날도 있어. 싫으면 싫어야지.’라고 여유 있게 받아쳐 주는 상대를 만난 기분이다.


 필명 ‘글배우’는 어디서 따서 지은 걸까? 무슨 뜻일까? 그가 운영하는 고민상담소는 벌써 수백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이 책을 읽어보면 왜 사람들이 그가 앉은 책상 앞으로 다가가 앉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적당히 어르고 달래거나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좋은 말로 퉁쳐주지 않는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잘못 생각했구나라고 알려주고, 내가 위로 받아야 할 부분에서는 제대로 위로해주는 저자의 내공은 참 친절하고 유연하다.

 

 
배려한 사람은 억울해지고
배려받은 사람은 받은 적이 없다고 합니다.

진정한 배려란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지금 어때?
무엇이 필요해?
내가 어떻게 하면 너한테 도움이 될까?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내가 지속할 수 있고
내가 희생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83쪽

 

 

기대란 정확히 그 사람이 나에게 무언가를
해줄 거라는 생각입니다.

작은 것이든 무엇이든
내가 바라는 것을 해줄 거라는 생각,
그 생각을 내려놓아야지
관계를 지속할 수 있습니다.
102쪽

 

 

 이 책은 시처럼 넉넉한 여백을 넣어 지었다. 그래서 활자를 읽는 것 같지 않다. 실제로 저자를 앞에 두고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다. 저자는 말이 많지 않다. 말은 독자가 더 많이 한다. 하지만 저자는 생각을 정리할 시간, 감정을 다스릴 시간을 충분히 주며 그의 말을 차분하게 잇는다. 이 책은 그래서 조용히 시간을 들여 읽어야 한다. 시끄러운 거리나 사람들이 오고가는 공간이 아니라 내 감정과 생각을 스스로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오직 나 자신에게만 농밀하게 집중된 장소에서.

 책 제목처럼 정말 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어른스러운 대화상대가 필요할 때 다시 읽고싶어질 책이다.

기대란 정확히 그 사람이 나에게 무언가를
해줄 거라는 생각입니다.

작은 것이든 무엇이든
내가 바라는 것을 해줄 거라는 생각,
그 생각을 내려놓아야지
관계를 지속할 수 있습니다.
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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