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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톨로지 (스페셜 에디션, 양장) - 창조는 편집이다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8월
평점 :
4차 산업혁명을 나라는 개인의 차원으로 해석한, 스마트한 책이라고 이야기하면 맞겠다. 김정운 박사(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가 2014년에 출간한 [에디톨로지]의 개정판을 읽으면서 나는 이 책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 특히 창조적인 사고나 활동에 삶의 추를 두고 살아가는 개인에게 얼마나 대단한 영감을 주는지를 느꼈다. 우리 시대에 혁명이니, 창조니 이런 것들은 더 이상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행위가 아니다. 이건 어쩌면 레고다. 색과 형태가 다른 수많은 조각들을 내 마음대로 편집하여 남과 다른, 이전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게 우리 시대의 창조 행위다.
제목이 다소 생소한데 ‘에디톨로지 editology’는 편집edit과 학문ology를 붙여 만든 합성어다. 지식 편집이라고 하면 될까? 오프라인 속에 온라인이 귀속되어 있던 시대가 뒤집어져 온라인 네트워크가 오프라인을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라인 네트워크 속에 있는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는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있다. 이제는 정보를 엮어 무엇을 만들어 낼 것인가가 중요하다.
타고난 미술가라고 해도 좋고 문화심리학자라고 해도 좋을 저자는 그 전에는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등 심리학 서적을 몇 권 썼다. 이전의 책들에서도 한 개인의 심리에 깊이 파고들기보다는 문화적 차원에서 인간과 그 의식을 읽기 위한 시도를 했다.
그런데 이 책 [에디톨로지]에서는 그 시도가 보다 전방위적이고 역동적이다. 우리 시대에 적합한 창조의 개념을 규정하는 것으로 책을 시작한 저자는 언어, 영상, 방송, 음악, 미술, 전쟁, 공간, 의복, 상점 등등 20개가 넘는 분류에서의 문화 변화와 그 의미를 짚어낸다. 얼마나 재미있는지!! 그래놓고 제일 마지막에 가서는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의 허를 찌르듯 마음과 심리학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다 ‘책은 끝까지 읽는 것이 아니다’라며 책을 끝맺는다.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몰라 방심할 수 없고 그래서 다이나믹하고 끝까지 한 장도 놓치지 않고 재미있다. 심지어 에필로그까지 재미있다. (이 에필로그 때문에 저자의 전작들을 찾아 읽어볼 계획까지 세웠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아주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뭔가 새로운 것을 손에 쥐려면, 지금 쥐고 있는 것을 놓아야 한다.
지금 손에 있는 것을 꽉 쥔 채 새로운 것까지 손에 쥐려니 맘이 항상 그렇게 불안한 거다.
336쪽 에필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