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사유의 시선 - 우리가 꿈꾸는 시대를 위한 철학의 힘
최진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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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석 교수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은 2017년에 초판이 나온 후 올해 개정판이 출간된 책인데, 개정판과 초판의 서문이 모두 하나같이 좋다.
 책 뒷표지에 들어있는 말이기도 하지만, 개정판 서문 중에 ‘새롭고 위대한 것들은 다 시대의 병을 고치려고 덤빈 사람들의 손에서 나왔다. 이렇게 해서 세상은 진화한다. 이것은 또 나의 진화이기도 하다.’는 문장을 읽을 때부터 나는 이 책을 읽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나의 진화는 세상의 진화이며, 세상의 진화는 나의 진화. 떼려야 뗄 수 없는 시대와 개인의 관계는 이렇게 이 책에서 정의된다. 그리고 책의 맨 마지막 꼭지인 문답 부분에 이르러, 시대와 개인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생각의 우물로 나의 손길을 이끌고 이내 시원한 위로의 문장을 읽게 만들고야 만다.

 

 흔히 ‘철학’이라고 하면 그저 가만히 앉아 머리를 굴리는 일이라고 인식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다. 어디 책상머리에라도 앉아 나는 누구이고 세계는 무엇인가에 대해 공자왈 맹자왈 하는 것을 철학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최진석 교수는 [탁월한 사유의 시선]의 첫 고개부터 그러한 잘못된 인식을 부수며 지나간다. 철학은 글자로 혹은 생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철학은 현실이 낳는 것이기에 그러므로 현실을 떠나서는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 철학으로 분류되는 이론과 사상에 대한 지식이 있는 것과 진실로 철학을 공부하고 철학을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저자가 그의 잘 벼린 사유를 검처럼 휘둘러 독자의 생각을 찌르고 완전히 베어버리는 것도 이 부분이다. 다른 이가 만들어 놓은 사유의 탑에 올라 이 탑을 정복했으니 이제 나의 것이라 하지 말고 그 탑을 오른 후에 다시 내려와 나만의 사유의 탑을 지으라는 저자의 외침은 아주 통렬하고 엄정하다. 더 이상 배우기만 하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라. 현실을 살고 있는 주체로서, 현실 속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그 문제에 대한 끝없는 성찰을 하지 않는다면 나만의 사유의 탑은 단 한 층도 쌓을 수 없다. 그러나 사실 현실 속 우리들은 생각하기를 귀찮아하고 때로 깊은 성찰의 가치를 비현실적이니 따분하니 하는 말들로 폄훼하지 않는가? 나를 돌아보니 그렇다는 뜻이다. 


 다만 책 전반을 읽고 나서도 의문이 가시지 않는 점은 어떻게 생각해야 사유의 탑을 쌓을 만한 생각이 되냐는 부분이다. ‘철학’에 대한 새로운 관념 그리고 개인이 철학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너무나 설득력 있게 진행되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에 대한 부분은 다소 약하다. 기존의 가치관을 죽여야 새로운 통찰이 생긴다거나 하는 내용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부분적으로 제시하긴 하지만 그것이 선연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밥을 차리지만 말고 아예 떠 먹여 달라는 독자인 것인가, 나는.

 

  건명원에서 한 5회의 강의를 책으로 엮은 이 책은 부정(버리다), 선도(이끌다), 독립(홀로 서다), 진인(참된 나를 찾다) 그리고 문답의 다섯 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버리고 이끌고 홀로 서서 결국 참된 나를 깨닫도록 인도하는 네 개의 강의 꼭지가 모두 좋지만 다섯 번째 꼭지인 문답이 제일 재미있었다. 제일 짧아서 그런가. 일단 질문들 자체가 정말 명민하고 특별했다. 철학자도 종교가 있는지, 참된 진리는 무엇인지, 한국에서 독립된 주체라는 것이 정말 가능한지 등등 질문이 좋으니 답변도 좋다. 현문현답. 어디서도 쉽게 던질 수 없는 저런 질문에 대한 현명한 답변은 꼭 이 책을 읽고 확인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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