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고백 김동식 소설집 4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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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작가에 대한 소식을 처음 접한 것은 기사였다.

김 작가의 인터뷰를 읽으며 느낀 신선함, 궁금함은 결국 이 작가의 책을 구입하게 만들었다.

 

이미 여러 권의 작품을 출간한 터라 어떤 단편을 골라 읽을까 고민하다 순전히 저 '양심'이라는 단어 때문에 이 책이 끌렸다.

양심에 커튼을 치는 중인지, 아니면 걷는 중인지 모를 표지는 기이했다. 아, 두 마음이 있어서 한 쪽은 계속 치고 한 쪽은 계속 걷는 중인가?


이 작가의 다른 작품집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단 한 권만 읽어보고 뭐라고 평하긴 어렵지만, 이제 내 머릿속에서 김동식을 떠올릴 때면 '기괴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라고 연상될 것이다.

책 뒷면에는 기이하다는 표현을 썼지만 참으로 이상하고 괴이한 이야기라고 해야 더 적합하겠다. 기이하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못하는 끔찍한 이미지가 단편집 곳곳에 들어있다.

 

이야기는 끔찍할수록 재미가 있다. 끔찍함이 높을 수록 더 인상적이고 기괴할수록 더 흥미롭다.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고 흥미로웠던 작품, 그러니까 책을 덮고도 그 기괴함이 내내 경추 언저리에 달려있는 듯 느껴지는 이야기는 세 편이었다.

 

 - 카운트다운, 영혼 인간, 동물학대인가 동물학대가 아닌가 -


갑론을박이 한창 진행 중인 '낙태' 이슈를 예감이라도 한 것 같은 작품인 '카운트다운' 은 읽는 내내 작가의 센스에 감탄을 멈출 수가 없었다.

만약 건물이 하루아침에 신생아로 변한다면, 그렇게 신생아로 변신하기 10달 전부터 건물 외벽에 숫자가 나타나 그 변신을 예고한다면. 그 건물은 10달 전부터 신생아로 봐야 할까? 아니면 그저 건물일 뿐일까? 소유주가 있고, 인격은 없는 그런 사물일 뿐인가? 건물이나 차량 혹은 내 재산물의 겉면에 느닷없이 나타난 숫자를 지워버린다면, 그래서 그 사물이 신생아로 변화되지 않도록 막는다면 (신생아의 탄생을 저지한다면) 그것은 살인인가?

낙태는 과연 살인인가? 아니면 여성의 선택인가? 이 논제에 대한 끝없는 다툼을 소설화한 참신한 이 작품의 흐름과 결말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소설이 현실을 반영한 허구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대단히 소설적이고 대단히 문학적이다. 그래서 좋다.)

 

뒷통수를 후려치는 기이함에 뒤이어 '영혼 인간'은 인간 존재에 대한 끔찍함을 상기시켜 준다.

나에게 없고 남에게는 있는 것을 동경하고 탐하다 결국 그것을 탈취하거나 혹은 짓밟아버리는 데에까지 이르고야 마는 인간이라는 존재. 결국 영혼이라는 인간의 독보적인 특징마저도 질투와 이기심에 의하여 폄하되고 인권이 파괴되는 과정을 그린 '영혼 인간'을 다 읽고 나면 외계인이 했던 말을 도돌이표처럼 따라하게 된다. '유기물 집합체'

 

가장 끔찍한 이야기였던 '동물학대인가 동물학대가 아닌가'는 정말 '끔찍하다!!!!'는 표현 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영혼 인간'이 인간의 이기심과 질투, 욕망에 의하여 파괴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면 이 작품은 '돈'에 의하여 철저히, 세포 하나까지도 나노 단위로 파괴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

이 작품이 그 어떤 이야기보다 끔찍한 이유는 조만간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 지구에서 영혼은 족쇄와도 같았다.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족쇄를 차고 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영혼이 곧, 죄였다.
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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