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라이프 - 내 삶을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최인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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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하여 글을 쓰기 시작했냐고, 나는 나 자신에게 수없이 물었다.

글을 쓰자고 이 일을 시작한 것도 나의 선택이었고, 이 일을 지속하고 있는 것 역시도 여전히 나의 선택이다. 내가 결정한 일이건만 이 결정을 결정지은 것이 무엇이었는지, 무엇을 위하여 글을 쓰고 있는지 스스로 명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웠다.

 

최인철 교수의 신간 [굿라이프]를 다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지금, 산등성을 타고 온 청명한 바람이 내 발끝으로 밀려온다.

오늘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서 올 여름의 첫 매미 울음을 들었고 그 매미를 눈으로 확인하려 나무 아래를 맴도는 소년 둘을 보았다. 그 둘로부터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부부를 스쳐지나오면서 나는 기분이 좋았다. 그 풍경들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여름밤의 바람을 즐기면서 타자를 두드리는 지금도 나는 기분이 좋다. 밤바람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일까?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소명을 확인했기 때문일수도, 그 소명의 모양을 바로 보도록 도와준 좋은 책 덕분일수도 있다. 그래, 이 모든 감사한 것들의 덕분으로 나는 기분이 좋다. 이 만족스럽고 즐거운 상태를 글자로 행복이라고 쓴다.

 

행복이라는 단어는 몹시도 추상적이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한없이 모호하다. 그래서일까? 행복이라는 상태가 이토록 많은 오해를 받고 원치 않은 가면을 쓰게 된 것은. 무엇이 행복이고, 행복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를 집요하고 치밀하게 연구해온 저자는 [굿라이프] 그러니까 좋은삶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작정하고 행복의 실체를 드러낸다.

[굿라이프]는 행복에 대한 오해 그리고 바른 개념, 행복한 사람들은 어떻게 삶을 살아가는지 그리고 순간의 경험으로서의 행복이 아니라 삶 전체에 행복이 일관되게 흐르는 생을 만들기 위한 자세와 필요 요소들을 차근차근 풀어냈다. 이 책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포인트는 행복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도구와 행복이라는 경험(상태)를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이다. 동시에 행복이란 마냥 즐겁고 기쁘기만한, 고통이 전혀 없는 상태라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행복은 자기기만이 아니며 쾌락 그 자체만도 아니다. 사람은 그렇게 단순하지도, 멍청하지도 않다.

 

영혼을 가지고 관계라는 환경 속에서 평생을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존재. [굿라이프]는 이러한 사람의 본질과 그런 사람이 추구하는 행복이라는 상태에 대해서, 그 어떤 책보다도 전략적이고 설득력 있게 분석했다. 이 타당한 분석과 연구 내용은 이 책의 말미에서 인용한 이 시 만큼이나 독자를 행복하게 한다. 이 책으로 말미암아 행복의 얼굴을 다시 만난 독자가 나 하나만 아니기를.

 

이문재의 시 [농담]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행복한 삶을 위한 첫걸음은 행복의 조건과 행복 자체를 구분하는 것이다. 행복에 관해 대화를 나눌 때, 누군가는 행복의 조건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행복 경험 자체를 이야기하고 있다면 대화의 접점을 찾기 어렵다.
-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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