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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리기의 기적 - 생각을 멈추고 여유를 찾는 뇌의 비밀
스리니바산 필레이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어릴 적에나 지금이나 나는 오르골을 참 좋아한다. 아기자기하고 소녀다운 모양새를 아주 좋아하는데, 대부분이 발레 하는 소녀나 회전목마의 형태를 하고 있어서 이게 내 동심의 로망을 자극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르골을 좋아하다보니 오르골 태엽을 감아놓고 나비가 팔랑거리듯 공기 사이에서 춤추는 오르골의 멜로디를 감상하는 일도 잦았다. 지금도 어느 골동품 시장을 둘러보다 오르골이라도 만나면 그 소리를 듣고 싶어 그 앞을 서성이기도 한다.
그런 내가 언젠가 오르골을 크게 고장 낸 적이 있다. 오르골 멜로디를 오래 듣고 싶어서 태엽을 정말 꾸역꾸역 감았던 것이다. 있는 대로 다 감아놓으면 그만큼 길게 오르골 멜로디를 편하게 듣게 되리라 기대한 나는 온 힘을 다해서 태엽을 더 감을 수 없을 만치 감았다. 그리고 결국 태엽은 부서져 버렸고 나는 그 오르골을 고치지도 못하고 버려야 했다. 아버지는 그런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다. ‘아무리 고무줄이라도 계속 당기기만 하면 끊어져 버린다.’
피로사회라는 단어가 더 없이 잘 어울리는 시대다. 과로사회라고 하면 더 어울릴까. 주52시간 근무제가 실행되어 옳다 그르다 하는 치열한 찬반양론 속에서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은 이 부분이다. 너무나 많이 일하고, 너무나 과하게 긴장되어 있고 너무나 피곤한 우리들의 사회, 이 나날들. 요즘의 우리들은 마치 끝간데 없이 잔뜩 감아놓기만한 그래서 당장 고장이 나도 이상하지 않은 오르골의 태엽 같다.
[멍 때리기의 기적]은 집중하려 애쓰지 말라는 카피가 인상적인 책이다. 계속 당기기만 한 고무줄 같은 우리들의 뇌에 한 줄기 쉼을 선사하기 위하여 등장한 듯하다.
본문의 내용은 책 표지가 담고 있는 ‘여유를 찾는 뇌의 비밀’을 자세히 풀었다. 단,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멍 때리기 혹은 비집중이라고 해서 정말 격렬하고 치열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상태를 이야기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는 뇌를 보다 더 잘 사용하기 위하여 뇌에 리듬을 주라고 권한다. 그 리듬이 집중과 비집중인데, 비집중에는 상상, 망상, 공상, 명상, 마음 방랑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뇌가 움직이는 법칙을 때에 따라 잘 설명한 내용도 재밌지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뇌와 마음의 관계를 짚어낸 중후반부였다. 저자는 생각과 감정의 회로가 뇌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머릿속이 얽혀 있을 때 마음에서 시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조언한다. 마음이 원하는 바를 따라가라는 것이다. 저자의 이런 조언은 책 전체를 일관되게 관통하는 직감을 믿고 무의식에 귀 기울이고 내 감정 깊은 곳까지 내려가 탐험하라는 안내와 일치한다. 무엇보다 저자는 스스로를 믿어야 할 것과 자기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가 알아주어야 한다는 점을 빼놓지 않는다. 이 책은 뇌 혹은 생각 다스리기에 대한 인문서의 모습 뿐 아니라 자존감을 세우는 심리학 서적으로서의 모습도 종종 드러내는 다면적인 책이다.
인간 본성의 정수는 역설적이고, 위대성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사례를 살펴볼 때, 자상하려면 잔인해야 하고, 똑똑하고 호기심을 품으려면 순진해야 하며, 약함과 공존하는 강함을 찾아내려면 정서적으로 그만큼 충분히 연약해야 한다. 하지만 자기 정체성을 인습적으로 정의하고 있는 경우에는 자신의 한 가지 모습에만 초점을 맞춘다. - 본문 2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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