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은 어떻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나 - 리테일 비즈니스, 소비자의 욕망을 읽다
석혜탁 지음 / 미래의창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중학생이었던가, 고등학생이었던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는다. 동대문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플레이스로 떠올랐던 시기가 있었다. 그전까지 한국 내에서 상점들이 잔뜩 몰려있는 곳이라고 하면 오직 백화점 밖에 떠올릴 수 없었다. 동대문은 낡고 오래되고 불편한 재래시장이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고층 복합쇼핑몰이 세워지면서 동대문은 순식간에 쇼핑중심가의 자리를 차지했다. 대한민국의 10~20대는 물론 중장년들마저 쇼핑을 하러 동대문으로 몰려들었다. 거기에 외국인 특히 중국 관광객의 유입도 폭발적이었다.

당시 나와 친구들의 데이트 장소도 동대문이었다. 우리는 새벽 쇼핑을 즐기기 위하여 일부러 새벽시간에 동대문을 찾아 물건을 구경하다 거리에서 핫도그니 오뎅 따위를 사먹곤 했다. 딱히 필요한 물건이 있어서라거나, 거기가 값이 유난히 싸서 굳이 동대문을 찾아간 게 아니었다. 거기는 우리들의 놀이터였다. 현란한 유행가가 거리에 시끄럽게 걸려있고, 유행하는 모든 패션 아이템들이 고층 빌딩 각 층마다 즐비한 그곳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닌, 재미와 추억을 함께 얻는 곳이었다.

내 삶 속에서 쇼핑이 엔터테인먼트가 되기 시작한 결정적 시기가 바로 이때였다.

 

바야흐로 지금 이 시대, 인간의 본질은 쇼핑으로 규정되는 게 아닌가 싶다. 사람들은 눈을 뜨는 순간부터 감는 순간까지, 심지어 자는 시간에도, 잠마저도 사고 판다. 호모 쇼핑쿠스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쇼핑에 이토록 절대적인 삶의 의미와 시간을 쏟아 붓는 시대가 있었던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비즈니스의 대부분은 유통이라는 카테고리를 벗어나는 것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통이란 무엇일까. 유통은 사전적으로 상품 따위가 생산자에서 소비자, 수요자에 도달하기까지 여러 단계에서 교환되고 분배되는 활동이자 생산과 소비를 이어주는 중간기능으로, 생산품의 사회적 이동에 관계되는 모든 경제활동으로 정의된다. 유통은 사회적 경제적 현상의 현실적 행위이기 때문에 유통학은 종합적인 사회과학 성격의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자 流通을 살펴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상품이나 서비스가 흐르고 통하는 활동이다.

5-6쪽 들어가며 중에서

 

세계적인 소비심리 분석가 파코 언더힐은 몰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 그 국가나 국민들의 경제적 상황과 심미적, 지리학적 특성을 간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신적, 감성적, 심리적 상태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그는 오늘날의 몰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는 커뮤니티 센터 역할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59-60

 

저자 석혜탁은 시대의 화두가 된 쇼핑과 인간의 관계를, 유통업 그리고 관련 분야를 낱낱이 분석하는 방법으로 파악해보고자 했다. [쇼핑은 어떻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나]는 제목부터 만만치 않은 책이다. 물음표와 느낌표가 거의 동시에 떠올랐다. 쇼핑이 엔터테인먼트? 그래, 쇼핑이 엔터테인먼트! 유통업에 종사하고 있거나 혹은 유통업에 뛰어들고 싶은 사람들만을 위한 필독서로 보일 수 있지만 이 책은 의외로 굉장히 재미있다. 위에 길게 적은대로, 쇼핑은 현 시대 거의 모든 인간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쇼핑에서 자유로운 자 그 누구인가?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영위해온 시간들의 많은 부분이 유통업의 그물 속에서 빚어진 것들이다. 백화점, 편의점, 대형마트, 드럭스토어 등등 대한민국과 세계 유수의 유통 산업을 분야별로 해부한 저자의 안목이 돋보인다. 나아가 각 꼭지별로, 그러니까 유통 분야별로 맞닥뜨린 현안에 대한 솔루션을 제안하고 책 말미에는 유통분야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을 따로 구성하여 실은 저자의 서비스 센스도 탁월하다. 그저 현 시대 쇼핑(유통)의 본질과 인간의 특징을 분석하여 시사하는 바를 전달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사회 구성원 별로 대비하고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여러모로 많은 배움과 재미를 함께 주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