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글쓰기



 

  <이터널 선샤인>, 한없이 감성적이고 지성적인 로맨스

 

DP 평가
  작 품
  화 질
  음 질
  스페셜 피쳐
  소장 가치
  9
  8
  8
  8
  9

8.4

감  독
  미쉘 공드리
제작사
  아이비젼
주  연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출시일
  2006-01-13
회원 평가
작 품
화 질
음 질
스페셜 피쳐
소장가치
9
8
8
8
9

 

http://www.dvdprime.com 에서 최근 추천 DVD title로 나왔길래 며칠 전 그래24에서 질렀다.

아래 내용은 DP에서 퍼온 글이다.

글 | 박건일(madream@dvdprime.com)

누구나 사랑의 기억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과거의 기억을 잊고 싶어 한다. 당시에는 완벽하게 여겨졌던 사랑의 순간들은 지금의 현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 과거에 얽매어 지금의 현재를 지탱하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기억을 쉽게 지울 수는 없는 노릇이고, 사람들은 그 기억을 마음 한 구석에 안고 살아간다. 그 내용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삶은 지속되는 것이고, 완벽하지 않은 우리의 삶은 완벽하게 느껴지는 사랑의 기억을 안은 채 흘러간다. 기억하고 싶은 것은 망각되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은 머리 속에서 절대 지워지지 않는 이 잔인한 인간의 머릿속이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의 기억조차 제어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초라한 숙명이니 어쩌랴. 원하는 것은 사라지고 원하지 않은 것은 우리 곁에 머무는 것이 바로 우리의 삶인 것을.  

<이터널 선샤인>은 이러한 삶의 부조리함, 사랑의 부조리함이라는 미묘한 감정을 쉽고 강렬하고 실험적이면서도 동시에 아날로그적인 새로운 영화적 언어로 잡아낸다. 삶은 쉬지 않고 흘러가고, 사랑도 쉬지 않고 흘러간다. 행복의 크기만큼 불행의 크기도 비례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지금 하는 사랑이 완벽하다고 느끼면 느낄수록 그 사랑이 사라졌을 때의 슬픔도 곱절이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인생의 진실을 알아가는 것이 우리의 권리이자 의무이고, <이터널 선샤인>은 로맨스 영화의 외피를 두른 채 사랑의 불가해함을 이야기하며 동시에 인생의 불가해함을 이야기한다. <존 말코비치 되기>와 <어댑테이션>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독창적인 작가로 불리고 있는 찰리 카우프만의 이 독특한 사랑 이야기는 미쉘 공드리 감독의 손길을 거쳐 마치 SF 영화와도 같은 기묘한 상황 설정에 짐 캐리와 케이트 윈슬렛을 우리가 아는 그들의 모습과는 정 반대되는 위치에서 선보이는 열연이 더해져 한없이 감성적이면서도 동시에 놀랍도록 지성적인 걸작으로 완성됐다.

특히 이 영화의 대부분의 장면들이 특수효과 없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어 하이테크가 아닌 로우테크로 촬영한 장면이라는 사실은 영화를 완성함에 있어 CG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진리를 다시 일깨워준다. 이러한 소박한 영화적 기교는 우리 인생을 이루는 사소한 일상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그려내는 이 영화를 지탱하는 탄탄한 뼈대이다. 사랑에 대한 우리들의 감정과 경험을 다루면서 그것이 주는 달콤함과 씁쓸함을 동시에 체험케 하는 <이터널 선샤인>은 실수투성이일지라도 지금 현재를 즐기는 것이 사랑(인생)을 완성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소중한 교훈을 알려준다. 결코 정답이 있을 수 없는 우리들의 불완전한 삶을 사랑하게 만드는, 마법과도 같은 울림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영화.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방마니아 2006-01-20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VD title이 넘넘 이쁘당 ~~~ 대만족!
 
 전출처 : 마늘빵 > [퍼온글] '왕의 남자'의 원작 '이' 앵콜공연

* 공연기간 : 2006년 1. 7 ~ 21일 [평일 19:30 / 토 15:00, 19:00 / 일 15:00 / 월 쉼
* 공연장소 : 극장 용
* 가격정보 : VIP석 일반 50,000원 / R석 일반 30,000원 / S석 일반 20,000원

이것이 진정 웃음의 미학이다!! 영화 [왕의 남자] 원작, _ 연극 이(爾)
2000년 초연되어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연극상, 희곡상, 연기상, 2001 동아 연극상 작품상, 연기상 등 연극계의 굵직한 상을 휩쓴 연극 "이(爾)"가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12월 6일부터 21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개관 페스티벌로 공연되는 연극 "이(爾)"는 온갖 천대와 멸시에도 누구보다 떳떳했던 궁중 광대들의 삶과 그들을 둘러싼 음모, 절대 권력을 행사하던 왕과의 애틋하고 미묘한 관계를 다룬 연극으로 웃음을 통해 삶의 본질을 생각해 보는 진짜 재미있는 연극으로 정평이 나있다.

연극 "이(爾)"는 연산군에게 낙점되어 웃음과 몸(동성애)까지 바쳐가며 가장 낮은 신분인 천민에서부터 희락원 종4품이라는 지위까지 오른 궁중 코미디언 '공길'의 이야기이다. 조선시대 궁궐 내에서 질펀하게 펼쳐진 궁중광대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연극에 시대성을 담아 '놀이정신'과 '웃음의 코드'를 관객들에게 선사하며 자연스러운 음악놀이의 모습을 펼쳐 보일 것이다.

이(爾)란?
‘이(爾)’란 조선조때 왕이 신하를 높여 부르는 호칭으로 극중에서 연산군이 자신이 아끼는 궁중광대 공길을 부르는 호칭이다.
천민 광대의 신분으로 임금에게 이(爾)라는 호칭을 받은 '공길'이라는 인물은 역사적 실존 인물로서, 연산군일기 60권 22장 <배우 공길이 논어를 외워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 임금이 임금답지 않고 신하가 신하답지 않으니 비록 곡식이 있은들 먹을 수가 있으랴"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조 제 10대왕 연산은 중종반정으로 왕위에서 물러날 때 까지 12년간 재위하였다. 재위기간동안 무오, 갑자사화를 통해 엄청난 인명을 죽이는가 하면, 자신을 비판하는 무리는 단 한 사람도 곁에 두지 않는 전형적인 독재 군주로 군림했다. 또한 성균관, 원각사 등을 주색장으로 만들고, 민간의 국문 투서 사건이 발생하자 훈민정음의 사용을 금지하기도 하는 등 광적인 폭정을 일삼았다. 연산의 패륜의 극치는 자신의 백부인 월산대군의 후처 박씨를 강간하는 것이었고, 수치심을 느낀 박씨는 자살하였다.
중종반정의 1등 공신 박종원은 자살한 박씨의 동생. 박종원이 목숨을 걸고 중종반정에 나서 연산을 폐위시키는 데 앞장선 것은 누이의 죽음에 대한 복수이기도 했다.

죽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채울 수 없는 모성결핍으로 뒤틀리고 비뚤어진 인간 연산.
연산의 결핍을 채워주고 위로하는 궁중 코미디언 공길.
연산의 연인이자 어머니였으며, 공길의 연적이었던 질투의 화신 녹수.

연산, 녹수, 그리고 공길. 이 세 명의 역사적 실존인물이 등장하는 연극 "이(爾)"는 이 세 명의 실존인물을 역사에서 끌고 나옴으로써,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역사극을 보는 것과 같은 착각 속에 빠지도록 유인한다.

기막힌 극적 설정 - 연산이 동성애자였다?
연극 ‘이(爾)’는 두 가지 기발한 극적 설정에서 출발하는데 “연산군이 궁중 광대극을 좋아했다” 는 것과 “연산이 광대 중에 하나인 공길과 남색(동성애) 관계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동안 금기시 되어 왔던 ‘동성애’라는 설정은 말초적인 자극을 통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함이 아니다. 동성애는 연산과 공길의 관계를 단단히 묶어놓고, 녹수와 공길의 갈등을 심화시켜 힘의 대결로 끌고나가는 극의 원동력을 제공한다.

한편, 연산군이 좋아했다는 ‘광대극’은 ‘동성애’로 고조된 갈등과 긴장상태를 ‘웃음’으로 이완시키는 장치이다. 긴장과 이완을 넘나드는 극적효과는 바로 이 두 가지의 기발한 극적설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조선시대 개그콘서트 ‘소학지희(笑謔之?)’
연극 ‘이(爾)’는 말장난, 성대모사, 흉내내기, 재담, 음담패설 등 언어유희를 이용해 시정을 풍자하고 정치적 비리를 고발했던 조선시대의 언어유희 ‘소학지희(笑謔之?)’를 통해 극의 갈등과 인물관계를 정개하고 있는데 소학지희란 몸과 기예가 필요한 규식지희(칼 삼키기, 줄타기 등)와 달리 주로 말로 웃기는 놀이로써, 오늘날의 개그 콘서트라 할 수 있다.

소학지희라는 말이 처음 나오는 문서는 문종실록이기는 하나 기록보다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놀이형태인 것 같다.
우희(優戱), 골계희(滑稽戱), 배우희(俳優戱), 라고도 불린 소학지희는 소규모로 이우어졌을 가능성이 크며, 놀이는 우인(배우)의 기량에 많이 좌우되는 놀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놀이는 왕이나, 혹은 양반들이 여흥을 위해 우인들을 불러 내전이나 뜨락에서 부대설비 없이 손쉽게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자연히 이 놀이를 노는 우인들은 주로 서울 장안에 거주하게 되는데, 여기서 경중우인이라는 말이 생긴다. 왕실이나 양반지벵서 숙식을 제공하며 우인들의 놀이를 즐겼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배우는 천민으로 장안에 거주할 수 없는 신분이었는데 이와 같은 경우는 예외라고 할 수 있겠다.
‘이(爾)’에서 공길이 소학지희를 통해 윤지상의 비리를 고발한 것과 같이, 소학지희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정치행태나 풍속의 부정적인 면을 왕에게 우회적으로 보고하는 수단이었으며, 왕은 이를 토대로 시정을 명령했던 사례도 발견된다.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 연극 <이(爾)>
2000년 초연 이후 계속해서 흥행성과 예술성을 모두 인정받은 연극 ‘이(爾)’가 최근 영화 ‘왕의 남자’로 다시 태어나 눈길을 끈다.
‘살인의 추억’, ‘웰컴투 동막골’, ‘박수칠때 떠나라’ 등 최근 충무로의 유행인 ‘연극과 영화의 만남’이 연극 ‘이(爾)’와 ‘왕의 남자’를 통하여 또한번 재현될 예정이다.

지난 2003년 영화 ‘황산벌’로 300만 관객을 동원한 이준익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영화배우 감우성이 주연하는 영화 ‘왕의 남자’. 연극 ‘이(爾)’로부터 출발 한 영화 ‘왕의 남자’는 연극과는 달리 광대 ‘장생’에 초점을 맞추어 이들의 운명을 그렸다.
오는 12월, 원작인 연극 “이(爾)”의 공연에 뒤이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공연 줄거리
조선 연산군조, 궁중배우 공길은 연산의 가학적 성희의 상대자 역할을 한다. 공길은 몸과 웃음을 바치는 대가로 희락원의 우두머리가 된다. 공길은 그렇게 입고 싶어하던 비단 도포를 연산으로부터 하사 받는다. 공길은 금부에서 관리하던 우인(배우)들을 희락원에 편입시켜 관리한다.
공길의 친구이자 또 다른 남색파트너인 장생은 공길이 권력에 눈이 멀어 놀이의 본질을 변질시키는 것을 질타하며 공길을 떠난다.
녹수는 공길에게 연산의 애정을 빼앗기는 것을 시기하여 경회루에서 잔치가 한창일 때 공길의 옷을 벗게 하여 모욕을 준다. 이에 공길은 녹수의 하수인인 형판의 비리를 들추어내는 놀이를 하고 이를 통해 그를 제거한다.
이에 녹수는 홍내관과 짜고 공길의 필체를 모필하여 연산과 녹수 자신을 비방하는 언문 비방서를 작성한다. 언문비방서 사건에 화가 난 연산은 범인을 찾는데 혈안이 된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공길은 언문으로 된 글들을 모두 불살라 버리고 판세를 뒤집을 생각으로 입궐, 연산에게 비방서 사건을 기화로 언문의 사용을 금할 것을 청한다. 이를 안 녹수는 공길이 쓰다가 버린 파지를 들고 들어와 비방서와 파지의 필체가 같다는 것을 증거로 공길을 잡아 들이게 한다.
공길을 떠났던 장생은 전라도에서 반정을 도모하는 이과, 유손의 통문을 한양의 불만 세력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언문비방서를 보게 되고 그것이 공길의 필체임을 알게 되는데......

연출_김태웅
우리 연극계의 차세대 연출가 김태웅은 1999년 ‘달칩유희’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얼굴을 드러냈다.
‘파리의 곡예’에 이은 두 번째 작품 ‘이(爾)’에서 2000 한국연극상(한국연극협회 주관), ‘우수공연 베스트5’, 와 희곡상, 신인연기상 등 3관왕을 차지하였으며, 2001년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기상을 휩쓰는 파란을 일으켰다.
또한 지난 2004년에는 국내 연극 작가 겸 연출가로는 유일하게 예술의 전당 2004 시즌 기획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즐거운 인생’으로 또 한번의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대부분의 젊은 연출가들이 기교와 재미는 있지만 깊이가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 것과는 반대로 김태웅의 작품은 철학도 출신(서울대학교 철학과 졸업)답게 무게와 진지함이 극의 중심을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터파크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전출처 : 마늘빵 > [영화]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라이즈> 10년이 넘은 영화이지만 이 영화의 디비디를 구입하고 다시 본 이유는, 매번 사랑을 하고 이별을 겪을 때마다 볼수록 의미가 있는 영화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사랑과 이별을 수없이 반복해서는 안되겠지만. 2004년의 10월, <비포 선셋>이 개봉했을 당시 난 대학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는 취업준비생이었다. 그러나 나에겐 취업준비생의 그 각박한 심정  따위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난 여전히 책을 읽었고, 여전히 영화를 보며 돌아다녔고, 예전과 똑같은 생활을 했다. 무슨 배짱으로. 하여튼 그런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극장 좌석에 앉아 봤던 영화가 <비포 선셋>이었다.

  <비포 선라이즈>는 이보다 9년전 1995년에 개봉한 영화다. 그러니 난 그 영화의 존재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비포 선셋>을 봤을 때 포스터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아 전편이 있었구나. 언젠간 봐야지. 1995년에 나의 신분은, 고 1. 아 이런 파릇파릇한 넘 같으니. 그때 난 열심히 공부했을 때였다. 영화나 책은 나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록음악에 입문했을 시기, 마냥 넥스트의 음악을 들으며 그것으로 만족했던 시기가 바로 나의 고 1이다. 고 1 때 <비포 선라이즈>의 존재를 알았다 하더라도 당시 나의 취향으로 봐서  저 영화를 봤을리도 없다. 봐야 느끼는 것도 없을테니. <비포 선라이즈>와 <선셋>은 사랑을 경험하고 가슴아픈 이별을 경험한 이들이 봐야 의미 있는 영화다. 영화를 보며 나의 아픈 기억들을 떠올리고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비록 이렇게 <비포선셋>을 먼저 보고, <비포선라이즈>를 뒤에 보게 되었지만, 그래도 좋다. 혹자는 <선라이즈>를 먼저 보고 <선셋>을 9년 이란 시간이 흐른 뒤에 봐야한다고 하지만, 흠. 나의 상황이 그리 허락치 않은 것을.

  프랑스 여대생 셀린과 미국 청년 제시가 만난 것은 기차에서 였다. 셀린은 할머니를 뵙고 가을학기 개강에 맞춰서 파리로 돌아가는 길이었고, 제시는 마드리드에 유학 온 여자친구를 보러 왔다가 실연 당하고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가는 길이었다. 서로 읽고 있는 책 이야기를 하다가 - 여기서 중요한 교훈은 기차에서 책을 읽어줘야 한다는 사실이다. 가급적이면 고급스러운 연애소설이 좋겠다. 알랭 드 보통 같은. 연애소설을 저급과 고급으로 나누는 것은 좀 뭣하지만, 그래도 그냥 웃고 우는 연애소설이 있고, 생각하게 하는 연애소설이 있다  - 식당칸으로 자리를 이동 본격적인 이야기 꽃을 피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가 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두 사람, 제시의 엉뚱한 제안을 받아들인 셀린은 제시와 함께 내려 비엔나에서의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영화는 <비포선셋>과 마찬가지로 장면의 전환이나 별다른 사건 없이 밋밋하게 진행된다. 그러니 영화를 통해 재미를 찾으려는 사랑에 무관심한 이들이 보면 에이 지루해 라는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영화다. 그러나 난 이런 영화들을 좋아한다. 움직임 없는 정적인 배경과 화면, 장면의 전환보다는 카메라가 주인공을 따라가며 장면을 이어나가는 그런 영화. 주인공의 대사와 작은 손짓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영화. <비포선셋>은 그런 영화다.



  제시는 오락실(?)에서 셀린과 핀볼을 하며 이야기한다.

 "누군가에게 차였을 때 제일 못 견디겠는게 뭔지 알아?"

 "내가 예전에 찬 여자들을 거의 생각안하듯, 날 찬 여자도 날 거의 생각 안할거란 걸 깨닫는 순간이야. 날 찬 여자도 슬플거라 생각하고 싶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차고 나니 속 시원한데!, 그 뿐이야"

  내가 지금 가장 못견디겠는건 어쩌면 이별의 슬픔 때문도 아니고, 그녀가 보고 싶기 때문도 아닐지 모른다. 가장 못견디겠는건 내가 예전에 찬 여자들을 생각안하듯, 날 찬 그녀가 날 거의 생각 안할거란 걸 안다는 것이다. 날 차는  순간 눈물을 보였지만 그것은 이별의 수순일지도 모른다. 이별하게 되면 눈물이 나올 수 있다. 물론 그보다 더 매멸차게 차버릴 수도 있지만. 그것은 너무 가혹하고 차고 있는 나 자신도 너무 나쁜 놈이 되지 않는가. 내가 좋은 놈이 되고, 상대에게 가혹하게 하지 않는 방식으로서 눈물을 보여주는 것. 이별을 순조롭게 진행시킬 수 있는 좋은 도구다. 그녀는 눈물을 보였다. 나도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것 또한 어쩌면 그녀와 헤어지는 것이 슬퍼서가 아닐지도 모른다. 차였기 때문이다.

  예전에 난 연애를 하고 찬 적이 없었다. 초창기에는. 왜냐면 차인다는 사실 자체가 여자들에게 견딜 수 없는 아픔으로 다가갈 거란 생각에서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난 감히 여자를 찬다. 예전엔 사귀었던 여자가 싫어져도 상대가 날 차게끔 만들었지만 - 아픔을 덜 받게 하기 위해서 - 지금은 그냥 찬다. 가혹하다면 가혹한 것이지만 그렇게 착한 남자가 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착한 남자로서의 삶은 너무 힘들다. 난 예전보다 점점 못되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이런 내 자신에 만족한다. 아직 멀었다. 아직도 난 착한 남자다. 너무나도. 더더욱 못된 놈이 되어야 한다. 이번에도 시간이 좀더 흐른 뒤에 내가 화나는 상황이 벌어졌다면 내가 찼을지도 모른다. 너무나 삐걱대고 있었으므로.

 



* 두 사람은 비엔나의 이곳저곳을 함께 돌아다니며 계속해서 서로에 대해 이야기 한다. 혼자 되는 법을 모르는 두 사람은 사랑을 원하고 있다.

     셀린과 제시에게 있어 단지 기차에서 내려 비엔나를 돌아다닌다는 사실 이외에는 변화된 것이 없다. 두 사람은 여전히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나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 인생, 사랑, 결혼, 죽음, 실연 등 그들이 나누는 소재는 각자의 삶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갑작스레 다가온 사랑에 당황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 셀린과 제시. 그들은 공원에서 누워 하룻밤을 함께 보내게 된다. 그리고 하룻밤의 사랑을 나눈다.  다시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원나잇 과는 다른 개념이다. 겉으로 볼 땐 원나잇 맞다. 하지만 그들이 나눈 사랑은 원나잇과는 다르다. 보통의 원나잇이 그저 섹스를 위해 이성을 찾아나서 눈맞으면 함께 섹스하고 끝내는 그런 관계인 반면, 셀린과 제시의 사랑은 비록 하루였고, 우연적이고, 갑작스럽긴 했지만, 서로의 마음에서 피어나는 진실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한 것이었다. 두 사람이 만나고 헤어진 기간은 비록 하루였지만 두 사람의 마음 속에는 이미 상대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차있었다. 볼 수 없다고, 만날 수 없다고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 볼 수 있을지, 언제 만날 수 있을지를 알 수 없는 두 사람은 각자의 마음에서 피어난 감정의 싹을 스스로 잘라야하는지도 모른다.

  너무 멀리 떨어져있어 다시 볼 수 없다고 생각한 두 사람. 오늘 하루만 이렇게 함께 있기로 약속했지만, 헤어질 때는 이미 서로를 너무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안다. 기차가 떠나갈 무렵, 일년 뒤 바로 여기서 만나기로 약속하지만 약속은 지켜질 수 있을까? 대답은 <비포선셋>에.

 

  하나 더. 제시는 셀린과 핀볼을 하며 이런 이야기도 한다. 사랑은 혼자 되는 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흠. 그런가? 난 혼자 생활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혼자 일하고, 혼자 책보고, 혼자 영화보고 하는 행위들을 난 즐긴다. 나의 취미는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없다. 당구도 못치고, 볼링도 몇번 쳐본게 다고, 축구, 농구, 야구 이런거 하나도 못하고, 스케이트, 스키도 타본적 없다. 내가 관심갖고 있는 분야는 그림그리기, 글쓰기, 책읽기, 악기 연주하기, 영화보기  등 순 혼자하는 것 뿐이다. 그렇담 나는 혼자되는 법을 아는 사람인가? 하지만 불행히도 대답은 '노'다. 난 혼자하는 일을 좋아하지만 그것은 내가 동적인 것보다는 정적인 것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고 이것은 순전히 '취향'의 문제다. 혼자 되는 법을 아는 것과는 별개다. 난 혼자 되는 법을 모른다. 난 항상 외롭고, 타인과의 소통을 원하고, 함께 이야기하길 원한다. 그러므로 제시의 말에 따라 결론을 내리면, 난 사랑을 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3.11.17)에 썼던 글이다. 내 친구 한나에게 디카 사용법을 알려주는 에로 사항을 영화의 내용에 빗대어 쓴 일기인 셈이다.

아참 내가 쓴 글엔 항상 특징이 있는데 ... 마지막 단락만 읽으면 된다는 거다. 그 앞 내용은 주로 횡설수설이다 ^^

-------------------------------------------------------

최근에 Bend It Like Beckham (슈팅 라이크 베컴) 이라는 영화를 DVD로 다시 보았다. 이 영화를 올해 초에도 본 적이 있지만 다시금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계기는 대학 학부 마지막 학기였던 여름 계절 학기 (-_-;;;) 때 '인류학 개론' 수업을 들으면서부터였다.

이 영화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데, 내가 특히 주목했던 점은 영국이라는 '타문화'에 살고 있는 인도계 사람들의 문화(여성의 성역할, 결혼 문화 등)에 대한 것이었다. 영화의 줄거리상 전혀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제스'의 언니의 결혼식날 뜬금 없이 사람들이 치고 박고 싸우는 장면이 나오는 것은, 인도식 결혼식에서 '싸움'이 절대 빠질 수 없다는 문화적 이해가 없이는, 그저 '옥의 티'로만 보일런지 모르겠다.

물론 여자가 소위 남자들의 운동이라 불리는 '축구'를 하는데서 오는 어려움과 그 극복 의지를 유쾌하게 그렸다는 점 역시 무시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Who wants to cook Aloo Gobi when you can bend a ball like Beckham?

이런 대사가 영화상에서 여러 차례 언급되는데, 'Aloo Gobi'가 인도식 카레라는 사실을 모르면 잘 느낌이 안오는 대사이다. (카레 만드는 방법을 배우는 건 쉬워도 베컴처럼 휘는 슛을 날리는 걸 익히는 건 힘들다는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다.) DVD에 포함된 special features에는 Aloo Gobi Recipe에 대해 감독이 별도로 아주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데, 시간이 많은 나는 이마저도 흥미롭게(^^) 본 바 있다.

감독인 거린더 차다는 영국이라는 백인 사회에 완전히 동화되지 못하는 이민자들의 초상을 이 영화에서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영화 속 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고, 이 영화가 한국에 소개될 때 ('슈팅 라이크 베컴'으로 영화 제목을 바꿈) 나온 Trailers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trailer를 보면 줄스(축구를 좋아하는 영국 소녀)의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축구 규칙인 'offside'와 'onside'에 대해 열심히 가르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축구에 대해 도무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 어머니에게 축구 규칙을 알려 주기 위해서 줄스 아버지는 식탁 위 병을 움직이면서 아주 흥미롭게 설명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사이다병을 코카콜라병보다 앞에 두면 offside라는 식으로~)

오늘 한나를 만났다. 요즘 들어 한나와 너무 자주 만나고 있다 ;;;
한나랑은 워낙 편한 사이이긴 하지만, 너무 자주 만나는 건 앞으로 자제해야 겠다. 어차피 대전 내려가면 거의 얼굴 볼 기회가 없을테니 말이다. ;;;

디지털 카메라를 대신 알아봐서 골라달라 해서 여자들이 쓰기에 편리할 꺼 같은 Nikon coolpix 3100을 구입해 줬다. 집에 도착한 건 월요일이긴 한데, 요즘 내가 다른 할일이 좀 많아서 (짐 정리~) 원래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만나서 디카 주고 사용 방법도 알려줄 작정이었다. 그런데 낮잠 자고 있는데 한나가 갑자기 전화 와서 오늘 디카 달라고 해서 얼떨결에 승낙을 했다.

기계에 대해 이해력이 일반인보다 조금(?) 떨어지는 한나에게 디카 사용법을 알려 주는 것은 내게 적잖은 부담을 주었다. 안그래도 며칠 전에 아주 어려운(?) 컴퓨터 사용법을 알려 주느라 고생을 좀 했기 때문에 오늘 한나 만나러 가면서 긴장을 많이 했다.

순간 '슈팅 라이크 베컴'에서 줄스의 아버지가 그 어머니에게 축구 규칙을 알려 주기 위해 썼던 방식이 생각 났다.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소재를 잡아서 다소 유치한 방식으로 설명하는 거였다.

역시나... 대성공이었다. 근데 내가 뭐라 말했는지는 한나가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 ;;;

피곤하다. 자야 겠다.


(결론)
김지훈은 영화 보고 나서 깨달은 걸 자랑하고 싶었다.
김지훈은 유한나에게 디카 사용법을 알려 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