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국정원 직원에 속지 않으려면?”…실제로는 권총·수갑 보여주는 행동 안해
[쿠키뉴스 2006-03-13 14:49]

[쿠키 사회] “나 국가정보원 직원인데 말이야….”라면서 신분증과 권총,수갑을 슬쩍 보여준다면 이 사람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절대 믿어선 안된다.

국가정보원 직원을 사칭해 사기행각을 저지르던 29살의 손모라는 사람이 경찰에서 수사를 받던 중 수갑을 찬 채 도주했다. 경찰의 수갑까지 확보했으니 앞으로 더 심한 거짓말을 하고 다닐지 모르겠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보기에 손씨의 행각이 어설프기 그지없다. 진짜 국가정보원은 손씨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권총과 수갑을 보여주는 행동도 하지 않는다. 물론 돈을 받고 민원을 해결해주겠다는 따위의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진짜 국정원 직원은 어떻게 구별할수 있을까. 간단한 방법이 있다. 수첩과 휴대전화를 확인해보면 된다.

국정원은 보안을 위해 청사 내에 카메라가 부착된 휴대전화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때문에 국정원 직원들은 카메라가 없는 휴대폰을 쓰거나,카메라를 떼어넨 휴대폰을 사용한다. 공교롭게도 국내에서 파는 휴대폰 중에 카메라가 없는 휴대폰은 2∼3가지 밖에 없다.

국정원 직원들에게 인기 있는 휴대폰은 모토로라에서 나온 스타텍2004 모델이다. 현재 나와 있는 휴대폰 중에서 카메라가 없으면서 가장 디자인이 뛰어난 제품이다. 70% 이상의 국정원 직원이 이 휴대폰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나는 수첩이다. 일반 기업이 직원용 수첩을 제작해 배부하듯이,국정원도 1년에 한번씩 수첩을 만들어 나눠준다. 남자들의 장지갑처럼 생긴 이 수첩은 크기가 양복 안주머니에 들어갈 정도이고,겉표지가 새까맣고 반들반들하다. 일반 기업에서 나눠주는 수첩과 달리,국가정보원이라는 표시는 전혀 없다. 시중에 파는 수첩 중에 이 수첩과 비슷한 종류는 있지만 동일한 것은 없다.

이 두가지,까만색 수첩과 스타텍2004 휴대폰을 가진 사람이라면 국정원 직원일 확률이 80% 이상이다. 하지만 이 기사가 나가고 나면,사기꾼들도 모토로라 휴대폰과 까만색 수첩을 갖고 다닐지 모르니 조심할 것.

그렇다면,국정원 직원들은 정말 손씨처럼 국정원 신분증과 수갑,권총을 가지고 다닐까? 국정원 직원들은 신분증을 제시해야할 필요가 있을 때는 보통 사법경찰관 신분증을 보여준다. 수갑과 권총은 휴대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휴대하더라도 함부로 보여주지 않는다. 정말 국정원 직원이라면 자신의 신분을 그렇게 쉽게 노출시키지 않는다.

만약 당신 앞에 모토로라 스타텍 휴대폰과 검은 수첩을 갖고있는 사람이 나타나,국정원 직원이니 돈을 주면 민원을 해결해주겠다고 말한다면 믿어야할까? 기본적으로 국정원 직원이 그런 행동을 할리도 만무하지만,혹시나 믿어보고 싶다면 신분증에 나온 이름을 기억했다가 아무 공중전화기로나 달려가 긴급통화 버튼을 누른 뒤 ‘111’로 전화를 걸어라. 그리고 물어봐라 “이런 직원 진짜 있어요?” 국정원은 업무 특성상 신분 확인이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만약 진짜라면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국정원 직원도 명함을 들고다닐까? 기자가 만난 국정원 직원들은 모두 명함을 들고 다녔다. 그들의 명함은 일반 기업체나 관공서 명함처럼 양식이 통일돼 있지 않다. 그리고 ‘국가정보원’이라고 찍은 명함을 내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회사 이름은 쏙 빠져있고,이름과 휴대폰,팩스번호가 찍혀있을 뿐이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갓 구워낸 바삭바삭한 뉴스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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