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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경찰에 압수된 동희 1호 적재 코카인.
삼합회의 전공인 마약 밀매와 관련해 국정원은 지난해 7월 시가 2600억원(80kg) 상당의 마약을 유통시킨 조직의 국내 밀반입 시도를 검찰과 공조해 적발했다. 삼합회가 캐나다에 거주하는 조직원을 중간 보스로 삼고 한국 유학생을 통해 국내로 밀반입을 시도하다가 수사망에 걸려든 것. 이들 조직이 유통시킨 마약 중 3kg가량이 국내에 반입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국정원 관계자는 “과거엔 국내에서 유통되는 마약류의 대부분이 중국산 히로뽕이었는데, 최근 들어 마약의 종류와 유통 경로가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첩보 없으면 꼬리 잡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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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요원이 드코크에 은닉된 히로뽕을 발굴하고 있다.
“히로뽕은 중국, 필리핀, 태국, 캐나다를 통해 들어오고 있으며 아편과 헤로인은 서남아와 동남아에서 생산돼 이란, 태국, 중국을 거쳐 유입됩니다. 엑스터시, 케타민 등 신종 마약은 미국, 네덜란드, 중국, 동남아시아에서 반입되고 코카인은 아직은 소량이지만 미국과 콜롬비아 등에서 들어옵니다.”
마약 생산 및 밀매는 국경을 넘나들며 은밀하게 이뤄지는 범죄라 해외 정보를 다루는 국정원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국내에서의 마약 생산은 1990년 범죄와의 전쟁 이후 뿌리뽑혔다는 게 수사당국의 판단이다. 국정원은 국제범죄조직의 마약 밀매 수익금이 필리핀, 아프가니스탄 등의 테러조직으로 흘러 들어가는지도 추적하고 있는데, C 수사관은 “해외 정보망을 총동원해 마약 조직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다음, 네이버 등 대형 포털사이트와 대포통장을 이용해 중국에서 항공택배, 국제우편으로 마약을 거래하는 수법도 정보망을 통해 이미 파악한 상태다. 최근엔 향정신성의약품을 판매하는 ‘인터넷 약국’도 포착했는데, 이들 국제범죄조직은 한국어 서비스와 무료배송을 미끼로 한국인 고객 유치에 나섰다고 한다. 인터넷 약국은 원래 의약품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사이트로서 미국, 일본 등에서는 합법화돼 있다.
마약뿐 아니라 위조지폐, 밀입국, 여권 위·변조(무비자로 입출국이 가능한 나라가 많아지면서 한국 여권은 국제범죄조직의 표적이 되고 있다. 특히 구형 여권은 복제가 간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기, 밀수 등의 범죄에서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 국정원의 활약은 눈부시다(상자기사 참조).
KT&G가 만드는 ‘레종’과 ‘원’이 중국에서 위조된다는 사실을 최초로 포착한 곳도 국정원이다. 국정원 D 수사관은 1월 중국에 심어놓은 정보원에게서 L 씨가 중국 범죄조직과 연계해 중국산 가짜 한국 담배를 밀반입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 첩보는 중국 항구에서의 선적 및 한국 도착 시점까지 담겨 있을 만큼 신빙성이 있었다.
“정보가 가장 중요합니다. 근거 있는 첩보가 확보되면 그때부터는 잠복이지요. 가짜 담배 사건도 마찬가지였어요. 아이가 ‘아빠, 오늘은 집에서 자고 가라’고 조를 만큼 잠복이 잦지만, 국제범죄는 나라의 신인도와 관련된 문제라 다리품 아끼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짝퉁 국산 담배 밀수 적발도 국정원 작품
D 수사관은 ‘레종’과 ‘원’ 45만 갑이 국내에 반입된 과정을 포착한 뒤, 가짜 담배가 도매상에게 넘어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3월 말 경찰과 함께 일당 4명을 검거했다. 한국 담배 위조 및 밀수가 처음으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최근 국정원은 국제범죄와 산업스파이 방지 등을 눈에 띄게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불법도청과 정치공작 등 독재 및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음습한 이미지를 떨쳐내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중국, 러시아 등 국제범죄 취약 국가에 대한 해외정보 수집 채널을 더욱 다원화할 계획이다. 또한 외국 정보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대량 살상무기 및 위폐 밀거래에 대한 정보 활동도 강화할 예정이다. 국정원이 갈수록 첨단화, 지능화돼가는 국제범죄와의 전쟁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