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정원 직원


국정원은 대졸자를 대상으로 7급 직원을 뽑는데, 조기 퇴직을 선택하지 않는 한 대부분 4급까지 진급한다. 4급은 외교부를 제외한 일반 중앙부처에서 과장을 맡을 수 있는 고위직이다.

국정원은 대사급이 많은 외교통상부, 검사장급이 많은 법무부 그리고 장성이 많은 국방부를 제외하면, 1급 공무원이 가장 많은 부처다. 다른 부처에서 1급(관리관) 공무원은 기관실장을 비롯해 한두 명에 지나지 않지만, 국정원에는 ○○명인 본부 국장 전원, ○○명인 지부장 대부분이 1급 공무원이다.

국정원의 국장·단장·과장은 일반 중앙부처의 국장·심의관·과장보다 한 직급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상위직원이 많다.

김대중 정부는 1998년 4월1일 당시 안기부에 대해서도 구조조정 차원의 인사를 단행해 1급(관리관) 자리 12개, 2급(이사관) 50개, 3급(부이사관) 100여개, 4급(서기관) 70여개 등 총 580여개 직급을 없앴다. 이에 따라 2급 직원 53명, 3급 95명, 4급 1백56명 등 총 518명이 당시 안기부직원법에 의해 총무국 대기발령을 받았다. 안기부의 경우 대기발령자 가운데 1급은 6개월, 2급 이하는 1년 내에 보직을 못받으면 자동면직하게 돼 있다.


2. 국정원 5급이상 고위간부 출신대학


5급 이상 직원의 출신 대학은 고려대가 245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외국어대(216명) 서울대(181명) 경북대(178명) 연세대(151명)의 순이었다. 6∼10위는 한국방송통신대(149명) 성균관대(140명) 한양대(122명) 동국대(121명) 중앙대(119명)였다.


3. 국가안보 수호, 영욕의 40년 국가정보원


본인은 국가안전보장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으로서 투철한 애국심과 사명감을 발휘하여 국가에 봉사할 것을 맹서(盟誓)하고, 법령 및 직무상의 명령을 준수·복종하며, 창의와 성실로써 맡은 바 책무를 다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국가정보원의 신입 직원들은 원장 앞에서 국가정보원 직원법(제15조)에 규정된 이런 선서를 해야 한다. 1999년 1월21일 개정된 국가정보원 직원법(법률 제5682호)에 따른 것이다. 국가안전기획부가 국가정보원으로 다시 태어난 뒤에 생긴 변화한 풍속도 중 하나다. 그 전신인 중앙정보부 시절에는 신입 직원을 어두운 암실에 집어넣고 선서를 하게 했다. 안에 있을 때는 물론 퇴직한 뒤에도 지득(知得)한 기밀을 절대 외부에 누설하지 않겠다는 보안서약 의식이었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은 것은, 이 특정직 공무원은 입사와 동시에 사표를 내고 업무를 시작한다는 점이다. 역설적이지만 이 사표를 근거로 국정원은 직원에게 ‘사고’가 생기면 언제든지 “우리 직원이 아니다”라고 ‘도마뱀 꼬리 자르기’를 할 수 있다. 국내외에서 비합법적 정보수집 활동을 하다 발각되거나, 또는 북한에 잠입해 특수공작 활동을 하다가 체포되는 이런 ‘사고’가 흔치는 않지만 특수활동을 하는 이들에게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하나 같이 익명(匿名)으로 존재한다. 수천 명의 직원 중 정무직인 원장과 1·2·3차장 그리고 기조실장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공보관만이 신원(身元)을 공개할 수 있는 특수 집단이다. 심지어 죽어서도 이들의 신원은 비공개이고 더러는 신원(伸寃)하지 못한 억울한 죽음으로 남기도 한다. 그래서 정부 부처 중 유일하게 청사 내에 보훈탑이 있어 순직자 42명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그 중에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피살당한 최덕근 영사처럼 일반에 알려진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어떤 임무를 수행하다 죽었는지 베일에 싸여 있다.

전쟁에 대비한 무력집단인 군(軍)을 빼고는 평시에도 이처럼 보안과 익명을 생명으로 삼는 집단은 없다. 그것이 이들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익명에의 정열이 조직을 유지하는 덕목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익명에의 정열과 맹목적인 국가에 대한 충성심 때문에 이들은 국가안보를 정권안보와 동일시하기도 했다. 그 국정원이 6월10일로 창설 40주년을 맞이했다.


4. 국정원 해외파견 요원


1998년 7월 3일, 모스크바의 주러시아 한국대사관 소속 외교관 A씨가 러시아 보안요원들에게 긴급 체포돼 장시간 조사를 받은 뒤 추방명령을 받았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러시아 외교부 간부를 매수해 기밀을 빼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대응조치로 우리 정부도 서울 주재 러시아 외교관 한 명을 추방해, 양국간에는 한동안 외교 갈등이 벌어졌다.

당시 한국 정부는 외국어대 러시아어과 출신의 A씨 ‘스파이 행위’에 관한 러시아의 주장을 부인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무척 당황했다고 한다. A씨가 실제로는 국가정보원 소속 해외공작요원이었기 때문이다. 정보기관 요원이 A씨처럼 외교관 신분으로 위장하는 것을 ‘공식 위장(Official Cover)’이라고 한다. 이 같은 공식 위장은 어느 나라나 다 하는 일로, 상대국은 알면서도 이를 눈감아 준다. 당시 우리 정부가 추방한 서울 주재 러시아 외교관도 ‘공식 위장’ 요원이었다.

그렇게 ‘사고’를 치고 추방되거나 소환된 요원들의 인사처리는 어떻게 될까. 제재가 없거나 있더라도 형식적인 조치에 그치는 게 관례다. 해외요원들은 국정원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인사처우는 국정원 전체 직원의 사기, 나아가 국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하지만 A씨의 경우는 상황이 달랐다. 청와대가 A씨의 문책을 요구했던 것.

한 전직 국정원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측이 ‘러시아와의 외교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A씨를 해직시킬 것을 요구하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 간신히 설득해 해고는 면했지만 해외요원을 그런 이유로 자르면 누가 일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드물긴 하지만, 해외공작원 중에는 ‘일’을 내고도 영전한 경우가 없지 않다. 10여년 전, 서방국가에 주재하던 요원 B씨가 현지 북한공관의 중요서류를 통째로 확보한 일이 있었다. 북측의 항의로 정황을 파악한 해당국 정보기관이 “남의 나라에서 이런 식으로 대담하게 절도 행위를 할 수 있느냐”고 문제를 제기하는 등 사건이 외교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였다.

이에 우리측은 사과와 함께 B씨에 대해 즉각 소환이라는 ‘문책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표면상의 조치와 달리 B씨는 오히려 특진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B씨 같은 ‘공식 위장요원’과 달리 상사주재원 등으로 위장한 ‘흑색공작원’, 즉 ‘비공식위장(Non-official Cover) 요원’의 경우 신분이 매우 불안하다. 이들의 경우 사고를 쳐도 외교관 면책특권을 요구할 수 없는 데다, 정보기관도 그 존재 자체를 부인하기 마련이어서 최악의 경우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국정원은 정치에 개입했다가 코너에 몰리자 흑색공작원의 존재를 스스로 누설했던 전력이 있다. 97년 대선 당시 여권이 북한과 접촉해 북풍을 요청했다는 이른바 북풍사건이 불거진 98년 언론에 노출된 박채서(朴采緖)씨의 경우가 그렇다. 암호명 흑금성으로 불렸던 박씨는 손꼽히는 북한 전문 첩보요원이었으나, 여야의 정치공방 와중에 그 존재가 드러나 신분상 돌이킬 수 없는 불이익을 당한 결과가 됐다. 국정원은 당시는 물론 지금도 박씨가 국정원 요원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94년 7월 8일 북한 김일성(金日成) 주석 사망 당시 안전기획부는 섣부른 정보공개로 ‘광의의 공작 요원’을 저버린 일도 있다. “김일성 사망 같은 중대사태가 벌어졌는데 정보기관은 도대체 이를 감지나 하고 있었느냐”는 여론이 비등해지자 안기부 수뇌부는 국회 국방위에 “7월 8일 당시 북한과 외국간에 이뤄진 통신 감청 등을 통해 북한에 중대사태가 일어났음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보고했다.

당시 안기부 실무자들은 그 같은 통신감청은 북한 주석궁 내에 ‘인적 자산’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고, 따라서 이를 공개하면 북한에 관련 정보를 알려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국회 보고에 반대했지만, 수뇌부는 정치적 곤경을 타개하기 위해 이를 밀어붙였다.

한 전직 관계자는 “내가 듣기로는 국회 보고 몇 개월 뒤부터 북한 주석궁 내 우리 ‘인적 자산’과의 연락이 두절됐다고 한다. 필시 발각돼 처형됐을 것이란 얘기다. 우리로서는 복구 불능의 손실을 입은 것이다”고 말했다.

해외 정보원의 위상과 신분보장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관계자는 “이처럼 국내 정치에만 신경 쓸 뿐 해외공작의 기본을 모르는 책상물림들의 섣부른 판단이 상황을 그르치는 경우가 없지 않다”며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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