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장 출신인 연세대 정영철 교수는 "역대 정권이 국가정보원을 아마추어적으로 개혁해 중증 환자가 됐다"면서,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국정원 개혁이 잘못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영철 교수는 27일,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진행:신율 저녁 7:05-9:00)과 가진 인터뷰에서 국정원 개혁의 핵심인 수사권 폐지문제와 관련해 "과거처럼 인권을 유린하거나 정권안보에 나서는 일은 불식됐다"며 "수사권 문제를 단순히 대공수사 관점에서 볼 것이 아니라, 국가체제 유지를 위한 국가안보 수사권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정원의 수사권 행사에 따른 인권유린 염려에 대해서도 "지난 6년 동안 국정원이 대공수사를 했어도 인권유린이 나타난 사례는 하나도 없었다"면서, "그건 인권단체에서도 인정하는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정교수는 지금 "정보기관은 정보수집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아마추어적인 개혁으로 지금은 정보 수집능력이 상실됐다"고 지적하면서, "정보수집활동에서 일부 국내 정보는 제외하고, 나머지 해외정보만 하라는 건 맞지 않다"며 국내정보 수집 필요성을 주장했다. 정교수는 또, 국내 파트와 해외 파트간의 기구 통폐합 논란과 관련해서도 "정보기관의 기구는 임무나 기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개혁과 기구 통폐합은 본질적으로 관련이 없다"고 지적하며, 기구통폐합 무용론을 주장했다.

정교수는 하지만 국회의 감독권 강화문제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동의했다. 다만 "국회가 먼저 전문성을 갖춰야지,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예산이나 인원만 통제하려고 하면, 바람직한 감독활동이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나라 국회는 전문성도 없고, 전문성이 없는 상태에서 통제하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이 국정원 개혁을 외면한다는 여론에 떠밀려 국회정보위를 중심으로 국정원 개혁 논의를 시작했지만 논의 초기부터 반대 입장이 개진되면서 국정원 개혁 논의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이하 방송 내용 ********************
▶ 진행 : 신율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 출연 : 연세대 정영철 교수

- '국정원의 수사권 폐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과거엔 국정원이 전과안보?하고, 인권을 유린한 사례가 있었다. 지금도 그런 게 계속되고 있다면 당연히 폐지해야 하지만, 그동안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그런 문제는 불식됐다. 이제는 국정원의 수사권 문제를 단순히 대공수사 관점에서 봐선 안 된다. 국가 체제 유지를 위한 국가 안보 수사권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국정원에 수사권을 못 주겠다면 제 3의 기관을 만들어서라도 국가 운영에 필요한 안보 수사권을 어떻게든 유지하는 방법이 연구되어야지, 무조건 국정원 수사권부터 없애는 방향의 논의는 무리가 있다.

- 수사권이 존재하는 한 인권 침해의 가능성은 여전히 있지 않나?
최근 5~6년 동안 국정원의 대공수사 중에서 인권유린이 나타난 사례는 하나도 없다. 그건 인권단체에서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 국내정보수집기능을 금지해야 할까, 허용해야 할까?
답변 대신 내 경험을 말하겠다. 나는 퇴직하기 직전에 4년간 해외정보수집 책임자를 했는데, 해외에서의 정보수집 활동 방법을 설명하겠다. 우리가 해외에 나가 제일 역점을 두는 건 유력 정치인을 포섭하는 활동이다. 왜냐면 어느 국가나 정치인은 제일 영향력이 있고, 사회 각 부문과 잘 연결되어있기 때문이다. 지금 국내에는 많은 외국 정보기관들이 상주해 있다. 만약 우리가 국정원의 국내정보수집활동을 정지시킨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국내 정치인 대상 활동을 중지할까? 이건 일부 집단이 자신들에 대해 성역화 하려는 것밖에 안 된다. 정보활동에서 일부는 제하고 나머지는 하라는 건 옳지 않다. 외국의 정보기관이 어떻게 하는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 야당에서는 '국내정보정치활동에 대한 관여를 막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선 동의하나?
동의한다. 하지만 내가 주장하는 것은 지금까지 해온 정치사찰을 하자는 게 아니다. 참여정부 들어와서 국정원의 탈정치화, 탈권력화는 이뤄졌다.

- 야당에서는 계속 의혹 제기를 하는데?
야당의 일부 주장이지 많은 국민들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 국내 파트 기구와 해외 파트 기구를 분리한 채 놔둬야 할까, 통합해야 할까?
정보기관 기구는 임무 기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개혁과 기구 통폐합은 본질적으로 관련 없다. 현재 국정원은 역대 정권이 아마추어적으로 개혁을 해서 중증 환자가 되어있는 상태다. 정보기관은 정보수집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아마추어적 개혁으로 수집 능력이 상실된 기관이다. 이걸 어떻게 살리느냐가 문제지, 기구 통폐합은 문제의 본질을 모르는 얘기다.

- 정치권에서 국정원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문제가 있다?
그렇다.

- 정치권에서 왈가왈부하면 국회 통제도 제대로 될 수 없다는 의견인가?
내가 국회 감독권 강화를 많이 얘기하는데, 원칙적으로는 동의한다. 그러나 우선 국회는 국정원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그걸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예산이나 인원만 통제하려고 하면 바람직한 감독 활동을 못 한다. 외국에서는 오히려 정보기관 활동의 문제점을 국회 전문가들이 집어내서 지적해준다. 거기에 따라 예산과 인원을 조정해주는 게 감독 기능이지, 우리처럼 무조건 예산은 얼마로 써라, 인원은 얼마로 하라는 식으로 통제부터 해놓고 감독하려는 것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 하게 하는 것이다. 외국의 사례를 배우려면 본질을 제대로 보고 배워야 한다. 외국 국회에는 전문기관 뺨치는 전문의원들이 많이 있다. 그 사람들은 예산까지 편성할 능력을 갖고 있다.

- 우리나라 국회는 전문성도 없고, 전문성이 없는 상태에서 통제하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렇다.

▶진행:신율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월~토 오후 7시~9시)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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