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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베트남 정부’의 인터넷 홈페이지.
국가정보원(국정원) 등 한국의 정보기관과 35호실을 비롯한 북한 노동당의 정보기관이 중국과 동남아, 유럽을 무대로 공작을 펼쳐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국정원의 전신인 안기부가 1982년 스위스에서 유학하고 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처조카 이한영(성혜림 씨의 조카) 씨를 비밀리에 데려온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북한 노동당 35호실은 최근 타계한 영화감독 신상옥 씨와 영화배우 최은희 씨 부부를 78년 홍콩에서 각각 납치했었다.
남북한 정보기관이 제3국에서 다양한 공작을 펼친다면 반대로 다른 나라 정보기관도 한국에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공작을 펼치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펼치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 방첩기관은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며,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일을 짐작케 하는 사건이 최근 서울에서 일어났다.
4월5일 경찰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A호텔에 투숙하고 있던 미국 영주권자 베트남인 웬후찬(Nguyen Huu Chanh·58) 씨를 긴급체포해 서울구치소에 수감했다. 경찰이 웬 씨를 체포한 것은 베트남 정부의 요청 때문. 베트남 정부는 웬 씨가 베트남으로 폭탄 재료를 밀반입하려 했고, 태국 주재 베트남 대사관을 상대로 한 폭탄 테러를 배후 조종한 혐의가 있다며 주한(駐韓) 베트남 대사관을 통해 체포를 요청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한국 경찰이 어떻게 웬 씨의 소재지를 알아서 정확히 체포했느냐는 점이다.
태국서 폭탄 테러 배후 조종한 혐의
이 궁금증을 풀려면 먼저 한국과 베트남 관계, 그리고 웬 씨가 어떤 인물인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한국은 미국을 도와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나라이지만, 베트남 공산화 이후 중단됐던 외교관계가 1992년 12월22일 복구됐다. 이를 계기로 많은 중소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해 활발한 사업을 펼쳤고, 최근엔 한류(韓流) 바람도 거세다고 한다.
양국은 2003년 9월8일 서울에서 윤영관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과 베트남의 웬신홍 재무부 장관이 마주앉아 범죄인 인도조약에 서명했다. 이 조약은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쳐 2005년 4월19일 발효됐다. 양국은 범죄를 저지르고 상대국으로 도주한 사람이 있으면 상대 정부에 요청해 그를 잡아올 수 있게 된 것이다. 웬 씨는 바로 이 조약 때문에 한국 경찰에 체포됐다.
‘주간동아’가 웬 씨의 이름과 나이를 공개하는 것은 웬 씨 체포 사건이 국제적 문제로 비화해 이미 공개돼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웬 씨 체포는 왜 국제적 문제로 비화한 것일까. 그 이유를 알려면 먼저 베트남 현대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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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에 초대받은 웬후찬 베트남민족당 대표(왼쪽). ② 2004년 8월3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린 ‘테러 반대 행진’ 회의에서 연설 중인 웬 대표(서 있는 사람). ③ 웬 씨가 주도한 베트남 인권 시위 모습.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