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인기 도청도 못말려?
7급공채 80대1…대학엔 취업대비반까지
김남일 기자
국가정보원이 불법도청 파문으로 휘청거리고 있는 속에서도 입원 지원자가 크게 몰렸다.

국정원은 4일 시작해 10일 마감한 국정원 7급 직원 공채모집에서 약 80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11일 밝혔다. 국정원은 “정확한 모집 인원은 보안사항”이라고 말했지만, 매년 30~40명 정도 뽑는 것으로 알려진 공채에 3000명 안팎이 몰린 것으로 추정된다. 국정원은 정보·안보수사·보안방첩·전산·통신 등 5개 분야에서 사람을 뽑는다.

그동안 고문과 조작사건 등의 음습한 이미지로 대학가에서도 ‘음지’를 맴돌던 국정원이 ‘커밍아웃’한 것은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다. 1993년부터 각 대학에 취업설명서나 소개책자 등을 보내기 시작한 당시 국가안전기획부는 94년 연세대에서 첫 공채설명회를 했다. 당시 총학생회 쪽에서는 ‘조작사건에 대해 사과하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후 안기부의 모집광고와 채용설명회 등은 여느 기업이나 기관과 다름없이 성황리에 실시되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안정적인 대우와 국외근무 등을 내건 국정원의 손짓에 취업 준비생들은 점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영삼 정권에 이어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실체야 어떻든 국정원의 이미지는 한결 부드럽게 비쳤고, 대학가의 무뎌진 정치의식도 한몫을 했다. 98년 외환위기 때는 226 대 1까지 경쟁률이 치솟았다. 군사정권 시절에 견줘 10배가 넘는 경쟁률이다.

이러다 보니까 몇몇 대학에는 국정원 취업 준비 공부모임까지 결성됐다. 취업학원에는 국정원 취업대비반도 생겨났다. 국정원 관계자는 “법, 경제, 물리, 화학 등이 포함된 종합교양시험이 꽤 어렵다”고 전했다.

국정원이 불법도청 사건으로 고개를 못 들고 있지만, 취업에 목마른 구직자들은 개의치 않는 눈치다. 대학생 권아무개(26)씨는 “도청 파문이 조금 신경쓰이긴 하지만, 기업체 입사시험과 별 차이가 없는데다 안정된 직장이라는 생각에 지원서를 냈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김연주 인턴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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