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의 말들 -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 문장 시리즈
은유 지음 / 유유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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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지쳐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자정 무렵까지 쉴 틈이 없다. 내가 임신했을 때 친구 몇 명이 이제 헬 게이트가 열렸다며 겁을 주었는데 온몸으로 실감한다.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일이 이렇게 힘든 줄 미처 몰랐다. 심지어 함께 노는데도 나만 기진맥진이다. 홀린 듯이 엄마됨을 후회함이라는 책을 읽었다. 다 읽고서 드는 생각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음’(책 내용과는 별개로). 답답함이 밀려왔다. 심신이 너덜너덜하다.

 

 이런 시답잖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나 요즘 육아 때문에 정신없고 피곤해서 독후감 쓸 기력이 없어라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하고 싶은 일에는 방법이 보이고 하기 싫은 일에는 핑계가 보인다.”(16), “미루겠다는 것은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32)라니. 이런 글을 읽고서 독후감을 안 쓰자니 아이의 똥 기저귀를 안 갈고 재우는 기분이다. 얼마나 대단한 걸 쓰겠다고 미루고 고심하는 건지. 말 그대로 독후감(讀後感). 읽은 후 감상을 쓰는 거다. 간단해, 아무렴.

 

 은유 작가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지난 해 글쓰기의 최전선을 읽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 책도 그렇다. 최대한 천천히 읽고 싶어서 별로 두껍지 않은 책인데도 오래 붙들고 읽었다.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가 부제(副題). 누가 지었는지는 몰라도 대단하다. 내가 지금 독후감을 안 쓰려다 쓰고 있으니까. 독자가 '글 쓰는 사람'이 되는 데 보탬을 주기 위해 작가가 직접 모은 문장들에다 생각을 덧붙인 책이다. 읽다 보면 글이 쓰고 싶어진다. 아무 글이라도, 엉망이고 엉뚱하더라도 쓰고 싶어진다. 그래서 책 읽는 동안 일기를 몇 편 썼다. 여러 모로 적절한 부제다.

 

 나는 글쓰기가 어렵다. “토사물 같은 말을 쏟아 내긴 싫”(23),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 어렵고, 그 어수선한 생각의 파편을 보자니 괴롭”(25)기도 하다. 잘 쓴 글, 생각하게 만드는 글, 정확한 글, 시원한 글, 새로운 시각을 보태주는 글 등, 좋은 글을 보면 항상 글쓴이가 부럽다. 그저 독자’(讀者) 역할만 충실히 하면 될 텐데도(그마저도 쉽지 않지만) 글 잘 쓰는 사람이고 싶다. 멋지게 표현하고 싶은 욕구도 있고, 잘 읽기 위해서 잘 쓸 필요도 있다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그나마 글로 쓰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신의 변덕스러움, 나약함, 얄팍함, 불확실성을 어디서 확인할까. 이토록 오락가락하면서 과연 어디로 가는지 궤적을 어떻게 그려 볼까. 흔들리지 않는 게 아니라 흔들리는 상태를 인식하는 것. 글이 주는 선물 같다.”(167)

 

 처음 서재를 시작할 때 독후감을 공개할지 말지 고민했었다. 내 글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한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결코 잘 쓰지도 못할뿐더러 내가 책을 잘못 읽어냈을까 불안하기도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 글에 대해 사람들로부터 별다른 지적을 받지는 않았지만(관심을 받지 못한 건지도), 스스로는 안다. 얼마나 어설프고 엉성한지. 꼼꼼히 읽고 생각하지도 않은 채 떠오르는 대로 적는 거다. 뭘 적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그렇다.

 

 그래도 일단 쓴다. 읽고 쓰고, 고치면서 다시 읽고 생각하는 거다(쓰고 고치면서 다시 읽고 생각하는 게 잘 안 된다, 그래서 읽는 것도 엉성하다). 어쩌면 글을 쓴다는 건 그 과정의 반복인지도 모르겠다. 읽고 생각하고 쓰고 고치고 생각하고 쓰고. 번거롭고 고되고 귀찮고 힘들다. 그러다가 문득, 왜 쓰고 있는지 돌이켜 본다. 써야만 하니까 쓰는 거 아닌가. 안 쓰면 안 될 것 같으니까. 그 느낌이 참 고약하다. 뚜렷한 실체도 없이 마음을 짓누른다. 누가 뭐라는 것도 아니고, 쓴다고 해서 가볍고 후련해지는 것도 아닌데.

 

 〈쓰기의 말들을 읽으며 자신 안의 쓰려는 본능(?)’을 일깨울 기회를 갖길. 그리고 독후감이라도 써보자.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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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an 2016-10-26 0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고싶은 일에는 방법이 보이고 하기 싫은 일에는 핑계가 보인다.` 아주 콕 찔리는 말 이네요.... 그리고 힘내십시요~ 아이가 엄마를 힘들게 하지만 누워있을때가 걸어다닐때보다 낫고 걸어다닐때가 뛰어다닐때보다 낫다는 말이 그리 틀리지 않아 보입니다. 힘들게 하다 잠들면 예쁘기도 할거구요^^

cobomi 2016-11-01 08:16   좋아요 0 | URL
아기가 저를 힘들게 한다기보다는, 제가 이 상황 자체를 힘겹게 생각할 때가 많아요. 워낙 생활의 변화가 급격해서요ㅎㅎ 말씀하신대로 아기가 잠들면 무척 예뻐요. 계속 잤으면 좋겠어요ㅋㅋㅋㅋ

cyrus 2016-10-26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회원 댓글로 남의 글을 지적하는 사람들 대다수는 어그로꾼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언제 나타날 지 모르지만, 너무 신경 쓰지 말고 평소대로 글을 쓰면 됩니다. ^^

cobomi 2016-11-01 08:20   좋아요 0 | URL
`어그로`라는 단어가 이렇게도 쓰이는 줄 미처 몰랐어요. 저도 온라인 게임(mmorpg) 하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단어거든요ㅎㅎ
어그로 유발자가 나타난다면 관심을 안 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거라고, 머리로는 생각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