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을 자유 - 로쟈의 책읽기 2000-2010
이현우(로쟈) 지음 / 현암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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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첫 출간된 책을 이제야 읽다니 늦은 감이 있다. 더구나 로쟈의 책을.

그는 서평의 세계(?)에서 너무나도 유명한데, 나처럼 너무나도 안 유명한 사람이 그의 서평집을 읽고 리뷰를 쓰려니 심히 부담스럽고 쫄린다.

 

서평은 왜 읽는 걸까? 저자는 신기주와의 인터뷰에서 서평의 기능이 세 가지라 말했다. 첫째는 읽게끔 해주는 것(좋은 책을 사서’ 읽게 만드는 것), 둘째는 안 읽게끔 해주는 것(특히 번역이 엉망인 경우), 셋째는 읽은 척하게 해주는 것이다. 사람들이 서평을 읽는 이유도 이 세 가지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왜 다른 사람도 아닌 로쟈의 서평을 읽는가?’ 하는 거다. 더구나 다른 사람들도 저자가 말한 세 가지 기능을 탑재한 서평을, 그것도 쉽고 재미있게 잘 쓰는데 말이다. 궁금한가? (특별히 500원을 받지 않고) 책을 읽을 자유를 읽은 후 나름대로 찾은 답을 몇 가지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먼저, 로쟈의 서평은 그 자체로 다른 독자들에게 축복이라는 점이다. 뻥이 너무 심하다고? 절대 그렇지 않다. 서점과 도서관에는 정말 많은 책들이 널려 있다. 그 무수한 책 중에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읽고 싶은 책이 끊임없이 대기하고 있는 사람은 (내 생각엔 드물지만) 상관없겠지만, 읽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어떤 책을 읽어야 좋을지 모르는 사람에겐 로쟈의 서평이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다. 일종의 여행안내책자인 셈이다. 그의 서평을 읽으면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그래서 어떤 책을 읽고 어떤 방향으로 공부해야 하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적어도 인문사회과학 분야에 있어서는). 특정한 사람이나 주제를 다룰 때, 저자는 관련 책들을 몇 권씩 나열해서 조감도를 그려준다. 각각의 장단점 설명은 물론이고 어떤 관점으로 읽는 것이 좋은지, 저자가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쓴 책인지도 알려준다. 그야말로 친절한 로쟈씨다.

 

두 번째는 앞서 말한 것과 관련이 있는데, 독자의 관심 영역이 확대된다는 점이다. 단순히 이 책 재미있겠다를 넘어서 이런 주제로 공부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 내가 이런 것에도 관심이 있었던가, 스스로도 낯설 정도로 흥미로운 내용을 가득 담고 있다. ‘나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는 독자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세 번째는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로쟈의 서평은 곧 그의 책읽기다. 그가 어떻게 책을 읽어내고 공부했는지 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때문에 읽을 책을 목록으로 만드는 것에서부터 책을 읽을 때 주목해야 할 부분, 참고 자료를 찾아보는 습관, 미심쩍은 것은 원서와 대조해보고 다른 자료도 확인해보는 것 등의 태도를 엿볼 수 있어서 혼자 책을 볼 때도 도움이 된다. 내 경우엔 뭘 읽었는지 모르는 상태가 자주 있어서, 제대로 읽기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 로쟈의 서평을 찬찬히 읽으며 내용과는 상관없이 독서(공부)를 이렇게 하면 좋겠구나, 싶을 때가 많았다. 이 점과 관련해서는 저자의 인터뷰를 참고하는 게 좋겠다.

저는 읽기 위해 써요. 읽고 쓰는 게 서로 순환하는 거죠. 잘 읽으려면 잘 써야 해요. 잘 쓰면 더 잘 읽게 됩니다. 자기가 뭘 읽었는지 알게 되거든요.”(인물과사상204(2015.4), 24)

역시, 써야 한다. 읽기만 해서는 뭘 읽었는지 모르는 상태가 된다. 포인트는 읽기 위해 쓰는 것이다. ‘참 좋았어요’, ‘재미있었어요의 수준(내 수준)이 아니라, 잘 읽기 위해 쓰는 것. 막연한 느낌이지만 쓰는 것이 읽는 것과 별개일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네 번째는 번역에 관심을 갖도록 해준다는 점이다. 번역이라고? 번역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도록 용기를 준다는 게 아니다.(어쩌면 누군가는 그런 마음을 먹을 수도 있겠다) “국내에서 출간되는 인문사회과학서의 절반 이상이 번역서이며, 학술교양서의 경우에는 번역서의 비중이 60퍼센트를 넘는”(159) 현실이기에, 그만큼 독서에 있어 번역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나처럼 외국어라고는 거의 모르는(그래서 원서와 병행해서 읽는 건 고려대상조차 되지 않는) 독자의 경우에도 번역은 중요한 사항인데, 자칫 건강을 해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무늬만 한국어일 뿐 마법의 주문처럼 번역해놓은 책을 읽을 때마다 엄청난 분노에 휩싸여 혈압이 치솟곤 한다. 그런 분노유발 번역서는 읽다가 팽개친다는 장점(?)이라도 있지만, 이름이나 개념 등을 잘못 번역한 경우엔 문제가 심각하다. 나처럼 원서를 못 읽는(슬프다) 독자들은 번역서의 가독성이 좋을 경우 뭐가 잘못된 건지도 모른 채 신나게 읽을 테니까. 그러니 독자 여러분, 잘못 번역된 부분을 발견하신다면 널리 알려주세요.

 

마지막으로 독서와 글쓰기(리뷰)에 대한 투지를 불태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난 읽는 내내 그를 능가하고 싶다는 승부욕에 불타올랐다. 나도 뭔가 폼 나게 읽고 쓰고 싶다는. , 물론 읽은 지 하루 정도 지나니까 저런 생각을 했었나 싶게 열정이 희미해지긴 했다.

 

2010년에 출간된 책인 만큼 그 이후에 나온 책에 대한 서평은 블로그를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모쪼록 로쟈의 이 책과 블로그가 책 세계를 여행하는 많은 독자들에게 변함없이 좋은 안내서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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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5-11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obomi님 (괄호) 속 자학유머 은근 재밌습니다ㅎ

cobomi 2015-05-11 12:3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그런가요ㅎㅎㅎ 나름 진지한데요 ㅎㅎㅎㅎ

cyrus 2015-05-11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집을 읽으면 글쓴이가 어떻게 글 쓰는지 보는 것이 아니라 그책 속에 언급되는 책들이 뭐가 있는지 보게 되요. 그래서 책 속의 책들이 읽고 싶어져요. ^^

cobomi 2015-05-11 23:06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래서 장바구니가 대책없이 가득 차죠ㅎㅎ

albatros 2015-07-03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는 책이 로쟈의 손을 거쳐갔다는 걸 알면 왠지 안심이 되더라구요. 아, 이 책은 나름대로 검증된 책이구나!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