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 3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15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며 비로소 깨달은 인생의 지혜 42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

이 두 책은 유명하다.

너무나 유명한 나머지 미처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읽었는데, 별 다른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역시 서른에 봤어야 하나...)

작가의 탓이 아니다.

순전히 내 개인적인 취향 때문인데, 나는 소위 '힐링' 의 느낌을 자아내는 책에 감흥이 없다.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야"라는, 뻔하고 맥빠지는 결론이 싫어서다.

 

그럼에도 김혜남의 신간(문득 신간의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하다)을 구입한 까닭은, 작가가 <인물과사상> 205호(2015.5) 표지인물이기 때문이다.

'오늘을 재미있게 사는 방법'이란 제목의 인터뷰가 실렸다.

 

"여자 한쪽만 부당하게 명절에 일한다는 건 문제죠. 다만 그런 갈등을 풀 생각을 안 하고 신드롬으로 만들어버리면, 결국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누어지는 질환이 되는 거예요. 해당자는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되고요. 스스로 극복하기보다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죠." (<인물과사상> 205호, 20쪽)

 

책 얘기와 상관이 없었음에도 이 부분에서 궁금증이 돋았다.

뭔가 여성 문제도 다루고 있을 거라는 기대감.

앞뒤로 이어지는 인터뷰 내용은 그러니까, 힐링이 아니라 결핍을 인정하고 메워가는 '성장'을 해보자는 것이다.

저자가 '삶과 연애하'면서 오늘을 재미있게 살아가는 이유들을 풀어놓은 거구나,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거구나, 기대하며 책을 읽었다.

 

하아….

읽다 보니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갸우뚱하기도 한다.

대체로 답답한 기분이다.

 

그 중 한 가지.

애써 다른 사람을 이해하거나 바꾸려 하지 말라는 말이 눈에 띈다.

'왜 저러나' 생각하지 말고, '저 사람은 원래 저래'하면서 인정해버리라고.

책에서는 시댁과의 갈등이 일례로 등장하는데, 괜히 이해하려 들고 바꾸려 들면 본인만 피곤하니까 그냥 인정해버리고 에너지를 다른 곳에 쏟는 것이 좋다는 거다.

이 대목에서 고민이 깊어진다.

해결책이 진정 저것 뿐인가 싶어서다.

책 겉표지에 무려 빨간색 글씨로 적힌 

"3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15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며 비로소 깨달은 인생의 지혜 42"

라는 문구를 떠올린다면, 저자의 조언을 따르는 것이 지혜로운 일일 텐데….

 

나의 의문은 이러하다.

갈등과 스트레스는 꼭 나쁜 것인가? 즉, 갈등과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가 반드시 평화롭고 좋은 상태인가?

개인적으로는 '원래 저래'라고 인정해버리는 것이 지혜일지 모르겠으나, 모든 사람이 저러한 '지혜'를 발휘한다면 어떻게 될까?

뭐랄까. 이면을 보려 하지 않고 겉만 보고서 단정지어 버리는 느낌?

 

내가 너무 삐딱한 건가 싶다.

만일 내가 저자처럼 불치병을 앓고 있다면 이런 고민들이 부질 없게 느껴질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러려니 하며 살 걸 그랬다고 후회할 수도 있다.

역시 관계는 어려운 문제다.

아무래도 저자는 정신분석 전문의니까, 정신 건강을 위해서는 저자의 조언을 따르는 것이 좋겠지?

게다가 저자가 '3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15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며 비로소 깨달은 인생의 지혜'라니까….

이해할 수 없는 조언들이 곳곳에서 등장하지만 '그러려니' 인정해버리기로 한다.

 

어쨌든 매사에 전전긍긍하지 말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라는 메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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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5-05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다보면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사람이 있긴해요. 그런사람들까지 이해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될거에요. 그렇게 에너지가 소모되더라도 이해를 할수 있으면 좋은데요~~
그런 경우에만 저 사람은 원래 그래~ 하고 넘어가는거죠~~ ㅎㅎ
나 당신한테 더 이상 에너지 쓰기싫어~
그리고 그 순간부터 그 관계는 끝이라고 생각해요~ 슬픈거 같아요.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말...

cobomi 2015-05-05 11:20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슬픈 느낌이었거든요. 더구나 사례가 고부갈등이라서요. 저 방법 뿐인가 싶었죠...

AgalmA 2015-05-05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인들은 애쓴다 볼 테지만, 내가 옳다 라는 걸 상대에게 강요하는 바꿈의 노력이 아니라, 서로 당신에게 이런 부분이 있다는 조언의 노력 정도는 있어야 관계 아닌가요. 물론 그 조언도 충분히 객관적인가를 살펴야겠죠. 그럼에도 상대에게 간섭이나 지적질로 보일 수 있다는 문제가 있으니 참 어려운 일이지만...
이런 문화가 제대로 없으니 사회나가면 위계와 폭력의 구도가 더 강력하게 작동해 더 괴로운 것이잖아요....

cobomi 2015-05-05 11:30   좋아요 1 | URL
네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거든요.
그러려니 하는 게 본인 마음은 편할지 몰라도 개선의 여지는 없달까요.
아이들이나 후배들이 제게 ˝그러려니˝ 한다고 생각하면, 전 서로 망가질 듯 싶거든요.

AgalmA 2015-05-05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요즘 사람들의 ˝내 맘이야!˝가 예사로 안 들려요....
언제나 있어왔던 생각이기도 하니....그래서 세상이 또 이런가...싶기도 하고.

cobomi 2015-05-05 11:33   좋아요 0 | URL
ㅠㅠ

cyrus 2015-05-05 1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갈등과 스트레스가 적당히 있어야 자신이 처한 상황을 스스로 극복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요즘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는 것들이 우리 주변에 많아서 혼자 감당하기 힘든 게 사실이에요. ^^;;

cobomi 2015-05-05 17:03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그래서 전 티비를 잘 안 틀죠....ㅎㅎ(특히 뉴스)
김혜남 선생님 말씀도 일리 있지만, 전 좀더 적극적인 제스쳐도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 다시 그 부분을 살펴보니까, 어차피 이해안될테니 인정하라는 데... 아마도 하다하다 도저히 이해 안될 땐 그러려니, 하면서 즐거울 수 있는 것이 더 낫다는 조언 같네요.
다시 봐도 100% 수긍은 안 되지만 선택은 각자의 몫이니까요. 생각해볼 문제 아닌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