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무엇 하나 남은 것 없을 때
온다
누구 하나 찾아오지 않을 때
온다
밤이 깊어도 잠이 깊어도
꿈 하나 이 가슴 깃들지 못할 때
온다는 말도 없이
어둠을 쓸어 내리는
별의 눈빛으로
끊임없이 잠 깨우는
부는 바람으로
너는 온다
바람부는 길 위
타고 남은 촛불에 불을 당기고
너를 새긴 시를 읽는다
나는 고요하게 너를 부른다
제아무리 바람 불어도
약한 눈물로 타고 있는
지상의 그리움은 꺼지지 않고
개밥바라기별 하나
나를
너를 새긴 메타포를
더디게 오고 있는 너를
눈 밝히며 내려다 본다
--- 요즘 밤마다 저는 서재의 전등을 끄고, 초에 불을 켭니다.
고요하게 일렁이는 둥근 촛불을 바라보면 제 마음도 어찌나 조용하고 차분해지는지... 그 적막과 침묵의 시간들을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을 정도로 참 좋습니다.
어제는 촛불을 켜놓고 서재 여기저기에 꽂혀 있는 시집을 들춰 읽었습니다. 릴케, 딜런 토마스, 기욤 아폴리네르, 옥타비오 빠스, 최승자, 로버트 브라우닝...
여러 시집들의 시들을 들추어 읽으며 저는 이 지극하고 아름다운 시들을 저 먼 개밥바라기별처럼 나를 들여다보고 있을 '너'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막연하고 막막한 삶에서 외롭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기에 무언가를 누군가를 그리워 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결핍과 부재는 늘 끊임없이 그리움을 낳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루하루를
그 절박한 그리움을 품고 살아가는 삶이 바로 기다림의 삶입니다.
그 기다림이 바로 생을 견디게 하고 살아가게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바로 그럴 때
제 아무리 바람 불어도
지상의 그리움은 꺼질래야 꺼질 수가 없는 법이지요.
오늘밤
집 안의 전등이란 전등은 모두 꺼뜨리고 초를 켜보세요.
그리고 고요하게 낮은 목소리든 침묵의 목소리든
그리워 하는 사람을 새긴 시를 읽어 보십시오.
별의 눈빛을 타고 더디고 더디지만
분명 너는 당신에게로 오고 또 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