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리다

 

 

 

너의 눈동자는 떨림

너의 눈동자가 나를 향해 빛날 때

빛나는 눈동자에 어둠 속 치떠는

나를 별처럼 새길 때

나는 음악처럼 떨린다

 

너의 긴 손가락들이 가만히

내 머리칼과 얼굴을 매만질 때

너의 따스한 손이 내 부르튼 손에 겹칠 때

네 촉촉한 입술이 내 갈라진 입술을 살포시 덮칠 때

네 긴 손가락들이 내 몸 가장자리 구석구석의 건반을 투명하게 건들 때

나는 악기처럼 떨린다

 

아주 가까이 있다거나

아득히 멀다는 건

나와 너 사이엔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일

 

가까이서 혹은 아득히 먼 별에서

그 사이 어딘가에서

바람이 불고

물든 잎들이 한없이 흔들려 떨어질 때

내 안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마음의 가지 가지 벌겋게 물든

잎들을 부드러운 혀로 소리없이 건드릴 때

나는 악기처럼 음악처럼 떨린다

 

네가 있어도

네가 없어도

내 안에 너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부는 바람에 그리움의 온 몸을 떨어

나는 노래처럼 떨린다

너의 노래로 오래도록 떨린다

 

 

 

 

--- 사랑은 결코 이성적인 영역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온통 감성과 광기의 영역이기만 한 것도 아닙니다. 사랑은 지극히 인간적인 것입니다.

 

  어제는 편한 운동복을 입고 동네 뒷산을 느릿느릿 산책했습니다. 굳이 어딘가를 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무엇을 해야한다는 생각도 없었기에 어슬렁 어슬렁 산책자가 되어 흙길을 밟고 또 밟았습니다.

 

  바쁜 한 주, 아니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몰랐습니다. 이토록 지척에 만발했었는지... 꽃나무에 꽃들이 다 벙글었더군요. 목련, 개나리, 벚꽃...

꽃이 이렇게 핀 줄도 모르고 저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문학이 어쩌니 메타포가 어쩌니... 이런 강의를 하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보고프다' 라는 말없는 편지를 자꾸만 쓰고 또 썼던 겁니다.

 

  아~ 이런 사람이란 어찌나 죄스럽고 불쌍한 중생인지요?!

 

  그래도 작년 가을에 썼던 이 시를 꺼내 보며 위로했습니다. 잎 진 나무 아래에 앉아 불어 오는 바람과 지는 잎들 속에서 악기처럼 떨렸던 순간들, 그리고 그 순간 순간에 끄적였던 시들... 그 떨림을 감지했던 미세한 촉수를 다시 벼르고 별러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상의 속도가 자꾸만 나를 너를 우리를 잡아먹으려고 아가리를 벌리고 달려들 때면 그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게 바로 그 떨림입니다. 아무리 바쁘고 허덕이더라도 낮의 시간에 근처 가까운 들길을 한 번 걸어보십시오.

 

  피어 있는 꽃, 그 꽃나무 아래에 서서 꽃처럼 아름다운 누군가를 떠올려 보십시오.

 

  그 순간이 무척 떨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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