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해가 진다
해가 질 때
생은 아프다
사랑도 아프다
아픈 사랑을 가슴에 품고
해 지는 두물머리를 걷는다
흘러가는 두 강이 하나가 되기 위해
온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순간의 모습
바로 저것이 너와 나의 사랑이었나
강물을 슬프다고 했었지
두 강이 만났어도 아직은
먼 길을 흐르고 흘러야만 하는
그런 막막한 아픔이라고
슬픈 운명의 낙인을 손쉽게 찍으며
그렇게 말했던가
너도 없는 저물 무렵
독백의 편지로 다시 중얼거리고만 싶네
결코 슬픔도 아픔도
비극적 생의 주인공도 아니라고
강은
가 닿아야만 하는 바다가 있어
슬프지만 기쁘다고
멀고 먼 그리움이어도
고단한 몸을 쉬지 않는다고
길고 긴 기다림이어도
조금씩 조금씩 너에게 가고 있다고
해가 진다
해가 질 때
생은 아프고 사랑도 아프다
미완성인 사랑이 만나
멀고 먼 길을 가는 두물머리
네가 없는 그 곳에
해가 지고 있다
--- 외롭고 쓸쓸할 때... 불현듯 우울하고 막막하여 마음이 스산해질 때... 괜히 마음 시리고 오래 전의 상처가 덧나 깊어만 갈 때... 그리고 사람이 그리워 질 때...
저는 두물머리에 가곤 합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이지요. 두 강은 만나지만, 이 곳에 가보면 혼자 걷는 사람이 제법 많습니다. 옛사랑을 그리거나 헤어짐의 아픔을, 기다림의 먹먹함을 한 발 한 발 디디러 온 사람들이지요. 그런 사람의 풍경은 마냥 슬프거나 쓸쓸하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처연하게 아름답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두 강이 아름답게 만나는 이 곳에서 누군가를 만났고 함께 걸었던 사람은
반드시 연어가 되돌아 오듯 이 곳으로 다시 거슬러 오기 마련입니다.
생이 아프신가요?
지나간 사랑 때문에 가슴 저미신지요?
지금 현재의 이룰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저릿저릿 아프신가요?
그렇다면
해가 지는 두물머리 그 곳으로 가보라고
강 위로 부서지는 햇살을 안고 한참을 저벅저벅 걷고 또 걸으시라고
두 강이 아프게 온 마음으로 만나 멀고 먼 바다를 향해 아프게 흐르고 흘러가는 그 모습을 오래도록 보고 또 보고 오시라고
강추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