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첫눈에 반한다는 말은
참 아름답다
첫눈에 반해보지 못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소리 소문없이 내리는
첫눈을 맞으며
마음을 열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 얼마 전 졸업한 제자가 찾아와... 급 흥분한 어조로 왈,
"샘! 저 드디어 만났어요."
"누굴?"
"그 오빠, 너무 사랑스러운 거 있죠. 정말 첫눈에 반했어요."
막 물오른 나무의 잎사귀처럼 푸르고 싱그러운 얼굴로
운명적인 첫사랑과의 조우를 이야기하는 어여쁜 제자의 모습은
그냥 환희와 기쁨 그 자체였습니다.
그 달뜬 정열과 이제 마악 처음으로 꽃피는 마음이 참 순수하고 고왔습니다.
이 무더운 폭염의 여름에... 소리소문 없이 이 어여쁜 숙녀의 가슴 속으로 첫눈이 내리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구요.
아주 오래고 오래 전... 대학 2학년 때... 그냥 막무가내로 외로움에 치를 떨던 겨울의 초입이 생각났습니다. 종로 거리를 쓸쓸하게 걷던 오후로 기억하는데... 그 때 정말 하얀 눈이 하늘에서 소리없이 땅으로 내려왔었습니다. 그 눈에 반해 저녁내내 외롭지도 슬프지도 그래서 술푸지도 않았던 날이었습니다.
그 밤 이 시를 끄적였던 기억이 아련하게 떠오른 오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