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서, 성령이여 - 내면의 불, 생명의 수여자, 가난한 이들을 위로하는 이
레오나르도 보프 지음, 이정배 옮김 / 한국기독교연구소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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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보프는 해방신학자들 중에서도 전통적인 신학적 주제들에 천착하는 대표적 신학자다. 상황과 실천을 강조하는 해방신학의 관점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도 전통 교의학적인 주제들을 적극적으로 재해석해내는 그의 신학은 서구 신학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현대신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서구 현대신학자들의 기독론, 성령론, 삼위일체론 논의에서 보프를 언급하는 내용을 보았을 것이다. 특히 그는 삼위일체론에 대한 여러 책을 썼기 때문에 그의 신학 안에서 성령론은 어느정도 정리되어 있었지만, <오소서 성령이여>는 성령에 대한 보프의 이해를 완결적으로 정리한 책으로 가치가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전통적인 성령론의 구조를 따라가면서도, 성령론과 현대 우주론의 대화를 시도하고 여성신학적 이해를 시도하며 해방신학이 늘 그러했듯 가난하고 억압된 모든 것들(인간 뿐 아니라 자연까지)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한가지 더 염두에 둘 것은 보프가 해방신학적 성령론을 풀어놓고 있는 현장인 라틴아메리카가 오순절 은사주의 운동이 가장 왕성하고 급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지역이라는 점이다. 이질적으로 보이는 이 두 성령론이 한 상황에서 등장하고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없을지도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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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유산 - 그리스도교 정신을 새롭게 생각하다
마인라트 림베크 지음, 김형수 옮김 / 분도출판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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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별 생각 없이 샀다가 매우 만족했던 토마시 할리크의 <하느님을 기다리는 시간>과 비슷한 느낌이(요즘 나는 오로지 느낌을 믿으며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들어서 아무것도 모른 채 덥썩 산 책인데, 개인적으로 흥미롭고 도움이 된 책이었다.

이 책은 쉽게 말하자면 십자가 죽음을 속죄와 구원을 위한 필연적 죽음으로 보지 않고, 다만 예수의 이 땅에서의 삶과 그가 전한 메세지 때문에 고난과 죽음으로 내몰렸다고 본다. 그리고 '예수가 자신의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전하려 한 기쁜 소식이 무엇'인지, 죽임당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주류체제로부터 배척당한 예수의 삶은 어떤 것이었는지를 추적한다. 사실 결론은 '예수의 삶(그의 유산)을 본받자'는 약간은 싱거운 내용일 수 있는데 그의 죽음을 속죄로 소급시키지 않고 예수의 삶에 바싹 붙여 해석하는 점이 좋았다. 십자가를 대속의 도구로만 환원시키고 감성팔이식의 은혜팔이를 반복하고 있는 사순절과 고난주간에 대한 내 불만을 잘 긁어준 책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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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하는 당신에게 - 쉴 틈 없는 업무의 나날 속에서 영성을 지켜내며 살아가는 그리스도인
이정규 지음 / 좋은씨앗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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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헬조선이 아니다. 노동시간과 환경에 대한 각종 기사와 통계지표들은 우리의 일터, 나아가 일상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 '직장에서 좋은 그리스도인이 되는 법’ 만큼 부질없는 이야기가 없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교회에서는 딱 그정도 이야기를 십수년째 반복하고 있다. <야근하는 당신에게>의 저자 이정규 목사는 아마도 이 괴리를 정확히 본 것 같다. 그는 직장 생활에 지쳐하는 교회의 지체들을 보면서 그들에게 공감하고 위로하기 위해, 그리고 그런 처지에서도 그리스도인들이 붙들어야 할 신앙의 가치와 참된 안식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차근차근 우리의 노동현실을 살피고, 십계명을 비롯한 성경의 규범들을 근거로 잘못된 현실을 평가하는 그의 시선은 평범하면서도 성실하고, 사려깊다. 일터와 일상, 교회에서 안식을 누리기 위한 방안으로 그가 제시하는 지침들도 충분히 설득력 있고 목회적으로 따뜻하다. 신앙과 일터, 신앙과 일상을 이어내려는 목회자가 쓸 이야기들로서는 최선에 가까운 책이 아닌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걸리는 점 두가지를 지적하며 앞으로 이 주제에 대한 더 나은 책들을 기대하고 싶다. 첫째로 일상신학은 신학자나 목회자가 아니라 일상의 가장 큰 부분을 구성하는 일터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일꾼(노동자)들이 써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둘째로 일터의 문제에 대해 접근할때는 신앙적 관점 외에 사회 구조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야근하는 당신에겐 좀 미안한 얘기지만, 바로 당신이 좀 나서서 이런 책 써주면 좋겠다.(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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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분열에 맞서 - 기독교와 교회의 보편성에 대하여
헤르만 바빙크 지음, 이혜경 옮김 / 도서출판100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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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는 시작부터가 저항이고 분리였다. 신앙 양심의 우선성을 주장하며 기존 교회로부터 분리해 나온 것이 개신교다. 첫 개혁자들의 본심과 그들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분리는 개신교의 원죄처럼 남아 이후 개신교는 셀수 없이 분열 분리되었다. 그 과정에서 생긴 상처와 어두운 역사들은 교회의 보편성과 일치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한다. 각자의 신앙 양심을 지키기 위한 분리는 피할 수 없겠지만 보편적인 기준과 테두리 아래서 일치와 평화를 이루어가는 것 역시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다. <교회의 분열에 맞서>는 화란 개혁주의의 지도자였던 헤르만 바빙크가 교회의 보편성에 관해 했던 짧은 강의를 엮은 책이다. 이 강의는 당시의 맥락을 이해하고 읽어야 할 특수한 강의지만(책 말미에 간략히 그 맥락이 소개되어 있다), 지금 한국의 우리가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다만 그것이 교회의 보편성이라는 보편적 진리 때문인지, 여전히 분열과 혐오를 그치지 않는 우리의 처지 때문인지에 대해서 잘 숙고하는 것이 독자들의 과제일 것이다.

이 책은 100이라는 신생 출판사의 두번째 책인데, 처녀작인 <종결자 그리스도>를 낸 후 매우 빠르게 두번째 책이 나왔다. 두권의 책을 함께 보내 기획이나 만듬새가 예사롭지 않다. 주목하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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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루터 - 교회일치 관점에서 마르틴 루터를 다시 보다
발터 카스퍼 지음, 모명숙 옮김 / 분도출판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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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기념사업과 이벤트는 물론이고 껀수만 있으면 루터를 소환하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우리의 자세가 너무 시끌벅적한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최근 기독교 출판계에도 마르틴 루터에 대한 책들이 쏟아지고 있어 약간 지루한 감이 있는데, 그럼에도 나름의 관점으로 루터를 조망하고 있는 책들을 보노라면 루터가 괜히 루터가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책 <마르틴 루터> 역시 비슷한 감탄을 자아낸다. 카톨릭에서 손꼽히는 신학자이자 추기경인 발터 카스퍼는 이 책에서 복음적 개혁, 교파주의, 근대성 등 우리가 루터에 대해 생각해야 할 키워드들을 거의 빠뜨리지 않으면서 얇은 분량에 압축적으로 루터의 기여를 검토한다. 그리고 그가 주장했던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에 대한 복음 및 회개에 대한 호소’가 이 시대 교회 일치 운동의 중요한 키워드라고 언급하며 루터에 대한 우호적 평가를 내린다. 카톨릭과 루터란의 대화와 화해는 이미 적지 않게 진행되어 왔지만, 개혁자였던 동시에 분리의 원죄를 안고 있는 루터로부터 교회 일치를 위한 가능성을 발견해내는 저자의 사려깊은 시선이 인상적이다. 물론 책이 지나치게 얇다보니 이 주제에 대한 선이해가 없으면 낯선 이름과 사건 연도만 읽다가 끝나버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개신교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카톨릭식 용어들도 약간 낯설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터에 대해 관심있는 독자들이라면 기꺼이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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