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아우구스티누스 - 유한자의 조건과 무한자의 부르심
로완 윌리엄스 지음, 이민희 외 옮김 / 도서출판100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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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완독은 힘겨웠지만 읽는 내내 정체를 정확히 말하기 힘든 은은한 끌림이 있었다. 힘겨웠던 점부터 이야기하는 게 솔직할 것 같은데, 이 책은 어렵다. "다시 읽는"이라는 제목 문구대로 로완 윌리엄스는 아우구스티누스에 대한 기존의 이해를 반박하면서 아우구스티누스를 재발견해 낸다. 그런데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지 않아서 아우구스티누스에 대해, 또 현대의 신학자와 철학자들이 그를 해석하는 논의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논의를 따라가기가 솔직히 어렵다. 한나 아렌트, 마사 누스바움 등 거장들이 거론되고 자기 인식, 시간, 창조, 정치, 삼위일체, 사랑 등 묵직한 주제가 다뤄지는데, 이를 명쾌하게 이해해 정리하고 싶은 독자들은 조금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학문적 맥락의 복잡함과는 별개로, 이 책에는 그 무엇보다 하나님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영원 안에서 자신을 자리매김하고자 했던 아우구스티누스의 열정이 담겨 있다. 그리고 오랫동안 아우구스티누스를 읽고 가르치며 자신의 영성에 접목하고자 했던 로완 윌리엄스의 치열한 탐구 결과가 담겨 있다. 로완은 아우구스티누스야말로 "우리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알 수 없는 것과 의심할 수 없는 것에 대해 탐색적이고 건설적인 물음"(10쪽)을 던진 사람임을 알려 주며, 그 물음 안에서 하나님의 은총과 사랑의 신비를 탐색하고 자기를 발견해 가도록 도전한다. 내용과 맥락의 복잡함 때문에 책장을 넘기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묵직하게 가슴에 울리는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 때문에 계속 가슴이 벅찼던 것도 사실이다.

한 줄 평: 머리가 벅차기는 했지만, 가슴도 벅차오르는 책.

(2021. 2. 24, 뉴스앤조이 별의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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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미로 책의 지도 - 텍스트 숲에서 길을 잃은 당신에게
송인규 지음 / 비아토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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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를 '한 책의 종교'라 하기도 할 만큼 그리스도인들에게 책은 각별하다. 사실 이 '별의별평'도 좋은 책을 소개하겠다는 의도로 쓰고 있는 것이니, 나 역시 신앙에 있어 책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의외로 독서·공부법과 신앙 성숙의 관계를 잘 규명·설명·안내하는 책은 드물다. 특히 최근에는 그런 책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소문난 탐서가인 저자가 책과 독서, 그리스도인의 성숙에 관한 내용을 잘 정리한 책을 펴내 반갑고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 자체로 이 책의 장점이다. 첫째, 독서의 유익과 독서 방법을 충실하게 소개한다. '책의 미로'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저자의 개인적 서사와 함께 서술돼 흥미롭게 읽힌다. '이분 엉뚱한 천재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둘째, 신앙 성숙을 돕는 책의 유형과 목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책의 지도'인 셈인데 이 지도는 ①크리스천 마인드 ②세계관 ③영성 ④학문과 신앙 ⑤책 중의 책(성경)으로 범주를 나눴다. 각 범주는 다시 세부 범주로 나뉘고 주요 도서를 일별할 수 있게 정리했다. 두고두고 살펴볼 만하고, 독서에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목록이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책의 지도가 저자의 개인적 관심과 여정을 반영한 것이라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보편적으로 해당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언급된 책들도 기독교 서적에 한정돼 있으며 주로 조금 오래된 책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한 권의 책이 모든 기대를 채울 수는 없는 법. 중간중간 나오는 재치 있는 일러스트가 마냥 딱딱할 수 있는 책의 분위기를 재미있게 풀어 줘 좋았다.

한 줄 평: 엉뚱한 천재의 책과 신앙 이야기. 장점 두 개, 단점 한 개.

(2021. 3. 22, 뉴스앤조이 별의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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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는 하나님 - 이주와 난민, 그리고 환대 이야기
캐런 곤잘레스 지음, 박명준 옮김, 이일 해설 / 바람이불어오는곳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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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부터 한국에도 난민들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었지만, 우리는 오랫동안 그들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없는 존재'로 은폐돼 있던 이들은 제주도 예멘 난민이라는 이름으로 비로소 발견됐는데, 발견되자마자 거친 혐오에 시달려야 했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썩 나아진 것은 없어 보인다. 왜 소수자들은 항상 발견되지 못한 채로 은폐돼 있거나, 존재를 드러내려 하면 극한 혐오에 시달리기 마련일까. 그런 존재들을 발견하고 이름을 붙여 주며 편이 돼 주는 일, 그들과 한 가족이 돼 함께 살아가는 일이 작고 약한 이들을 편드시는 하나님의 일이고 성경의 중심 내러티브, 즉 구원이다. <보시는 하나님>은 이 사실을 차분하게 '보여' 준다. 성경 이야기 재해석과 그 안에 녹아 있는 다양한 이주민 이야기도 아주 교훈적이다. 룻·하갈처럼 대표적인 이방인 이야기뿐 아니라 아브라함·요셉 같은 성공의 아이콘을 이주민 관점에서 다시 읽은 이야기는 무척 인상적이다. 또 저자가 성경 이야기 사이사이 서술한 자신의 이주민·여성 경험은 매우 감동적이다. 구체적인 이야기이지만 미국의 맥락이라 한국 독자들에게는 필연적인 거리감이 있는데, 한국 난민 활동가가 정성껏 쓴 해설이 이를 잘 보완한다. 주제, 내용, 저자 등 여러 지점에서 눈에 띄는 특징이 선명한 보기 드문 책이다.

한 줄 평: 보시는 하나님이 보시는 것을 보여 준다. 꼭 보시라.

(2021. 3. 25, 뉴스앤조이 별의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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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서에 가면
비벌리 로버츠 가벤타 지음, 이학영 옮김 / 도서출판 학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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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서에 대한 책은 솔직히 지겨워서 더 볼 마음이 없는데, 나올 때마다 꼭 펼쳐 보게 된다. 하지만 '역시…' 하고 금세 덮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로마서에 가면>(학영)은 제목이나 표지부터 끌리는 점이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치고는 두 지점에 매우 흥미를 느껴 후루룩 읽었다. 일단 '합쇼체'와 '해요체'를 섞어 번역했다는 일러두기가 매력적이었고, 저자가 서문 첫머리에서 "이 책은 일반적으로 로마서와 관련된 책을 한 번도 읽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책입니다"라고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과연 본문은 편안하게 읽혔고, 내용도 바울의 편지에 담긴 '우주적 지평'을 잘 설명해 줘 다시 로마서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출판사가 자랑하듯 써 놓은 '저자가 무슨 메달을 받았다'느니, '어느 학회 회장이었다'느니 하는 이력이 아니더도 이 책이 생생하게 보여 주는 두 가지 특징은 독자들에게 권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영화로 시작해 노래로 끝내는 센스, 단 한 문장도 이해가 어렵지 않은 간명함, 한 번쯤 들어 봤을 법한 여러 신학자의 논의를 사이사이 적절히 녹여 내며 로마서의 맥락과 바울이 말하고자 한 바, 오늘날의 적용점까지 풀어 내는 저자의 실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저자에 대해서는 몇몇 책에서 이름만 얼핏 봤을 뿐 전혀 몰랐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여성인 걸 알았다. 이것이 이 책의 세번째 매력이다. 사실 앞의 두 매력이 모두 여기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좋은 책을 찾아 센스 있게 번역·출간한 번역자와 출판사에게(사실 1인 출판사라 번역자와 발행인이 같다) 크게 감사하다. 다만 번역은 약간 거친 부분이 있었고, 판형을 조금 더 작게 만들어 손에 쏙 들어오게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바람을 전하고 싶다.

한 줄 평: 후루룩 읽고 나니 로마서를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2021. 3. 26, 뉴스앤조이 별의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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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 주님의 식탁으로 - 성찬에 참여하는 모든 이에게 비아 에세이
윌리엄 윌리몬 지음, 정다운 옮김 / 비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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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때문에 대면 예배가 불가능해졌을 때 온라인 예배와 성찬에 대한 논의가 나름 뜨거웠다. 온라인으로는 예배나 성찬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사람들의 딱딱한 교리도 답답하지만, 그것을 너무 손쉽게 여기며 '그냥 하면 된다'는 입장에도 좀 더 숙고해 볼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배나 성찬의 진정한 의미는 신학적 논리와 규범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여러 맥락과 그 속에서 경험되는 다양한 감각에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우리는 성찬을 어떻게 경험하고, 그 감각을 어떻게 체득하고 있는가'를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오라, 주님의 식탁으로>(비아)는 성찬에 얽힌 신학적 이론을 논하기보다는 공통 감각을 일깨우는 데 치중하고 있어 내 질문에 잘 와닿았다. 이 책은 성찬에서 어떻게 빵과 잔이 몸과 피가 되는지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성찬을 거행해야 하는지도 별로 알려 주지 않는다. 오히려 엄숙한 예배 시간에 거행되는 전례로서의 성찬보다는 우리 신앙과 일상 구석구석마다 차려진 주님의 식탁을 발견하게 하고 그것을 누리도록 이끌어 준다. 그래서 성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주님의 몸과 피가 어떻게 우리의 생명이 되는지 선명하게 알려 준다. 누구는 이 책을 읽고 성찬이 너무 하고 싶어졌다던데, 나는 성찬보다는 교회 밥이 당겼다.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교회의 쿰쿰한 지하 식당에서 먹던, 배는 금방 꺼지지만 왠지 당기던 그 밥이 떠올라서 따뜻하고 행복한 독서였다.

한 줄 평: 교회 밥 '땡기게' 하는 책.

(2021. 4. 16. 뉴스앤조이 별의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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