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속의 선생님은 찌질했다. 질투심만큼 인간의 찌질한 민낯을 드러나게 하는 것이 세상에 또 있을까. 몇 안 되는 등장인물에, 별다른 사건도 없이 결말의 단서를 쫓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집중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작가는 또 몇이나 될까. 나는 이 추리소설도 뭣도 아닌 장르의 이야기를 화자인 ‘나’와 유서 속의 선생님이 모기 똥 만큼씩 쥐어 주는 단서들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쫓아 갔지만, 이건 다시 생각해도 정말 별 내용이 없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무게감을 주는 글이다. 그리고 그 무게감은 중립을 지킬 수 있는 작가의 능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소설이란게 어차피 작가가 짜놓은 판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 원한다면 작가는 독자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글은 대부분 독자의 거부감만 불러 일으킬 뿐, 판단의 자유가 전적으로 독자에게 맡겨질 때 글은 중립성을 가지고, 비로소 이야기가 지닌 무게가 오롯이 독자에게 전달된다. 작가가 화두처럼 찔끔 던져 놓은 이야기 속에서 나는 내가 되어 생각했다가 선생님이 되었다가 k군이 되어 본다. 셋은 각자 다른 사람이지만 모두 저마다 온통 자기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는 모습이 닮았다. 그들 사이에 마음의 소통이 있었더라면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