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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1
김형경 지음 / 문이당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을 보고는 '주인공이 여러 사랑을 하면서 사랑의 기준을 세우게 되는 그렇고 그런 내용'이겠거니 했다. '근데 뭐 두 권씩이나 되나'.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내용이 아니거니와, 아직도 이 책 제목이 왜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인지 잘 모르겠다. 이런 제목은 상업적으로는 유리하게 작용할지도 모르겠으나, 자칫 잘못하면 삼류소설로 보이기 십상인데 말이다.동인문학상 최종후보로 경합을 벌였을 정도이니 제목때문에 작품성에 대해 의심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 말해주고 싶다. 물론 나는 이 책을 처음봤을 때 그런 의심을 갖긴 했지만...
궂이 이 책에서 사랑을 선택하는 기준을 찾고자 한다면 그것은 어린 시절의 경험이다. 세진은 생후 1살 때 동생이 태어나는 바람에 외가로 보내지고, 초등학교때부터 하숙을 하는 등 어렸을 때 제대로 양육받지 못한 30대의 성공한 건축사다. 그래서 그녀는 정신분석을 받아야할 만큼 많이 마음이 아프다. 또 그런 마음의 병이 몸으로 도져서 굿을 해야 할 정도로 몸과 마음이 피폐하다. 그러니 자연히 사랑불능상태일 수 밖에...
나는 책을 읽으면서 세진과 내가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했는데 놀라운 것은 많은 여성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세진과 자신을 동일시한다는 점이다. 누구나 어느정도는 이런 상처를 갖고 있다는 의미이다. 나도 책을 읽으면서 우리 부모님이나 나의 어린시절을 많이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 때의 경험 하나하나가 지금 나에게 직접적인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생후1년안에 부모한테 버림받은 사람은 정신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데, 그것은 버림받지 않은 다수의 사람한테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누구나 양육과정에서의 상처받지 않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 때 어떻게 양육되었는가가 지금 우리가 사랑을 선택하는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그런데 그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은 또 다시 사랑.. 이것은 아이러니하지만 또 누구나 상처를 치유할 여지가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다.정신분석의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는 책이 많지 않다는 것도 이 책의 큰 미덕이다. 정신분석과 심리학에 대한 설명이 많아 한 편의 잘 짜여진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지만, 근래에 읽은 소설 중에 가장 공들인 흔적이 역력한, 그래서 읽는 이또한 많은 것을 얻어가는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