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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 - 파드득나물밥과 도라지꽃
구효서 지음 / 해냄 / 2021년 5월
평점 :
"슬픈 사람이 더 슬픈 사람 안아줄게."
애비로드 펜션의 주인, 난주가 서령에게 건내는 위로.
인간애의 여러 면을 읽어보게 되는
구효서의 장편소설 신간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
강원도 평창의 '애비로드 펜션'는
곧 여섯살이 되는 딸 유리와 엄마 난주가 운영하는
숙소이지만 식사도 제공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유리는 조금 특이한 면이 있어요.
유리는 자신의 영혼에 어른영혼도 함께 있어서
가끔 그 영혼의 이야기를 자세한 에피소드로 풀어내요.
애비로드 펜션의 손님으로 묵게 된 서령은
유리의 이야기가 정말일까 의심이 되기도 하지만
묘사라던가 단어가 워낙 다섯살 같지 않기에
어느정도 유리의 특별한 상황을 이해하기로 했죠.
그리고 애비로드에 또 다른 커플이 묵게 되니,
브루스와 정자 커플이었습니다.
브루스는 지병이 있기도 하고,
우울증이 있기도 했지만
운명처럼 정자를 만나고 어느정도 안정이 되었어요.
그런데, 정자가 그렇게 한국에 가보길 원해도
그동안은 그렇게 거부를 하더니...
갑자기 강원도에 가자고 평창을 가겠다 했습니다.
그렇게 애비로드에서 숙박을 하게 되는데,
가장 처음 식사가 너무나 매워서 울음이 터지는
돼지고기 활활 두루치기였음에도,
불맛 말고 뭔가 더 있는 난주의 솜씨는
허기를 채워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더해주면서
공간에 함께 있는 이들에게
삶의 허기를 채워주는 역할도 함께 해주고 있었습니다.
서령의 남편인 이륙은
정규 아나운서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마성의 목소리로 홍보계에서는 인정받는
어필이 대단한 능력자였습니다.
「아무도 두 사람의 사랑에 이의를 달 수 없었다.
두 사람에게뿐일까. 모든 사랑은 그랬다.」
서령은 똑부러지는 이륙을 정말 믿었고
이륙은 항상 서령의 문제를 해결해줬어요.
그런데, 둘이 평창에 땅을 사고 전원주택을 지으려는데
뭔가 요즘 이륙에게 믿음이 가지 않았죠.
왠지 서먹한 사이인 것만 같게도
서령의 소망을 멀리서 관망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내가 하는 말. 끝까지 들어줘."
그런데, 난주가 서령을 부릅니다.
이야기가 길다면서 난주는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서령의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슬픈 사람이 더 슬픈 사람 안아줄게."
"그럼 전, 좀 울게요."
난주의 슬픈 과거를 이어 들으면서
그리고 난주가 겪어야할 미래의 아픔도 들으면서
서령에게 다가올 슬픔을 받아들여야했습니다.
외면하고 싶은 삶의 순간에 대해
슬프지만, 더 슬픈이를 위로하는 인간애.
내가 나를 받아들이듯, 자기가 자기를 받아들이듯.
브루스가 그동안 인생을 옭아매어 온 고통을
마주하고, 해야할 일을 하며 마무리 단계가 될 즈음.
난주는 애비로드의 주인장으로서 단계인
맞이하고 떠나보내는 '숙명'을
인생에서 다시 겪어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애비로드 펜션에서 삶의 입맛을 되찾는 시간.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음식들로 구성원들에게
허기를 채워주었던 것처럼,
삶에서의 아픔으로 인한 슬픔은
공감과 위로로 치유의 과정을 이뤄갑니다.
장편소설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는
외면이나 슬픔이라는 과정에만 머물기보다
다음을 위해, 담담히 나아가는 인물들의
각자의 숙제 해결과정을 보면서
독자들에게도 시원함을 함께 선물해리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