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어 사냥
차인표 지음 / 해결책 / 2022년 10월
평점 :
영생에 대한 욕망은 아마도 인간의 근원적인 욕심이지 싶습니다.
차인표 장편소설 <인어사냥>은 전설로 알려진 '인어'가 나타났다 하는
강원도 통천을 배경으로 '생'에 대한 절박한 마음에 대한 해결책을
영생을 이어준다 하는 인어 기름으로 찾고자 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덕무는 여섯해 전, 아내를 잃었습니다.
영실과 영득이를 키우는 홀아버지인 덕무는
바다에서 잡아온 물고기로 아이들을 키우게 되었지요.
사랑하는 아내가 갑작스럽게 숨을 못 쉬고 떠난 후,
덕무는 상실감에 힘겨워도 아이들이 전부라 생각하며 삶을 이어갔습니다.
통천에는 토박이 영감인, 공 영감이 있었습니다.
잔혹한 방법으로 강치를 일본에 팔아넘기는 바람에
강치가 거진 사라질 정도였기에
마을 사람들은 탐욕스러운 공 영감을 도둑의 앞잡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덕무도 자연이 주는 자원이 아닌, 잔악무도한 욕망의 공 영감을 좋아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영실이도 아내처럼 같은 증상으로 숨을 쉬기 어려워했습니다.
그 어느 의원도 영실이의 앞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던 차에,
공 영감이 영실이에게 누런 기름 한 방울을 나눠줍니다.
욕심 많은 공 영감이 덕무의 절박함을 풀어주니, 덕무는
이 약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묻게 되지요.
덕무의 절실함은 그저, 영실이를 살리고 싶다는
마음 뿐이었습니다.
그 이상은 아니었지요.
공 영감은 그렇다면 내 얘기를 들어보라며,
공랑의 이야기를 해줍니다.
'어유'라고 했던 그 기름은 인어의 기름이었다는 걸 알려주면서요.
공 영감은 왜 덕무를 도와주는걸까요?
단지 선의 였다고 하기엔 그동안 공 영감은 욕망을 위해서는
옳고 그름이 뭔지 무시하는 사람인데 말이죠.
차인표의 장편소설 <인어사냥>은 이렇게
절실함과 욕망, 그리고 탐욕의 이야기를 풀어가기 시작합니다.
서기 700년, 강원도 통천의 바닷가 마을에는
홀어머니와 세 동생의 맞이인 소년가장, 공랑이 살았습니다.
맹렬한 추위와 큰 태풍으로 마을에는 음식이 적었고,
물고기를 뭇잡아서 허기에 허덕이는 집이 한 둘이 아니었죠.
그러니, 공랑은 더욱이 식량을 구걸하기 조차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무작정 바다로 갔던 소년은
바닷가에 쓸려오는 거북이나 잡아 구어먹어야겠다며
거친 파도 앞에 섰습니다.
거친 파도를 피해 어느 바위틈 안으로 들어갔던 소년은
동굴 속 호수에서 신기한 경험을 합니다.
인어를 마주한 것이죠.
공랑은 신기한 경험을 서 할머니에게 이야기 합니다.
할머니는 공랑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다시는 그 곳에 가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니가 본 것을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말라고 당부를 합니다.
그런데, 공랑은 가족을 살려야겠다 생각하고
그 호수를 다시 찾습니다.
그리고 인어를 가까이 하게 되고, 인어에게서 물고기 선물도 받지요.
마을이 모두 허기진 상황에서
물고기를 굽는 냄새는 마을에 퍼지게 되고,
공랑은 애둘러 말하지 못하고 결국
마을의 험악한 어른, 조씨에게 인어에 대해 이야기 하게 됩니다.
인어는 전설에 따르면 불로장생을 실현시키는 신비한 '재료'로
사람들은 믿고 있었기에, 마을사람들은 욕망에 압도되고 맙니다.
공랑도 마찬가지였지요.
'만약 누군가 인어를 가져도 된다면, 그 인어는 내 것이다.
(...)바다의 물고기도 잡은 사람이 임자이듯, 인어도 내가 먼저 발견했으니
내 것이다.'
공 영감은 마지막 한 방울을 영실에게 나누어주었으며,
인어에 대한 정보를 가득 주었기에,
인어를 잡거든 본인의 지분이 반이라고 주장했더랍니다.
인어 사냥에 성공한 덕무.
일단, 남매로 보이는 새끼 인어들을 집에 가두고는
어미 인어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광에 가둬둔 인어 남매.
영실이와 영득이는 사람이랑 너무 비슷한 인어 남매를 보며
덕무에게 절대 잡아먹으면 안된다고 계속 주장을 하지요.
하지만 덕무는 영실이를 살려야한다는 절박함이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넘어서 있는 상태였습니다.
더불어, 공 영감이 덕무를 계속 부추켜서 욕망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죠.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덕무는 점점 갈피를 못 잡게 됩니다.
공 영감과 영실,영득 남매 사이에서 현실과 순리에 대해 고민이 커지죠.
영실이는 삶의 시한이 다가올지언정,
인어를 약으로 먹지 않겠다고 합니다.
영실이 어머니도 같은 상황이었다면 먹지 않았을 것이라며
영덕이에게도 어머니의 마음을 함께 나눠봅니다.
"자연이 허락한 게 아니니까."
"자연이 허락한 건 어떤 것들인데요?"
"자연스러운 것들이지. 순리에 맞는 당연한 것들 말이야."
영실이에게 주어졌던 한 방울의 약은 효력을 다 해 갑니다.
영실이는 점점 다시 증상이 잦아지게 되지요.
그리고 이상하게도 공 영감도 예전같지 않고 점점 늙어갑니다.
공 영감도 덕무도 어미 인어가 나타나도록 손을 쓰도록 하죠.
새끼 인어가 울면, 거리가 어떻게 되든 어미가 나타나게 되어 있다는 걸
공 영감은 알고 있었기에, 새끼들을 소리내어 울게 잔인한 방법들을 쓰기 시작합니다.
장편소설 <인어 사냥>은 생명을 이어가겠다는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인간을 잔인하게 만들어가는지 보여주고 있답니다.
하지만, 그런 욕심이 근원적이라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중심을 잡고자 하죠. 영실이는 어머니처럼 같은 증상으로 병약해져가지만
그럼에도 마음은 중심을 잡고 순리를 말합니다.
새끼 인어들이 울지 않는 건,
자신과 마찬가지의 입장이라는 걸 이해하며
공감의 마음으로 생명을 희생시키지 않기를 바라죠.
"추한 게 약한 것보다는 나아.
자네는 너무 약해빠졌어.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능력은 없고,
결정도 못하겠고, 과거에 얽매여 현재를 알지도 못하고."
공영감은 탐욕에 눈이 멀어있습니다.
살아있으되 살아있지 않는 생명처럼 말이죠.
물불 안가리고 현재가 어떤 것인지를 욕망에 따라 사는 생명체였습니다.
불로장생의 욕망 뿐 아니라, 근원적 욕망에 대하여
인간은 삶을 어떻게 이어야할 지.
놀라운 몰입감의 장편소설, 한국형 뉴판타지 <인어 사냥>!
강력 추천소설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