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을 위한 파인만의 QED 강의
리처드 파인만 지음, 박병철 옮김 / 승산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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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책을 검색하다 '양자전기역학(QED)'이란 단어를 종종 봤습니다. '양자론'이라고도 불리는 이것은 20세기 과학 중 우리의 사고를 송두리째 바꾸어 버린 사고 체계 중 하나라길래, 큰 마음을 먹고 읽어봤어요. 

 

리처드 파인만 교수는 양자전기역학이란 어려운 물리학의 핵심을 쉽게 풀어낸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양자전기역학이라는 물리학을 물리학자가 아닌 일반 사람들에게 간단하고(?) 솔직하게 설명하고 있어요. 

 

양자전기역학은 몇 가지를 제외한 모든 자연현상을 설명해주고 있으며, 지금까지(2001년) 이론 상 문제점도 없다고 합니다. 비록 터무니없는 방법으로 자연을 서술하고 있지만, 결과는 실험치와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다네요. 

양자론으로 미래 일을 예측할 순 없지만, 어떤 사건의 발생 확률은 알 수 있다 합니다. 

다음과 같은 방식에 의해서요. 

 

 

 

이렇게 계산하는 것은 기존과 사뭇 다른, 우스운 방식(?)인가 봅니다. 파인만은 어처구니 없어 보이지만 이 방식 외엔 없다고 재차 강조하고 있어요. 확률진폭체계라 불리는 이 방식을 효율적으로 계산하기 위해 대학원생들은 4년의 시간을 투자한다며 부연 설명하고 있습니다. 

 

리처드 파인만의 간단한 설명에도 불구, 좀 난해했습니다. 

제가 이해한 건 구식 사고방식으로는 기존과 다른 현상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가령, 빛은 파동처럼 행동하는 게 아니라 입자처럼 행동하는 현상이라든지, 원자를 작은 태양계라 생각한다는 것(과거 사람들은 원자의 중심에는 무거운 핵이 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행성처럼 '궤도'를 돌고 있다고 믿었다네요. 전, 지금도 그러한데 말이죠. 파인만은 우리가 이런 고리타분한 생각을 믿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던걸요!) 처럼 말입니다. 

기존 방식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사고 체계를 찾아야 하는데, 파인만은 '확률진폭체계'에서 답을 찾은 셈이지요. 

 

사실, 그의 설명보다 인터넷 검색이 훨씬 더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17세기 물리학자는 거시적 현상을 기술하기 위하여 고전역학을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이런 거시적 해석이 물체의 속도가 빛의 속도에 가까울 때의 현상을 설명할 수 없었다. 또한 원자와 같은 아주 작은 물체인 미시세계에서의 실험 결과도 고전역학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이에 1900년에서 1927년에 걸쳐 플랑크, 보어, 아인슈타인, 하이젠베르크, 드보로이, 슈뢰딩거 등의 많은 물리학자들이 그 대안으로 양자역학이라는 새로운 역학체계를 제시하였다. 

 

고전역학은 현재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미래의 어느 순간에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결정론적 입장을 취한다. 고전역학은 인과법칙을 따르고 우연성을 배제한다. 이러한 물리학을 일반적으로 뉴턴 물리학이라고 하며, 뉴턴 물리학과 상대성이론을 합쳐서 고전역학이라고 한다. 

그러나 양자역학은 고전역학과 달리 확률론적 입장을 취한다. 확률론적 입장은 비록 현재 상태에 대하여 정확하게 알 수 있더라도 미래에 일어나는 사실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기존 방식으로 설명되지 않아 결정론적 사고에서 확률론적 사고로의 전환이라, 정말 커다란 사고의 변화가 아닐 수 없겠네요. 

사실 우리가 읽는 다양한 책은 '새로운 사고'를 하기 위한 도구일 때가 많은데, 이게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철학, 과학, 미학, 문화예술.... 각 분야에서 커다란 사고의 변곡점은 늘 있어 왔어요. 

작게는 각자의 인생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제게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블랙 스완>이라는 책이었어요. 

 

당신에게는 어떤 변곡점이 있었나요? 

당신에게 설명되지 않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읽은 날  2013. 7. 10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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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돋을새김 푸른책장 시리즈 5
토머스 모어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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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을 통해 소개받은 '정치와 대중' 관련 책 중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골랐습니다. 읽기에 만만해 보여 선택했는데, 기대 이상이었어요. 고작 272쪽인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 

 

 

1. 토머스 모어, 그는 어떤 사람인가!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변호사이자 부유한 대지주였으나, 법률과 변호사를 야유하고 사유재산을 부정하며 돈을 경멸하는 말을 서슴없이 했답니다. 

모어는 헨리 8세와 두터운 신임관계 였다는데요, 헨리 8세가 왕비 캐서린과의 결혼을 무효화하고 앤 불린과 결혼을 시도할 때부터 금이 가기 시작해 

1534년 앤 불린에게서 태어난 자식에게 왕위를 계승한다는 '계승률'에 서명하기를 거부함으로써 헨리 8세에 의해 런던탑에 감금, 반역죄로 사형 선고를 받았답니다. 

 

 

2. 이해를 위해 

 

유토피아 : 그리스어 ou(없다는 의미, 영어의 no)와 topos(장소라는 의미, 영어의 place)를 합쳐 만든 말로,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책이 출간된 후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네요. 

 

라파엘 히드로다에우스 : 토머스 모어가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입니다. 라파엘은 히브리어로 '신은 병을 고친다'라는 뜻이며, 히드로다에우스는 그리스어로 '넌센스'라는 뜻에서 나온 것입니다. 

 

 

3. 책의 내용 

 

1부, 2부가 있습니다. 

 

1부는 가공의 인물 라파엘과 토머스 모어의 대화를 통해 좋은 정치가 안되는 이유, 가혹한 처벌에도 왜 범죄가 줄지 않는지, 빈곤층을 양산하는 사치 풍조, 사유재산 제도 폐지, 재화의 공정한 분배 등에 대한 얘기가 나옵니다. 

 

2부는 라파엘이 토머스 모어에게 '이상향의 나라' 유토피아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유토피아의 제도 

ㅇ 모든 시민은 농촌생활을 2년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ㅇ 동일한 언어, 법률, 관습, 제도를 갖춘 54개의 대도시로 구성, 걸어서 하루면 모두 도착할 수 있는 정도의 섬 

ㅇ 회의와 토론을 통해 결정되는 행정 제도 

ㅇ 인구를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한다 

ㅇ 개인의 손실은 국가가 떠안는다 

ㅇ 모두 함께 일하고 모두 같은 옷을 입는다 : 집과 옷 때문에 노동력을 낭비하지 않는다 

ㅇ 하루 여섯 시간만 일하고 그 외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ㅇ 짐승 도축 등 거칠고 힘든 일은 노예가 담당 

ㅇ 시민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용병으로 대체 

ㅇ 모든 물자가 풍부하고 균등하게 분배됨 

ㅇ 값비싼 옷은 경멸받고, 금(gold)은 불쾌한 단어임 

ㅇ 거들먹 거리거나 위압적인 태도가 있다면 영원히 관직을 받을 수 없다 

ㅇ 계약보다 애정에 의해, 언어보다 감성에 의해 조약을 맺는다 

ㅇ 개인은 욕심.탐욕이 없고 국가는 개인이 탐내지 않는 부로 개인을 완벽히 보호한다 

 

 

 

4. 감상 

 

하나, 데쟈뷰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1516년에 쓰여진 책입니다. 

모어의 희망, 기대, 한숨은 500여년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똑같더군요. 

왕은 탐욕에 눈이 어두워 올바른 정치를 못하며, 왕 주위에는 간신이 득실댑니다. 사치스럽고 게으른 사람은 군인이 되고, 그 위에는 게으르고 사치스러운 귀족이 있다며 탄식합니다. 

1부 내용 중 라파엘은, 비참하도록 빈곤한 현실이니 좀도둑을 교수형 시키지 말고, 사태의 원인을 개선하라 직언합니다. 이렇게 직언한 충고도 이상한 절차에 의해 애초 의도가 완전히 변하는 일도 있다며 얘기를 하고 있어요. 이렇다보니 라파엘은 현실세계 정치를 완.전.히. 떠난 재야의 인사가 되었다지요. 그러면서 모어에게 자기가 살았었던 '유토피아' 얘기를 전합니다. 

 

 

하나, 16세기 사회.문화적 맥락을 더듬으며 읽는 퍼즐같은 재미 

 

처음 유토피아는 반도였답니다. 유토포스라는 인물이 이곳을 정복해 도시를 만들었다는데요, 이 말은 신이 아닌 인간의 지성, 이성, 힘으로 만든 곳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적은 시간의 노동력만으로 물자가 부족하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수요보다 공급 부족에 시달렸던 시대의 한계가 보이기도 했습니다. 

종교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고 있는데요, 당시 사회에 악을 끼치기도 했던 종교를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글과 문장 사이사이 16세기의 사회.문화적 맥락을 찾아 읽는 재미가 마치 퍼즐같아 좋았습니다. 

 

 

하나, 타인의 안락한 생활을 위해 누군가는 희생해야만! 

 

모어의 유토피아에서조차 힘들고 지저분한 일은 노예(범죄자 or 전쟁 포로)가 담당하며, 전쟁은 '용병'으로 대체합니다. 유토피아인들은 얼마나 많은 짜폴레타에인(용병)이 전쟁터에서 죽어가든 상관치 않으며, 용병들은 유토피아가 충분한 댓가를 지불하기 때문에 충성을 다한다고 하네요. 

 

이렇듯 인간적이고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유토피아 시민'만 가능합니다. 이 말은 인종과 국가.민족을 떠난 인.간.으로서의 평등은 '유토피아'에서도 불가능하단 뜻이에요. 

 

실제, 오래 전 고대 그리스에서 찬란한 과학문명이 발달한 것도 '노예'가 있어서 가능했다지요. 뿐만 아니라 지금 동남아 등 국가에 흔한 '메이' (하녀라 불릴 수 있으며, 극도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다고 합니다)도 있구요. 

 

'유토피아'에서조차 인간 그대로의 평등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씁쓸한 일입니다. 

 

 

하나, 돌직구보다 비유와 은유의 힘이! 

 

모어는 '정치 소설'의 힘을 빌어 자신의 이상을 설파했습니다. 기존 흔했던 문학작품 형식과 다른 참신함에 많은 이가 <유토피아>를 주목했고, 그 덕에 '유토피아'가 고유 단어가 된게 아닌가 싶어요. 

대놓고 돌직구를 날렸다면, 아마 영향력이 덜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석훈의 <1인분 인생>이 떠올랐어요.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책이 될까.... 고심하는 그에게 '문학'이라는 카드를 내밀고 싶지만, 소설은..... 어지간한 열정으로 쓸 수 있는게 아니니 어려운 일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구요. 

맨날 돌직구만 날리니, 재미와 감동이 떨어진단 말이죠. 

 

 

기대를 하지 않은 덕에,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로부터 넘치는 독서의 기쁨을 선물받았습니다. 

여전히 '유토피아'는 없지만, 여전히 우리는 '유토피아'를 꿈 꿉니다. 

이게 사람의 숙명인가 봅니다. 

 

 

 

 

읽은 날  2013.  6.  30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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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아들, 조선시대 왕위 계승사 - 권력은 부자간에도 나눌 수 없다
한명기.신병주.강문식 지음 / 책과함께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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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보는 TV 드라마가 있으신가요? (제 이웃 중에는 거의 없으실 거 같지만요) 

우연히 재방송을 본 후 가끔 아이들과 같이 <불의 여신 정이>를 시청합니다. 

사극 드라마 주인공으로 다소 생소한 '광해군'이 나오더군요. 

 

엄마, 주인공이 죽을까? 

정이가 누구랑 결혼하게 될까? 

나중에 어떻게 될까? 

음.... 이 드라마 배경이 언제까지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광해군이 나중에 왕이 되지만 16년만에 쫓겨나거든! 

왜 쫓겨나는데? 

 

요즘 여기저기 사극이 제법 방송되고 있습니다. 자주 등장하는 조선시대 왕으로 연산군, 숙종, 영조, 정조, 태조, 세종, 고종...은 다양한 갈등과 이야기로 흥미를 자아냅니다. 

비교적 사료가 많은 조선시대 왕이 등장하는 드라마는 '지나친 왜곡이다' vs '극화를 위한 장치일 뿐이다' 란 논란이 가끔 불거지기도 하는데요, 저는 올바른 역사인식을 훼방하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의 극화는 괜찮다 생각합니다. 실제였던 역사와 기록되는 역사는 괴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후대 시각에 따라 해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선 왕조 514년 27명 왕 중 정통성에 문제가 없던 왕은 고작 10명 뿐! 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이웃을 통해 알게 되어 서슴없이 <왕과 아들>을 읽게 됐습니다. 

세상에 넘치는 부자(父子) 중 '왕'인 아버지의 희귀성, 게다가 천륜인 아들을 사이에 두고 권력 투쟁을 했던 왕권 이야기라니, 솔깃합니다. 

 

이 책에는 총 다섯의 부자가 등장합니다. 

태조와 태종 : 권력은 부자간에도 나눌 수 없다 

태종과 양녕대군 : 서로에게 등을 돌린 아버지와 아들 

선조와 광해군 : 아비로부터 버림받지 않기 위하여 

인조와 소현세자 : 상처 입은 아버지와 새 세상을 본 아들 

영조와 사도제사 : 조선 왕실 최대 비극 

 

모두 '왕'이라는 특수한 자리를 놓고 대치한 부자의 이야기입니다. 

다양한 역사적 사료를 통한 거라 왜곡 가능성이 낮지만,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흥미진진함이 있습니다. 

저는 이 중 '영조와 사도세자' 편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영조와 세자의 인간적 갈등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인데, 영조가 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은퇴하기에는 너무 건겅하고 의욕적이었다란 새로운 해석이 재미있었습니다. 

실제로 사도세자를 건너뛰고 손자에게 직접 물려주면 맞아떨어지는 재임 기간이라, 영조의 장기 집권을 위한 희생양이 됐다는데,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사실과 극화 사이에 오락가락 하는 사극 드라마를 자주 보신다면, 이 책을 통해 실제 역사와 만나도 좋을 거 같습니다. 

정확한 배경지식은 드라마 감상 폭을 키워줄 뿐 아니라,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을 수 있으니까요. 

 

 

 

 

읽은 날 2013. 7. 3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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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 유쾌한 미학자 진중권의 7가지 상상력 프로젝트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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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의도치 않은 놀이에서 상상력이 자란다는 사실을요. 

 

미학 전공자 진중권은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을 통해 하이젠베르크 이전 사람들이 즐겼던 놀이가 무엇인지,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주사위, 체스, 카멜라 옵스쿠라, 라테르나 마기카(환등기), 그림자놀이, 아나몰포시스(왜곡을 이용한 놀이), 물구나무, 애너그램(글자놀이), 아크로스틱(삼행시), 리버스(수수께기 그림), 피크노렙시(기억 부재증), 불꽃놀이, 만화경, 미로, 종이접기, 오토마타(움직이는 인형)....을 통해 우연히 시작된 놀이가 예술이 되기도, 과학이 되기도 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재미있는 사진과 그림이 실려있어 한층 흥미롭습니다. 

 

 

<그리스의 섬에서 바이런의 정신> H. 번, 1830년경 

 

 

 

    <관능적 죽음 앞에서> 살바도르 달리, 1951년 

 

 

      

<코끼리를 비추는 백조> 살바도르 달리, 1937년 

처음엔 백조가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코끼리를 볼 수 있음 

 

 

 

우왓!을 연발하게 하는 글과 그림의 의도는 한결같습니다. 

우리에겐 무엇보다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다음과 같은 멋진 말을 동원하지 않아도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빌렘 풀루서에 따르면 과거의 인간은 대상을 보고 그것을 머릿속의 표상, 책 속의 텍스트, 혹은 캔버스 위의 형상으로 재현하는 주체였다. 하지만 미래의 인간은 자신의 꿈을 앞으로 던져서 실현하는 기획이 될 것이다. 미래의 생산력은 아직 없는 것을 상상하여 기술로 실현하는 이른바 '기술적 상상력'에서 나올 것이다. 기술은 배울 수 있으나 상상력은 배울 수 없는 것." 

 

그렇다면 상상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상상력에는 어린아이와 같은 천진함이 필요하답니다. 성숙의 지혜를 가지고 어린 시절의 천진함으로 돌아가라네요.  

500년 전 이미 기술적 상상력을 가지고 있었던 다빈치처럼, 한계 없는 호기심과 구속이 없는 '영원한 소년'으로요. 

 

<생각의 탄생>이나 이런 책은 결론이 비슷합니다. 

동심의 마음으로 돌아간다면 상상력이 절로 자란다는 게지요.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그렇지 않아 보이니, 무엇을 거울로 삼아야 할까요? 

 

이런 책을 좀 파던 시절에는 재미있었는데, 요즘은 감흥이 떨어집니다. 방법은 아는데 그게 어떻게 구현되게 하는지는 여전히 각자의 몫인데다, 별반 나아지지 않는 상상력 때문입니다. 이제는 뭐 자포자기 수준이구요. 

오죽하면 아이들이 이 책 그림을 보며 감탄할 때, '애네들이라도 상상력이 자라겠지?' 하는 수준이라니까요. 

 

 

         

<모자상> 김재홍, 1999년 

 

 

 

읽은 날 2011. 4. 7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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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를 말하다 - 이덕일 역사평설
이덕일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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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시원하게 나를 죽여라>를 읽은 후 실망했었습니다. 한 권의 책이 그를 대표할 수 없기에 이 책, <근대를 말하다>를 읽어봤습니다. 

 

이덕일은 <동북항일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만큼 이 책에 남다른 애착과 열정을 쏟아부었답니다. 우리 역사 중 유독 외면당한 근대를 통찰한 것인데요, 이 책은 <중앙 SUNDAY>에 연재하고 있는 코너를 묶은 것입니다. 

 

이 책은 순서대로 나열된 신문을 읽는 기분이었습니다. 

헤드라인만 봐도 되고, 내용이 궁금하면 기사를 봐도 되는 신문 같았어요. 이런 구조를 통해 고종의 오만 등 당시 정치상황의 상세한 기술, 익숙한 식민통치 구조 등을 알려주고 있는데,  '만주의 삼부' 편이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일제시절 독립운동에 대한 제 지식은 '상해임시정부'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독립 운동단체와 방향이 있었어요. 

민주공화국을 건설하려는 공화주의자들, 황실을 복원하려는 복벽주의자들, 그리고 3.1 운동 이후 만주로 망명한 이들. 

이들은 독립이라는 큰 뜻은 같지만 건설하려는 나라에 대한 그림이 각기 달랐습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등 각종 기념관에서 봐왔던 독립운동가는 그저 비슷한 독립운동가라 생각했는데, 그들 사이의 이념갈등과 반목이 상당했습니다. 

그들의 흐름을 잠시 보자면, 

 

 

 

 

이렇게 분열되던 독립운동은 다음 그림처럼 통합하자는 운동으로 발전합니다. 

 

 

 

 

독립운동을 통합하려는 움직임은 매우 불행하게도! 그 당시 상황이 도와주지 않아 성공하지 못한거 같습니다. 각 세력의 지도부가 체포되고 일제가 만주 전역을 무력으로 점령하는 '만주사변'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이 책이 끝나거든요. 

 

유난히 외면받는 일제시대 역사는 무엇을 말해주고 있을까요. 

그저 느닷없이 맞이한 독립이니까 많은 것이 묻힐 수 밖에 없지 않느냐 라고만 할 순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것도 아닌, 독립이라는 큰 목표에서조차 이념갈등과 분열이 이어졌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요. 예나 지금이나 과거.현재에 대한 정확한 직시와 반성이 없다면, 미래는 도돌이표처럼 과거와 같을 수밖에 없을 거에요. 

 

공화주의자나 복벽주의자, 그들 모두는 스스로 옳다 생각해 일어난 것이니 가치관 대립은 당연한 것일테지요. 그러나 언제고 대의를 잊지 말아야 했는데, 사람이란 그런 것일까요. 

아니면 우리 민족과 그 당시 상황이 그랬던 것일까요. 

짧은 시기에 근대화를 겪느라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요. 

아무리 그래도 자유시사변 (또는 흑하사변이라고도 함. 자유시에 집결한 한인 부대가 군권을 탐내느라 독립군과 러시아와 교전을 벌인 사건), 

백광운 살인사건 (1924년 문학빈[리영희의 외할아버지를 죽인 머슴, 훗날 고문에 못이겨 전향함] 일파가  참의장 백광운을 살해함. '돼지 족발을 뼈째 씹어 먹는 장사'로 일제를 공포에 빠뜨렸던 백광운이 내부 공격으로 사망), 

고마령 참변 (독립운동의 새 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의 회의 정보가 일제에 들어가 죽도 밥도 아니게 된 사건) 

사건들은 절망스럽기만 합니다. 

 

재미있는 신문 같지만, 신문이 아닌 이 책을 통해 이덕일은 말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갈등의 상당 부분들은 지난 세기에 벌어졌던 일들의 재현 임을요. 

대의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작은 이해로 반목하는, 전혀 새롭지 않은 현실 말입니다. 

그럼에도 되풀이되고 있다니요. 

 

역사를 통해 우리 자신을 되돌아봐야 합니다.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은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게 해줄겁니다. 

자신과 미래를 위한 첫 시작에 역사의식은 꼭 필요한 일 일거에요. 

소탐대실하지 않게도 해줄테구요.           

 

        

 

읽은 날  2013. 2. 16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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