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 고독한 사람들의 사회학
노명우 지음 / 사월의책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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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읽게 된 것은, 사회변화가 절감되기 때문입니다. 통계와 실제 생활에서 '1인 가구' 증가는 누가 봐도 명확한 일이니까요.

 

이 책은 다양한 1인 가구 중 '싱글'이란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에게 촛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저자는 혼자 사는 모.든. 사람을 하나의 종족으로 묶을 수 있는 이념이나 철학 따위는 없다며 이 책의 한계를 정직하게 말합니다. 그럴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해가기도 합니다. 미혼, 비혼, 만혼, 이혼에다 로(老)까지 더해 '독거'란 단어까지 나오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1인 가구'란 한 개의 단어로 묶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저자가 촛점을 맞춘 '싱글'이란 단어를 볼까요.

독신이나 자취 그리고 혼자 산다는 표현까지 혼자 산다는 정체성은 동일하지만, '싱글'이란 단어로 표현되는 순간 마법이 펼쳐집니다. 궁상맞고 찌질한 이미지는 사라지고, <신사의 품격>같은 드라마에 나오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둔갑하게 되지요.

'싱글'이란 단어가 '화려한'이란 형용사를 만나게 되면, 보호받지 못한 채 홀로 버려진 사람들이 깔끔하게 생략되기까지 합니다.

 

화려한 싱글부터 독거노인에 이르기까지 혼자 잘 살기 위해 요구되는 것은 '균형'입니다. 저자는 균형 이루기에 성공한 사람을 '단독인'이라 표현하는데요, 이는 사회적으로 주어진 각종 역할(부모, 자식, 직업인 등)에 함몰되 자아를 상실하거나, 각자 내면을 향해 파고드는 바람에 사회적 역할을 방기하지도 않는 적절한 균형상태를 말합니다.

이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적 균형을 말하는데요, 이게 실질적으로 가능하기 위해선 자기만의 공간과 최소한의 소득이 보편적으로 보장되야 한답니다. 이 말은 '독거노인'이 우리나라 현실에서 잘 사는 모습이 될 수 없는 이유를 돌려 말해주는 것인데, 그닥 새로운 사실은 아닙니다.

 

이처럼,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이 새롭거나 예리하진 않습니다.

게다가 어려운 말로 장황하게 말하는 단점까지 있어요.

그러나, 한참 진행되고 있는 1인 가구에 대해 나름 여러가지 측면에서 고찰했다는 것이 가장 큰 미덕이며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부정적인 편견을 생각해볼 때,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1인 가구 비율은 상당히 높은데(의도치 않게 또 인용됩니다만, 이 책에 나오더라구요), 이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1인 가구 증가는 '표준 가족의 안정성 상실'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기존 사회가 전체를 위해 개인(혹은 가정)이 희생하곤 했었는데, 이젠 동등하게 win-win 해야 한다는 거죠. 사회적 책임을 가정이 떠안는 것이 개인(가정) 입장에서 부당한 일임에도, 전통적 사고방식에 익숙하다보니 당연한 일로 받아 들여지고 있지만, 이제 그 한계에 달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결코 '개인주의 = 이기주의'를 뜻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미 통계 상, 변화는 현실입니다.

 

 

 

제게 익숙한 핵가족(부부+자녀) 형태가 앞으로 20여 년만 지나면 가장 소수인 가족 형태가 된다니, 낯섭니다.

낯섬은 대개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오는데,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우리의 몫이겠죠.

혼자 살아도 불편하지 않고 행복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전체를 위해 '나'가 희생하는 건, 싫거든요. (네, 시대는 확실히 개인을 침투합니다.)

 

저자가 제안한 '새로운 개인주의' (단독인의 삶)은 혼자 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개인과 개인의 네트워크를 필요로 합니다.

각자만의 공간과 최소한의 소득이 보장되고 네트워크가 있다 하더라도, 혼자 살 수 있는 심리적 힘(즉, 균형을 이루는 감각)은 각자가 길러야겠지요.

 

아, 앞으로 20여 년 후라....

 

 

  

 

 

읽은 날 2013. 12. 4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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