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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평점 :
요즘 <너는 모른다>의 저자로 정이현이라는 작가가 많이 보인다. 우연히 도서대여점에 들렀다가 정이현이라는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궁굼한 마음에 이책을 집어 들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이 책이 단편이라는것 자체도 알수가 없었다. 모두 열편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오는 10명의 이야기 모두 한가지 이상의 거짓말을 한다.
1편 타인의 고독
(스물한살에 만난 여자와 스물여덟살에 결혼해서 스물아홉살에 헤어졌다.)
함께 키우던 강아지를 누가 키울 것인가를 두고 다툼을 벌이는 이혼부부의 이야기가 나온다.
남자는 재혼을 위해 결혼정보회사에 등록을 한다. 결혼정보회사에서는 남자에게 7년간의 짧은 결혼생활과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라는걸 내세어 높은 점수를 부여하지만 8년간의 연애사실이나 대출정보는 감춘다.
2편 삼풍백화점
(그해 봄 나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비교적 온화한 중도우파의 부모, 슈퍼 싱글 사이즈의 깨끗한 침대, 반투명한 초록색모토롤라 호출기와 네 개의 핸드백, 주말 저녁에는 증권회사 신입사원인 남자친구와 데이트했다)
삼풍백화점에서 근무하는 절친을 만나러 늘 백화점을 오고 가면서 놀던 주인공
백화점이 붕괴되는 그날 백화점에서 그녀의 친구를 만나지 못해 삐삐 메세지만 남기고 나온다.
집으로 도착하고 10여분만에 백화점이 무너져 내렸지만 그녀는 친구를 찾지 않는다.
한번도 연락이 오지 않는 그녀를...
왜 찾지 않을까??
혹 삐삐속에남겨있던 메시지를 들었던 그친구도 친구가 자기를 만나러 왔다가 변을 당한줄 알고 같이 연락을 안한건 아니었을까?
3편 어금니
(1990년생. 만열여섯. 죽은 소녀의 이름은 남보라라고 했다. 참 예쁜 이름이네. 그렇게 생각하다 말고, 나는 가느다랗게 진저리쳤다. 남편이 무슨말인가를 더 하려다가 멈추었다. 눅눅한 침묵 속에 흔들리며 우리는 때늦은 밥을 먹었다. 마흔아홉번째 생일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49번째 생일날 아침..
앓고 있던 어금니를 치료하러 병원에 간 도중에 걸려온 한통의 전화
아들의 사고.... 아들은 살았으나 함께 했던 16살의 여자아이는 죽었다
미성년자를 건드렸고 사고로 죽였다라는걸 숨기기 위해 돈으로 피해자의 보호자와 합의를 한다
4편 오늘의 거짓말
(벨을 힘껏 누르고 한참을 기다려보았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어. 다시 한번 누르려는 찰나 스륵 문이 열렸지. 누군가 얼굴을 내밀었어. 덩치가 작고 깡마른 남자였지. 얼굴 절반을 가린 새까만 선글라스가 맨 먼저 내 눈에 들어왔어. 한밤에, 실내에서 선글라스라니)
거짓말로 먹고 사는 주인공
셀수도 없이 많은 타인의 정보를 가지고 인터넷상에 무수한 아이디를 만들고 상품평에 가짜 정보를 흘린다.
이물건은 이래서 좋다.. 저래서좋다 최고다라고.........
우연히 자기가 거짓 광고를 한 제품을 보고 구입을 한 위층의 그분을 보고 그 사람의 정체에 대한 의문점을 갖게 된다.
묻고 싶은건 많았지만 진실을 알수 없을거라는거 알고 난후 직장을 그만둔다...
마지막에 진짜 자기 아이디를 가지고 상품에 대한 거짓없는 솔직한 평을 남겨놓으며..
5편 그 남자의 리허설
(그 남자는 오페라에 매혹되었다. 이아고가 오텔로를 몰아낼 음모의 노래를 부르고 있을때 그 남자의 오른쪽 옆 좌석에 앉았던 관객이 슬그머니 몇 칸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는 잔인한 신의 존재를 믿는다. 나는 사악하다. 나는 인간이니까.)
맨몸으로 열쇠를 집에 두고 나왔지만 아무도 그집에 산다고 믿어주질 않아 열쇄를 찾으러 부인을 찾으러 다니면서 일어나는 짧은 헤프닝이지만 전달해주는 메시지는 크다.
한때 천재라 불려질만한 노래실력을 갖추었지만 변성기이후로 소리를 잃어버린 남자..
언제 재계약에서 밀려날지도 모르는 그와 반대로 공연기획자로 크게 성공한 아내...
그리고 어린시절 자신의 라이벌과 같았던 합창단후배의 대성공..
무사히 집에 들어오고 난다음의 자살.....
6편 비밀과외
(마지막 전화를 걸어 엄마를 바꿔달라고 한 사람의 목소리는커녕 성별조차 거짓말인듯 떠오르지 않았다. 네가 그 전화를 바꿔주지 않았더라면, 엄마는 아무 데도 가지 않았을까. 가지 않았을까. 너는 목젖이 알알하도록 소리쳐 묻고 싶었지만 누구에게 물어야할지 몰라서 아무에게도 묻지 않았다.)
과외가 불법으로 여겨졌던 그시절
자식을 공부시키는것만이 현재의 불안정한 생활에서 벗어나서 성공할수 있는 길이라고 굳게 믿었던 엄마.
그러나 그 엄마가 하는건 밀수품 판매..... 그리고 불법 과외..
선생님들은 정상적인 교사가 아닌 대모를 하러 다니느라 학생들의 공부에는 관심도 없는 사람들...
엄마와 선생님이 함께 사라졌지만 엄마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선생님은 밀링 수업료를 받으러 나타난다.
주인공은 자신의 용돈을 털어서 수업료를 주지만 엄마가 사라졌다는 말은 하지않는다
7편 빛의 제국
(아이들은 모두 열여섯 살 이상 스무살 미만입니다. 고등학교 학령에 해당하는 나이의 여자아이들만 살고 있지요. 아시는 대로, 소년분류심사원에서 제7호 처분을 받은 뒤에 이곳에 오게 됩니다. 초범은 보통 6호 처분을 받고, 7호는 반복해서 잘못을 저지른 경우예요. 처음부터 여기 오는 얘들은, 그러니까 아무래도 좀 심한, 누굴 죽였다든지 하는.)
2022년 계약직의 주인공은 18년전에 청소년 수용센터에서 의문의 자살을 한 장유희의 진실을 다시 조사해오라는 임무를 맡는다..
정황상 자살이 아닌 타살이 확실했지만 관련자들의 입장은 모두 다르다.
중간 보고를 위해 다시 찾은 직장이 사라진걸 알고 난 얼마후 그당시의 수용센터 운영자가 유력한 대선후보로 나오게 된걸 알게되지만 더이상의 조사는 하지않는다. 거기에 대한 많은 보상비를 이미 받았으므로...
8편 위험한 독신녀
9지금 테이블 맞은편에 다리를 꼬고 앉아 우동 면발을 젓가락에 말아 올리고 있는 서른 여덟 살의 양채린. 예전처럼 자르르 윤기가 흐르지는 않았지만 해말간 낯빛은 여전했고, 귀염성 있게 반듯반듯한 이목구비도 그대로였다. 세월의 잔인한 흔적이 채린만을 슬쩍 비껴간것 같았다.)
많은 스캔들을 일으키며 외국으로 결혼해서 나갔다 실패하고 돌아왔던 친구가 귀찮기만 하지만 우연히 들었던 다른 동창들의 소문으로 인해서 그 친구가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았었는지를 알게 된다. 그 후유증으로 10여년의 기억을 억지로 지우고 사는 친구..
9편 어두워지기전에
(포털 사이트 검색 창에 '독살'이라는 단어를 넣자, 동서양 역사속의 무수한 독살 의심 사례들이 화면에 나타났다. 나폴레옹도, 정조도, 고종도, 스탈린도 누군가에 의해 독살당했을지 모른다는 내용의 웹 페이지들을 차근차근 읽어나갔다. 비소로, 청산으로, 전갈의 독으로 사람은 사람을 죽여왔다)
윗집 아이의 독살 소식...... 여러가지 정황상 범인은 남편인거 같지만..... 이를 숨겨주는 아내
10편 익명의 당신에게
(연희는 자신의 남자 친구의 얼굴을 새삼 말끄러미 들여다보았다. 눈매, 콧잔등, 입술, 안경, 어디 하나 평범하지 않은데가 없었다. 지하철 옆자리에 앉았대도, 거리에서 어깨를 스치고 지나간대도 기억에 남지 않을 인상이었다. 왜 나는 그를 사랑하는 것일까. 막막하고 불가해한 덫에 발목 잡힌 자의 도취에 젖어 연희는 자문했다.)
다른 사람의 엉덩이를 은밀히 찍는 별난 기호의 남자친구... 범인으로 지목이 되서 병원에서 쫓겨날 위험에 처하게 되지만 남자친구와의 미래의 안정적 생활을 기대하며 피해자의 과거를 조사해서 자신들이 마치 사기 당하고 있다라고 꾸미는 듯한 익명의 편지들을 병원 담당자들에게 보낸다
모두들 겉으로는 평화로운 듯이 보인다.
한커플 벗겨서 진실이 밝혀지면 자신과 주변 사람들 모두 파멸로 치달을 만큼 큰거짓말을 숨기고 있으면서..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위해서라고 포장되어지는 이런 거짓말들.....
살면서 나는 얼마나 많은 거짓말들을 하면서 살아갈까???
저 사람들에게 그렇게 살지 말아하고 얘기할수 있을만큼 바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자신이 없다.
선의의 거짓말이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든......
정직하게 살자....
그렇게 자신의 신념대로 지키고 살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거짓말을 할수 밖에 없는 상황자체를 만들지 않을수 있다라고 하면 제일 좋겠지만,
알고 있는 동안에도 모르는 모르는동안에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주변의 상황들에 의해서 밝혀져서 좋지 않을법한 일들은 늘 만들어진다.
한때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뭐든 드러내놓고 사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지만,
말하고 나서 벌어지는 상황들이 좋지 않을경우도 많다라는거 알아버리는 나이....
차라리 모르고 사는게 좋을때도 있지 않을까라는 유혹을 느끼는거.....
답이 없는듯도 하다.
코델리아의 솔직함이 리어 왕을 죽였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리어 왕」을 기억할 것이다. 세 딸에게 국토를 나눠주기로 결정한 리어 왕은 딸들에게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묻는다. 두 언니의 온갖 미사여구가 붙은 거짓말과 달리 평범했던 코델리아의 대답은 리어 왕의 분노를 사서 땅 한 평도 얻지 못한 채 쫓겨나고 만다. 그러나 다른 두 딸에게 영토를 나눠준 뒤 리어 왕은 홀대를 당하고 이 소식을 듣고 천리 길을 달려온 코델리아는 언니들과의 전쟁에서 죽게 된다. 또한 언니들 역시 복수를 하려는 이들의 꾐에 휘말려 서로를 죽이게 되고 리어 왕은 막내딸 코델리아의 죽음 앞에 슬픔으로 절명한다.
코델리아는 솔직하고 착한 사람이었으나 현명하지는 못했다. 코델리아가 리어 왕의 심리를 파악하고 조금만 융통성 있게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면 왕국을 물려받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가족 모두가 몰살당하는 비극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솔직함이 항상 사람을 행복과 성공으로 이끌어주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자신만이 가진 무기를 내밀어야 할 때도 있다
- 마음비타민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