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세 여자 1 : 20세기의 봄 세 여자 1
조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7월
평점 :
판매중지


친구에게 추천 받아 언젠가 읽어야지 해놓고 거의 1년반이 지난것 같다. 일다에서 기타하라 미노리씨의 인터뷰를 읽다가 (https://m.ildaro.com/9199) 세여자를 번역 준비중이란 이야기를 듣고 빨리 읽고 싶어졌다.


실존 인물을 다루고 있다는 건, 중반에 가서야 알았다.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서 몇번이고 구글에서 찾아봤다. 이 세 여성이 어떤 집안에서 뭘 하다가 공산주의 이념에 헌신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지러운 역사의 풍랑에 휩쓸려 이 세사람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아주 잘 묘사했다. 


조정래의 태백산맥, 아리랑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읽는 역사 소설이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이거야 말로 드라마화 하면 좋을 대박 아이템이 아닌가? 조선의 식민지 역사를 여성들의 삶에서 돌아보는 책이 더 있나 찾아보고 싶어졌다. 다음 책은 체공녀 강주룡을 읽어봐야 될것 같다. 


또한 자본주의가 금방 망할 것이라고 생각한 당시 공산주의자들에게 공감이 되면서 신자유주의에 찌들은 내 모습을 되돌아 보았다. 자본주의의 말로가 기후 위기가 아닌가 생각하는데, 다시 공산주의의 시대가 올 수 있을까...


스탈린과 조선 공산주의자들과의 관계가 어땠는지, 고려인이 왜 카자흐스탄에 있는지 등도 잘 알 수 있다. 역사적 맥락을 잘 잡으면서 여성들의 삶과 애환을 잘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일본사 선생님이 느닷없이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대일본제국의 품 안에서 감사할 줄도 모르고, 만세 부른 것들은 매 좀 맞아야 된다. 조선인 주제에"라는 말로 그러잖아도 일촉즉발 상태였던 격발장치를 건드려버렸다.

‘민족자결주의‘라는 것이 제국주의의 신참인 미국이 유럽 식민제국들을 해체하면서 국제정치의 새판을 짜려고 내놓은 캐치프레이즈라는 걸 알게 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이들에게 소련의 혁명가이자 소설가 알렉산드라 콜론타이는 구미에 딱 맞았다. 가사노동과 자녀 양육은 국가가 떠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소비에트 정부에 관철시킨 것도 놀라웠고 자유연애와 경제자립을 주장하는 여성해방론은 지당했다.

국가보안법의 전신인 치안유지법은 일본 본국과 조선, 대만 같은 식민지에서 동시에 발효되었다. 치안유지법은 조선공산당 창립식으로부터 3주 지난 5월 12일부터 시행되었다. 총독부의 이른바 문화정치가 시효를 다해가고 있었다.

엥겔스가 메리 번즈 자매하고 평생 어떤 관계였는지 아시죠? 조선 남자들은 백 번 다시 태어나도 엥겔스 발꿈치도 못 따라갈걸요. <가족, 국가 사유재산의 기원>을 다 거꾸로 읽는다니까. 밥하고 빨래는 여자들 시키는 혁명이라면 나는 사양하겠어요.

톱니바퀴처럼 일사불란하게 굴러가야 할 스탈린의 소비에트에 마르크스 원전을 읽은 비판적 지식인 따위는 필요 없었다. 볼셰비키 혁명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혁명 동지도 필요 없었다. 스탈린을 유일한 지도자로 숭배하는 기본계급 출신 당원들을 위한 빈자리가 필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포‘ 그 자체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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