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 - 소녀들을 위한 페미니즘 입문서 우리학교 소년소녀 시리즈
정희진 외 지음 / 우리학교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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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님이 쓰신 글인데, 아무렴 좋은 책이겠지 하고 골랐다. 예전에 박선영님의 에세이 책도 (신문 칼럼 모음집이었던것 같은데) 아주 재밌게 읽어서 분명 좋은 책일거라 생각했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마지막에 나온 장이정수님은 내가 살던 곳에서 시민운동을 하시던 분이라 매우 반가웠다. 내가 다시 그 지역에 돌아가서 사람들과 시민 운동을 조직해볼 수 있는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페미니즘은 시대적 사명이다. 인구의 반을 차지하는 여성을 존중하지 않고 이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길 바라는게 애초에 틀린 생각이 아닌가. 이 당연한 요구를 시정하는게 이렇게도 어렵다. 하긴... 노예제도 당시에는 합법이었고 노예제 폐지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과 투쟁이 필요했는가 생각하면, 여성이 동등한 인간으로 서기까지 더 많은 시간과 싸움이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지치지 않고 더 나은 삶과 세상을 위해 싸우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한다. 

남성들 사이에서 능력이 없는 것은 곧 여성적인 것처럼 여겨지고, 때문에 어떤 남성들은 여성을 지배하지 못하는 일을 남성성의 훼손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사회가 인정하는 남성성을 갖추지 못한 남성일수록 여성에 대한 멸시로 남성성을 입증하려고 합니다. 그의 남성성을 승인해 줄 사람은 당연히 여성이 아니지요. 남성들 사이에서 "오~ 남잔데!"라는 인정을 받으면서 견고한 연대를 만들어 갑니다. 여성은 남성의 파트너가 아니라 취약한 남성성을 지탱해 주는 도구로 자리하는 것입니다. 연애를 하다 결별을 통보하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분노가 극대화되고, 이별 폭력 범죄가 그치지 않는 것은 상대 여성이 도구로서의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 때문인 것입니다. - P175

화는 부당한 일이나 공격을 당했을 때 그것을 바로잡고 원래의 나, 평화롭고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되돌리는 힘을 가진 감정입니다. 그래서 화를 억누르거나 외면하면 외부의 공격에 위축되고 두려워하는 상태로 나 자신이 변형되어 버립니다. - P192

이성을 가진 남자는 자신의 성 경험, 몸의 경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주체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몸만 가진 여성은 자기 몸의 경험을 판단할 이성이 없기 때문에 남성의 성적 대상으로 남게 됩니다. 그 결과 남성은 성관계에서 쾌락의 주체가, 여성은 쾌락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어려운 말로 이야기해 보자면 남자는 육체를 다스릴 수 있는 이성을 가졌다고 이해되는 것에 반해, 여자는 몸으로 환원되는 것이지요. - P256

여성들이 동의하지 않은 영상이 유통되고, 여성들이 동의하지 않은 성폭력이 일어나는 이유는 여성들이 성적으로 대상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여성이 성적인 관계에서 성적 대상의 지위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성적 주체인 남성의 쾌락에 동원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이지요. 이처럼 성을 남성 중심적으로 생각한 결과, 남서들의 성적 실천은 폭력과 매우 밀접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여성들의 동의는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는 것입니다. - P268

미국의 인류학자 에밀리 마틴은 ‘의학 교과서에는 여성의 몸과 그 기능에 대해 긍정적 표현보다 부정적 표현이 훨씬 더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과학 지식에 우리 사회의 남녀 간 권력관계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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