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더믹 상황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보일까? 1947년에 쓰인 이 소설은 의사, 페스트에 걸린 아들을 둔 판사, 목회자, 잠시 취재하러 왔다가 발이 묶인 신문기자, 고양이를 좋아하는 노인 등 다양한 군상들이 나온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사회가 아니여서 모든 연락도 차단되고, 전보 정도만 칠수 있다.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을까.연락에 관한 상황을 제외하면 지금의 상황과 매우 비슷한 점이 많다. 이런 전염병으로 더 힘든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고, 행정을 보는 사람들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정보를 어떻게 구성해 전달해야할지 고심한다. 어차피 사람은 죽는데, 왜 아무 잘못도 없는 어린 아이가 이런 병에 걸려 고통스럽게 죽어야 합니까? 이 질문에 성직자는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무조건 신의 뜻을 믿으라고 되풀이 할 뿐. 여기 증정하는 의사는 한 사람이라도 살리려고 고군분투한다. 자신의 직업 윤리에 투철한 인간을 영웅화시키지 않고 담백하게 잘 쓴 소설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