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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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동안, 읽고 나서도 가슴이 뛰었다. 중국 소설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체제와 억압에 저항하는 인간들의 애절한 몸부림, 그리고 작가의 살아 있는 양심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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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 모든 여성에게는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다
스칼릿 커티스 지음, 김수진 옮김 / 윌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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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큰 꿈을 품은 여성이 이 세상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여성들에게 두려움 없이 자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런 게 페미니스트라면, 좋다, 나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르라.”

 

(침웸웨 치웨자, 걸업 클럽리더 p. 58)

 

 

이 책에 대해 설명하기 전 내 얘기를 하자면, 페미니즘에 관한 내 생각은 조금 복잡하다.

 

당신은 여성이면서 왜 페미니스트가 아니냐?며 따질 근본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성의 권리, 가치 그리고 존재가 남성과 차별 없이 존중받아야 함에는 부인할 바 없이 동의하며,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라도 유린되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 입장은 마찬가지이다.

 

내가 사는 한국의 현실, 이를테면 아내, 며느리, 딸의 역할로 사는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것은 페미니즘이라는 것도 안다.

 

사실 나는 결혼 전까지 여성다움이나 여성 차별에 대해 이렇다 할 피해를 본 적은 없었다.

 

그건 아마도 내가 살아온 세계가 얄팍했다는 이유겠지만,

    

책에서 강조하는 사회가 여성에게 여성다움을 강요하고 어릴 때부터 학습 시켜 내 딸이 걱정된다.’는 어느 여성 분의 에세이는 공감이 좀 쉽지 않았다.

 

(나에게만 해당할 수도. 페미니즘의 기본 정신 외에 다른 부차적인 것들은 여성마다 받아들이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분은 그것이 불편해 딸의 유치원 교사에게 말했다지만, 역으로 유치원 교사는 같은 여성으로 이것에 대해 어떻게 볼 것인지 그녀의 입장 또한 고려해봐야 할 터였다.

 

나는 여중, 예고, 여대를 나왔지만, 그 누구도 내게 여자다워야 한다고 강요한 적은 없었다.

 

고등학교, 대학교 때는 내 스스로 간편하다는 이유로 남자처럼 머리를 커트하고 다녔다.

 

, 한 번 공중 화장실을 가는데 경비원이 내게 남자예요, 여자예요.”라고 물은 적은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기분이 좀 묘하다.

 

치마는 내가 좋아서 입는 것이고, 살이 쪄도 부담 없이 걸칠 수 있어 오히려 바지보다 선호한다.

 

다리를 쩍 벌리지 않는 건 보기 흉해서이고, 바깥에 나갈 땐 브라를 하고, 투박한 팔자걸음으로 걷지 않는 이유는 그것을 원하는 나의 천성적인 기질일 뿐이다.

 

그러므로 사회가 내게 강요하는 여성다움은 이런 겉에 보여지는 것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여성 혹은 여성다움 때문에 피해를 본다고 느낄 때는, 아내일 때다.

 

남편은 가부장적인 사람이고, 시부모님은 고루하신 분들이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아내로서, 며느리로서의 의무는 응당 존재하겠지만, 내 가정에서 나는 자존감이 추락하는 것을 경험한다.

 

바로 여성다움’ “순종, 복종등이 이런 곳에서 강요되고 압박받기 때문이다.

 

여성이니까 집안일, 가사일, 설거지, 출산, 양육하는 것이 마땅하고, 거기에 일을 해 돈을 번다해도 이 같은 의무에서 해방되는 것도 아니다.

 

지금 나는 일도 하지 않으니 이 책에서 주장하는 자기 일을 갖고 당당한 여성이 되라는 지침도 내게는 fail과 마찬가지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시부모님이 아프면 그것까지 책임져야 하는 의무도 며느리인 내 어깨에 있다.

 

언젠가 시아버님이 당신이 병들면 나더러 수발들라고 언질했을 때 피가 거꾸로 솟을 것 같았다.

 

나는 이 가정에서 가장 하위에 랭크된 '여성'이었고,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며느리'였다.

 

책으로 돌아와 보자.

 

이 책은 걸업이라는 UN 여성 자선 단체와의 협업으로, 사회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는 55명의 여성들의 글을 모은 에세이집이다.

 

인종, 종교, 국가, 직업 등이 다른 여성들이 말하는 페미니즘은 솔직히 내게는 좀 이질감이 느껴졌고, 그들의 수기는 페미니즘과 별개의, 서바이벌 투쟁기처럼 읽혀졌다.

 

그런 거리감은 책을 이해해갈수록 점차 해소되었다.

    

아픔과 상처가 녹아진 진실한 수기들은 내 마음에 공명했다.

 

짤막하지만 너무도 처절하게 기록한 92년생 트렌스젠더 찰리 크랙스의 고백.

 

죽음에 가까운 불안의 병을 앓고 있지만 여성일 수밖에 없어 마주한 냉정한 현실에 괴로워하던 디자이너 샬럿 엘리자베스.

 

불안감 때문에 고통받은 사람으로서 말하는데, 불안은 심각한 질병으로 좀 더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젊은 여성들이 내는 우려의 목소리는 검은색 정장 차림 중년 남성들의 걱정만큼 진지하게 수용되거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p. 87)

 

윌리엄 왕자의 아내 케이트 미들턴은 출산 7시간 만에 풀메이크업에 완벽한 몸차림으로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 전통은 다이아나 왕세자비 시절에도 있었다.

 

몇 년 전엔 중국 배우 안젤라 베이비가 출산 후 얼마 안 되어 기자들 앞에 미니스커트 원피스 차림으로 선 사진도 본 적 있다.

 

왜 여성들은 이렇게 무리를 하면서까지 자신을 꾸미며 완벽하게 보여야 하는 걸까.

 

(연예인의 경우엔 여러 동기와 계산이 깔려 있던 건지도 모르겠지만, 문제는 그것이 일반적인 여성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출산 후 여성은 그렇게 완벽하게 보여질 수 없다.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는 여성의 몸이 실은 찢어져 있고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첨예하게 적는다.

 

그녀는 세상이 요구하는 여성의 모습이 얼마나 잘못되었고, 그로 인해 얼마나 여성이 희생당하는지를 지적한다.

 

책은 페미니즘의 다섯 단계라고 하여, 각각 깨달음 (epiphany), 분노 (anger), 기쁨 (joy), 행동 (action), 교육(education)의 항목으로 접근한다.

 

각 카테고리에 맞춰서 편집된 수기들의 저자 대부분은 인터넷으로 검색해도 바로 얼굴을 볼 수 있을 정도로 활발히 페미니즘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 중에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저자 헬렌 필딩, 엠마 왓슨 등 유명한 이들도 있다. 이전 서평 책이었던 사랑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의 돌리 앨더튼의 이름도 보인다.

 

겉으로만 봐도 화려하고 더는 바랄 것 없는 여성들이 직접 경험하고 뼈저리게 느낀 차별과 부조리는 단지 그들만의 것은 아니다.

 

여성이기에.

 

그들의 이야기가 곧 우리들의 이야기다. 그들의 목소리가 우리의 목소리다.

 

처음엔 페미니즘에 대해 무덤덤하게 생각했는데, 나보다 더욱 치열한 전선에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여성들이 맞닥뜨리는 거대한 차별과 부조리의 벽을 목격하면서 페미니즘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지구상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성차별이나 억압이나 공격으로부터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삶을 살 수 있는 자유” (p.286)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 여성들의 안녕을 빈다.

 

#나만그런게아니었어 #윌북 #윌북서포터즈3

 

 

 

 

 

  

나는 큰 꿈을 품은 여성이 이 세상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여성들에게 두려움 없이 자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런 게 페미니스트라면, 좋다, 나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르라.(침웸웨 치웨자 p. 58)

페미니즘 운동의 목표는 지구상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성차별이나 억압이나 공격으로부터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삶을 살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이다.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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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의 힘 - 내 삶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언어 컬러 시리즈
캐런 할러 지음, 안진이 옮김 / 윌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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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을 알다. 보다. 잇다.>

 

컬러의 힘 The Little Book of Colour by 캐런 할러 Karen Haller (2019) #윌북

 

“색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곧 내 감정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내 감정과 관계를 맺을 때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과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p. 11)

 

내게 ‘색상’(color)은 시간을 들여 눈여겨보거나 관심을 쓸 만한 것은 아니었다. 세상에는 색 외에도 관심 쓰고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내가 ‘색’을 온전히 인식하며 감동할 때는 바로 멋진 휴양지나 풍경 좋은 여행지에서뿐이었다.

 

공교롭게도, 오늘 예배 설교에서 목사님이 색에 관한 유튜브 동영상을 하나 보여 주었다.

 

평생을 색각 이상(색맹)으로 산 남자가 특수 안경을 끼고 비로소 온전한 색상들을 보게 되는 영상이었다.

그는 흐느끼고 통곡하면서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다며 감격한다.

문득 생각했다.

만약 내가 당연하게 존재하는 수많은 색상의 빛깔을 인식하지 못하고 산다면, 내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색상을 전부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 색맹에 관해서는, 전혀 장애나 이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보이지 않아도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 이를테면 '언어나 상징'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색은 모든 사물들에 존재하고 있고, 우리는 색에 둘러싸여 살고 있으므로 색이 주는 효과를 잘 활용하면 우리의 삶의 질이 향상하고 능률도 오를 수 있다.

색에 대해 알아보고, 내 삶에 알맞게 적용해 웰빙하자는 것이 아마도 이 책의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색’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해 준다. 색의 의미, 색의 역사, 색에 관해 알아야 할 필수적인 내용들.

저자 캐런 할러는 응용색채심리학 분야에 20년 간 몸담은 세계적인 권위자다.

먼저 이 책의 목차는 이와 같다.

1. 색의 역사 2. 색의 이해 3. 색과 마음 4. 색과 성격 그리고 색의 미래 (에필로그).

색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1장은 이것에 대한 이론적 근거들로 채워져 있다.

“색의 정체는 빛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색깔들은 태양에서 출발해 우리에게 날아온 빛의 파장이다.” (p. 18)라는 색상의 기본 개념부터, 무지개의 원리로 색상을 구분했던 뉴턴의 이론도 소개된다.

“뉴턴은 색채가 물체 자체의 성질이 아니라 물체에 반사되는 빛의 성질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물체들이 제각기 다른 색으로 보이는 것은 물체가 어떤 파장을 가진 빛만 흡수하고 나머지 빛은 반사하기 때문이다.” (p. 20)

그녀는 다윈이 말했던 색채의 주된 쓰임새 3가지 (유혹, 위장, 경고)를 언급하고, 색채와 심리학을 연관해 이론을 정립한 철학자나 인물들을 소개한다.

(엠페도클레스, 히포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갈렌, 아이작 뉴턴, 괴테, 칼융, 바우하우스, 엔젤라 라이트)

나의 흥미를 끈 것은 색각 장애에 관한 부분이었다.

색을 본다는 것은 눈에 들어온 빛을 뇌가 인식하는 것인데, 우리가 감지하는 것은 초록, 빨강, 파랑의 빛이라고 한다. (p. 22)

이 기관을 광수용기라 하며, 인간은 2개의 광수용기 (간상체와 추상체)를 갖고 있고, 추상체가 색채 지각을 처리한다.

거기서 추상체는 다시 3가지로 나뉘고 위에 언급한 색상들을 각각 담당한다.

재밌는 건, 개는 추상체가 2가지 종류밖에 없어서 색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추상체의 수가 색을 감별할 수 있는 능력을 좌우한다.

한 종류의 추상체는 100가지 정도의 색을 구별할 수 있으며, 2가지면 100을 제곱하여 일만, 3가지면 100의 세제곱으로 백만, 4가지 추상체는 수백만의 색을 인식할 수 있다.

4가지 추상체를 지닌 사람을 ‘사색자tetrachromat’라고 한다. (p. 43)

사색자의 반대에 선 것이 바로 색맹이다.

색맹은, “빛에 민감한 추상체가 빛의 서로 다른 파장에 적절히 반응하지 못할 경우” 발생한다.

“추상체들이 각각의 빛 파장에 다르게 반응하지 못하고 모든 파장을 비슷하게 인식하므로” 생기는 혼란 같은 것. (p. 44)

하지만 이제는 색 보정 안경이 나와서 그들도 선명하게 색을 보고 인식할 수 있다.

색을 단지 눈뿐 아니라 감각으로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바로 공감각자 (synaesthete)들이다.


내가 아는 공감각자로는 프랑스 출신의 피아니스트 엘렌 그뤼모가 있다.

그녀는 모든 음을 색상으로 본다. (그런 능력이 없는 나로선 정확히 어떻게 보이는 건진 모르겠다^^;)

저자는 두 가지 유형의 공감각자를 언급한다.

자소공감각 (문자나 숫자를 볼 때 단어 전체 또는 요일이 고유한 색으로 보임).

그리고 엘렌 그뤼모처럼 음악의 음을 색으로 인식하는 색채 공감각이 그것이다. 스티비 원더, 칸딘스키 등도 공감각자다.

색의 원리에 대해서 잘 몰랐던 나는 그녀의 친절한 설명으로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이후 소개되는 색의 문화적 의미, 국가별로 지칭하는 색의 차이점 또 설문지를 통해 나에게 맞는 색상 팔레트 등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색과 심리학을 연관해 설명하는 것은, 음악의 각 조성 (24개의 장조, 단조 sonority)이 지닌 특수한 상징을 곡에 연결했던 음악 기법과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색은 좀 더 직접적이고,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좀 다른 것 같다.

그녀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례를 들어, 집, 오피스 등의 환경 및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해답으로 색상을 제시한다.

물론 이 책을 다 읽은 뒤에도 마찬가지지만, 색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생각은 내게는 좀 어려웠다. 당장 실현하기에 무리수도 따른다.

자신의 유형을 파악한 색상 팔레트대로 집안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은 비용이 들고, 과감한 결단이 아니면 힘들다.

의상에 관해서도 갖고 있는 옷들을 버리고 새 옷을 사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몸매와 얼굴이 받쳐주지 않으면 무슨 색을 입은들 빛이 나겠느냐하는 자조적인 마음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 삶의 질을 향상하고 품격 있는 삶으로 나가기 위해 색상이 맡은 역할은, 힘은, 크다는 것이다.

저자가 색의 기본이 되는 11가지 색상 (빨강, 분홍, 노랑, 주황, 갈색, 파랑, 초록, 보라, 회색, 흰색, 검정)을 하나씩 빼어 들어 우리에게 소개하는 과정은 집요하고 구체적이다.

마치 나를 위한, 오직 내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게 최적의 색상을 뽑아주겠다는 집념의 스타일리스트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의 앞부분에 저자가 어릴 적 봤던 오즈의 마법사 얘기가 잠깐 나온다.

도로시가 보았던 세상이 적갈색에서 컬러로 전환되었던 장면.

그 마법 같은 현상을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도로시가 그걸 ‘느낌’이라고 말하는 게 좋았다.” (p. 10)

색은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

색은 나의 감각과 감정, 정체성을 잇는 천연의 가장 아름다운 빛깔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컬러의 힘’은 그 마법 같은 색의 세계를 내게 처음 알려준 책이다.


#컬러의힘 #윌북 #색채심리학 #색상 #thelittlebookofcolour #캐런할러 
 

색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곧 내 감정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내 감정과 관계를 맺을 때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과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p. 11)

도로시가 그걸 ‘느낌‘이라고 말하는 게 좋았다. (p. 10)

모든 색은 각자의 신비로운 삶을 산다. by 칸딘스키 (p.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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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밀침침신여상 1~2 세트 - 전2권
전선 지음, 이경민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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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되어 기쁩니다. 포토카드 건도 일이 잘 해결되어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책이 잘 만들어져서 나오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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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
돌리 앨더튼 지음, 김미정 옮김 / 윌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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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 (2019)

Everything I know about love (2018) by 돌리 앨더튼 Dolly Alderton

 

<영국 쎈 언니의 독설- 와일드 연애, 인생, 요리>

 

누군가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나로 만들겠다고 내 몸을 바꿀 필요도 없다. 내 존재가 남들 눈에 보인다는 걸 믿기 위해, 내가 여기 있다는 걸 믿기 위해 남자의 말과 시선, 평가는 필요하지 않다. 불쾌함을 외면하며 남성적 시각에 맞출 필요가 없다. 그런 곳에서 내가 살아 숨 쉬지 않기 때문이다.” (p. 282)

 

영국 런던의 스탠모어에서 태어난 돌리 앨더튼 (, 선데이 타임스 스타일 칼럼니스트 겸 베스트셀러 작가)이란 여성의 서른 살 연애, 인생 에세이 사랑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은 장르가 좀 독특하다.

 

우리는 상상도 하지 못할 와일드 와일드한 청춘을 보냈고, 실명 이름들이 거론되는데 그것이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사실인지 헷갈린다. 좋게 말하자면, 너무 리얼하고 진솔해서 당혹스럽다가도 어느 순간 그녀의 마음에 훅 동화되고 있었다고나 할까.

 

여성의 위치에 대해 당당히 목소리를 내는 페미니스트적 면모도 보이고,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의 소신도 보이고, 남자에게 목을 매며 안달을 냈던 10, 약과 술에 진탕 빠져 살던 20, 스스로를 진단하고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30대의 개과천선도 보인다.

 

아무튼 이 책 한 권 안에 서른 살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돌리의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통찰과 깊이가 위트와 버무려진 책이다. 게다가 중간 중간 소개되는 그녀만의 요리 레시피는 알차기까지 하다.

 

띠지에 영국 아마존 에세이 부분 1, 내셔널 북 어워드 전기 부분 1위 등의 이력이 소개되어 있다. 그러므로 소설은 아니고 논픽션.

 

아무튼 그녀가 몸소 체험한 인생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기까지의 처절함이 감동적으로 서술된 회고록이다. (감동적이라 하면 돌리 앨더튼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유쾌하게 읽고 이따금 뇌리에 떠올리면 될, 잘 놀던 선배 언니의 썰이라고 하는 게 좋겠다.)

 

나는 결코 살아보지 못할 인생을 대신 산 쎈 언니의 이야기를 좀 들어보자.

 

돌리의 십대 시절은 AOL의 추억과 함께 한다. AOL은 아메리칸 온라인으로, 지직거리던 전화선으로 연결해 통신을 제공하는 회사였다. AOL의 주 목적이 바로 채팅과 인스탄트 메신저.

 

그녀의 최초 이성과의 관계는 이렇게 온라인 채팅으로 시작되었고, 그것은 그녀가 20대까지 데이트 앱에서 남자를 찾는 방식으로 연결된다.

 

채팅으로 얼마든지 편하게 접근하고 한 번에 많은 남자들과 연을 맺을 수 있는 편리한 방식들이 이미 그녀에겐 자연스러워졌기에, 그녀는 성인이 되어서도 이런 방식으로 남자들을 물색하곤 했다. 원 나이트 스탠드라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그녀는 이렇게 외로운 밤들을 지새웠다.

 

10대에 이미 부모 몰래 술을 마시고 마리화나를 피웠던 돌리는 그 시절의 혼란을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내가 10라는 사실만큼 싫은 게 없었다. 사춘기라는 게 죽도록 싫었다. 어른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뭐가 됐든 남에게 기대는 건 질색이었다. (p. 37)

 

엑서터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 돌리는 좀 더 자유를 만끽하고자 한다. ‘대책없이 악행을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던 잠시나마 화려했던 시절이라고 스스로 얘기한다. 하룻밤에 대여섯 개의 파티를 다니고, 자신처럼 자유로운 친구들과 어울리며 만취해서 가 본 적 없던 장거리 여행도 충동적으로 다녀오는 등 그런 행위들을 해방에 이르는 위대한 행동이라고 말한다. 그것을 좋은 추억들로서 인생에서 두고 두고 말할 일화의 조각들이라고, 그래서 축적하듯 모으려고 했다고.

 

나는 누군가에게 기대하는 방향으로 내 몸을 사용하기를 거부했다. 우리들의 그 시절은 나름대로 짜릿했다. 나는 경험에 굶주렸기에 마음이 맞는 방랑자들과 갈망을 채워나갔고 그것은 우리 중 아무도 거부하지 않는 집단정신이 됐다.” (p. 52)

 

돌리의 이러한 집단정신은 후에 그녀가 얻은 소중한 친구들로 그녀의 자산이 된다. 피보다 진한 우정과 연대로 보듬어주는 그들은 돌리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일어설 힘이 되어 주었다. 게다가 작가는 경험을 수집하는 사람이라고 믿었던 돌리에게 이런 방황의 시간들은 그녀의 글에 진정성과 힘을 실어주게 된다. 어쨌든 그런 경험들로 이 책을 낼 수 있었으니, 그녀의 방황도 헛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10대도, 20대도 돌리에게 가장 치명적으로 다가온 것은 연애와 취업이었다.

 

그녀는 많은 남자들과 관계를 맺어 왔고, 그 중에 정말 사랑했던 남자와의 실연도 경험하며 거식증에 가깝게 자신을 파괴하기도 했다. 그리고 대학 졸업 후 취업이란 전선 앞에 무기력한 모습으로 절망도 했다.

 

아마 20대들이라면 겪는 가장 큰 두 가지 문제가 아닐까. 연애와 취업.

 

나는 간절히 일자리를 찾았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어린 시절을 보낸 내 침실에서 잠이 드는 순간까지 머릿속을 내내 떠나지 않은 게 바로 일 생각이었다. (p. 101)

 

연애도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전까지 돌리는 남자친구의 요구에 따라 소중히 여기던 머리도 쇼트커트로 자르고, 오직 그를 위해 희생하는 여성상으로 자신을 맞춰나갔었다. 거기에 코카인을 흡입하고, 매일 같이 술에 취해 살아갔다. 자신이 남자를 꼬시는 유일한 방법은 담배와 화려한 화장, 허세, 과장뿐이라고 믿었던 가엾은 여성이었다.

 

그러다가 그녀는 점차 깨닫게 된다.

 

이런 밤들이 반복되자 나는 추억을 수집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런 일화에 의해 내가 정의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설상가상, 남들도 내게 그런 모습을 기대했다.” (p. 119)

 

나를 부끄럽게 하는 행동을 계속하는 건 자신을 귀하게 대하지 않아 자존감이 떨어지는 길임을 깨달았다.” (p. 121)

 

우정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돌리는 가장 절친했던 친구 팔리가 근사한 남자와 진지하게 교제하는 것에도 불안감과 질투를 느끼게 된다. 친구가 애인을 사귀는 순간 모든 것의 순서가 바뀌는 것이 싫었던 돌리는 자신이 믿지 못하는 사랑이란 것을 하는 팔리에게 괴리감을 느낀다.

 

스물다섯 살이 되었을 땐 번화가에서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고, 읽지도 않을 책을 인터넷에서 주문하는 게 인생일까 의아해지는 시기”(p. 160)라고 생각하며, 익숙한 곳을 떠나 뉴욕으로 여행을 떠나 여러 경험을 한다. (정말 낯뜨거운 경험^^:)

 

또한 소중한 이의 죽음을 겪기도, ‘자아라는 개념을 일깨워주는 상담사를 만나기도 하면서 돌리는 스스로를 바꾸기로 노력한다.

 

인생이 때론 힘들어 보이지만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듯 정말 단순하다. 분노로 가슴을 찢어 젖히고 겸손함으로 자존심을 부수라. 운명이 정해준 사람이 되지 말고, 당신이 바라는 사람이 돼라. 감정에 충실하라. 당신은 사랑을 받기 위해 태어났다. 그 사랑을 받으라." (p. 193, 돌리가 인용한 누군가의 글)

나쁜 짓을 하던 이들에게 녹색 신호등이 되어주던 자신을 점검하면서 돌리는 강한 척 하지만 내면은 언제나 외로웠던 자아를 마주하게 된다.

 

돌리는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어떻게 보게 할까 조종하려고 했던 것을 고백하게 된다. 그녀의 텅 빈 내면과 화해할 준비가 된 것이다.

 

그녀는 이제 더는 남자들이나 그 누구를 위해 살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나는 이만하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내 심장도 이만하면 충분하다....

나는 충분하다. 나는 충분하다. 이 말이 내 몸속을 스쳐가며 온 몸의 세포를 뒤흔들었다. 느꼈다. 이해했다. 그러자 이 말이 뼛속에 녹아들었다. 생각이 경주마처럼 질주하며 안에서 날뛰었다....

나는 온전하며 완벽하다. 절대 바닥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넘치도록 충분하다.“ (p. 283)

 

돌리는 서른을 앞에 두고 나이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 (아니 벌써^^:)과 시간부자였던 20대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솔직히 토로한다. 하지만 흘러가는 대로 버티면서 산다기보다 인생의 다음 구간으로 넘어간다고 생각하며 후회 많던 이십 대를 발판삼아 좀 더 유연하고 성숙하게 서른을 맞이한다.

 

고작 서른의 나이인데 돌리가 경험한 세계는 연장자인 나보다 너무도 스펙터클하고 심오하기까지 하다.

 

지금은 성공적인 칼럼니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신이 꿈꿨던 어른의 모습을 살아가고 있는지 모를 돌리 앨더튼.

 

그녀가 대신해 몸소 체험한 하드하고 와일드한 청춘의 인생사는, 인생이라는 똑같은 과제를 풀고 있는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당신에게 행복을 제공하는 것만을 업으로 삼은 사람은 없다.” 그러니 당신의 행복은 자신. 자신을 사랑하여 쟁취하라!

 

사랑에 대해 아는 모든 것, 당신의 건투를 비는 쎈 언니가 인생으로 건넨 선물 같은 책이다.

문득 CharleneI’ve never been to me라는 팝송이 떠오른다

 

 

"누군가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나로 만들겠다고 내 몸을 바꿀 필요도 없다. 내 존재가 남들 눈에 보인다는 걸 믿기 위해, 내가 여기 있다는 걸 믿기 위해 남자의 말과 시선, 평가는 필요하지 않다. 불쾌함을 외면하며 남성적 시각에 맞출 필요가 없다. 그런 곳에서 내가 살아 숨 쉬지 않기 때문이다." (p. 282)

"나를 부끄럽게 하는 행동을 계속하는 건 자신을 귀하게 대하지 않아 자존감이 떨어지는 길임을 깨달았다." (p. 121)

"인생이 때론 힘들어 보이지만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듯 정말 단순하다. 분노로 가슴을 찢어 젖히고 겸손함으로 자존심을 부수라. 운명이 정해준 사람이 되지 말고, 당신이 바라는 사람이 돼라. 감정에 충실하라. 당신은 사랑을 받기 위해 태어났다. 그 사랑을 받으라." (p.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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