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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
돌리 앨더튼 지음, 김미정 옮김 / 윌북 / 201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 (2019)
Everything I know about love (2018) by 돌리 앨더튼 Dolly Alderton
<영국 쎈 언니의 독설- 와일드 연애, 인생, 요리>
“누군가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나로 만들겠다고 내 몸을 바꿀 필요도 없다. 내 존재가 남들 눈에 보인다는 걸 믿기 위해, 내가 여기 있다는 걸 믿기 위해 남자의 말과 시선, 평가는 필요하지 않다. 불쾌함을 외면하며 남성적 시각에 맞출 필요가 없다. 그런 곳에서 내가 살아 숨 쉬지 않기 때문이다.” (p. 282)
영국 런던의 스탠모어에서 태어난 돌리 앨더튼 (현, 선데이 타임스 스타일 칼럼니스트 겸 베스트셀러 작가)이란 여성의 서른 살 연애, 인생 에세이 ‘사랑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은 장르가 좀 독특하다.
우리는 상상도 하지 못할 와일드 와일드한 청춘을 보냈고, 실명 이름들이 거론되는데 그것이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사실인지 헷갈린다. 좋게 말하자면, 너무 리얼하고 진솔해서 당혹스럽다가도 어느 순간 그녀의 마음에 훅 동화되고 있었다고나 할까.
여성의 위치에 대해 당당히 목소리를 내는 페미니스트적 면모도 보이고,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의 소신도 보이고, 남자에게 목을 매며 안달을 냈던 10대, 약과 술에 진탕 빠져 살던 20대, 스스로를 진단하고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30대의 개과천선도 보인다.
아무튼 이 책 한 권 안에 서른 살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돌리의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통찰과 깊이가 위트와 버무려진 책이다. 게다가 중간 중간 소개되는 그녀만의 요리 레시피는 알차기까지 하다.
띠지에 영국 아마존 에세이 부분 1위, 내셔널 북 어워드 전기 부분 1위 등의 이력이 소개되어 있다. 그러므로 소설은 아니고 논픽션.
아무튼 그녀가 몸소 체험한 인생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기까지의 처절함이 감동적으로 서술된 회고록이다. (감동적이라 하면 돌리 앨더튼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유쾌하게 읽고 이따금 뇌리에 떠올리면 될, 잘 놀던 선배 언니의 썰이라고 하는 게 좋겠다.)
나는 결코 살아보지 못할 인생을 대신 산 쎈 언니의 이야기를 좀 들어보자.
돌리의 십대 시절은 AOL의 추억과 함께 한다. AOL은 아메리칸 온라인으로, 지직거리던 전화선으로 연결해 통신을 제공하는 회사였다. AOL의 주 목적이 바로 채팅과 인스탄트 메신저.
그녀의 최초 이성과의 관계는 이렇게 온라인 채팅으로 시작되었고, 그것은 그녀가 20대까지 데이트 앱에서 남자를 찾는 방식으로 연결된다.
채팅으로 얼마든지 편하게 접근하고 한 번에 많은 남자들과 연을 맺을 수 있는 편리한 방식들이 이미 그녀에겐 자연스러워졌기에, 그녀는 성인이 되어서도 이런 방식으로 남자들을 물색하곤 했다. 원 나이트 스탠드라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그녀는 이렇게 외로운 밤들을 지새웠다.
10대에 이미 부모 몰래 술을 마시고 마리화나를 피웠던 돌리는 그 시절의 혼란을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내가 10라는 사실만큼 싫은 게 없었다. 사춘기라는 게 죽도록 싫었다. 어른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뭐가 됐든 남에게 기대는 건 질색이었다. (p. 37)
엑서터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 돌리는 좀 더 자유를 만끽하고자 한다. ‘대책없이 악행을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던 잠시나마 화려했던 시절’이라고 스스로 얘기한다. 하룻밤에 대여섯 개의 파티를 다니고, 자신처럼 자유로운 친구들과 어울리며 만취해서 가 본 적 없던 장거리 여행도 충동적으로 다녀오는 등 그런 행위들을 ‘해방에 이르는 위대한 행동’이라고 말한다. 그것을 좋은 추억들로서 인생에서 두고 두고 말할 일화의 조각들이라고, 그래서 축적하듯 모으려고 했다고.
“나는 누군가에게 기대하는 방향으로 내 몸을 사용하기를 거부했다. 우리들의 그 시절은 나름대로 짜릿했다. 나는 경험에 굶주렸기에 마음이 맞는 방랑자들과 갈망을 채워나갔고 그것은 우리 중 아무도 거부하지 않는 집단정신이 됐다.” (p. 52)
돌리의 이러한 ‘집단정신’은 후에 그녀가 얻은 소중한 친구들로 그녀의 자산이 된다. 피보다 진한 우정과 연대로 보듬어주는 그들은 돌리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일어설 힘이 되어 주었다. 게다가 ‘작가는 경험을 수집하는 사람’이라고 믿었던 돌리에게 이런 방황의 시간들은 그녀의 글에 진정성과 힘을 실어주게 된다. 어쨌든 그런 경험들로 이 책을 낼 수 있었으니, 그녀의 방황도 헛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10대도, 20대도 돌리에게 가장 치명적으로 다가온 것은 연애와 취업이었다.
그녀는 많은 남자들과 관계를 맺어 왔고, 그 중에 정말 사랑했던 남자와의 실연도 경험하며 거식증에 가깝게 자신을 파괴하기도 했다. 그리고 대학 졸업 후 취업이란 전선 앞에 무기력한 모습으로 절망도 했다.
아마 20대들이라면 겪는 가장 큰 두 가지 문제가 아닐까. 연애와 취업.
“나는 간절히 일자리를 찾았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어린 시절을 보낸 내 침실에서 잠이 드는 순간까지 머릿속을 내내 떠나지 않은 게 바로 일 생각이었다. (p. 101)
연애도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전까지 돌리는 남자친구의 요구에 따라 소중히 여기던 머리도 쇼트커트로 자르고, 오직 그를 위해 희생하는 여성상으로 자신을 맞춰나갔었다. 거기에 코카인을 흡입하고, 매일 같이 술에 취해 살아갔다. 자신이 남자를 꼬시는 유일한 방법은 담배와 화려한 화장, 허세, 과장뿐이라고 믿었던 가엾은 여성이었다.
그러다가 그녀는 점차 깨닫게 된다.
“이런 밤들이 반복되자 나는 추억을 수집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런 일화에 의해 내가 정의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설상가상, 남들도 내게 그런 모습을 기대했다.” (p. 119)
“나를 부끄럽게 하는 행동을 계속하는 건 자신을 귀하게 대하지 않아 자존감이 떨어지는 길임을 깨달았다.” (p. 121)
우정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돌리는 가장 절친했던 친구 팔리가 근사한 남자와 진지하게 교제하는 것에도 불안감과 질투를 느끼게 된다. 친구가 애인을 사귀는 순간 모든 것의 순서가 바뀌는 것이 싫었던 돌리는 자신이 믿지 못하는 ‘사랑’이란 것을 하는 팔리에게 괴리감을 느낀다.
스물다섯 살이 되었을 땐 “번화가에서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고, 읽지도 않을 책을 인터넷에서 주문하는 게 인생일까 의아해지는 시기”(p. 160)라고 생각하며, 익숙한 곳을 떠나 뉴욕으로 여행을 떠나 여러 경험을 한다. (정말 낯뜨거운 경험^^:)
또한 소중한 이의 죽음을 겪기도, ‘자아’라는 개념을 일깨워주는 상담사를 만나기도 하면서 돌리는 스스로를 바꾸기로 노력한다.
“인생이 때론 힘들어 보이지만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듯 정말 단순하다. 분노로 가슴을 찢어 젖히고 겸손함으로 자존심을 부수라. 운명이 정해준 사람이 되지 말고, 당신이 바라는 사람이 돼라. 감정에 충실하라. 당신은 사랑을 받기 위해 태어났다. 그 사랑을 받으라." (p. 193, 돌리가 인용한 누군가의 글)
나쁜 짓을 하던 이들에게 녹색 신호등이 되어주던 자신을 점검하면서 돌리는 강한 척 하지만 내면은 언제나 외로웠던 자아를 마주하게 된다.
돌리는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어떻게 보게 할까 조종하려고 했던 것을 고백하게 된다. 그녀의 텅 빈 내면과 화해할 준비가 된 것이다.
그녀는 이제 더는 남자들이나 그 누구를 위해 살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나는 이만하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내 심장도 이만하면 충분하다....
나는 충분하다. 나는 충분하다. 이 말이 내 몸속을 스쳐가며 온 몸의 세포를 뒤흔들었다. 느꼈다. 이해했다. 그러자 이 말이 뼛속에 녹아들었다. 생각이 경주마처럼 질주하며 안에서 날뛰었다....
나는 온전하며 완벽하다. 절대 바닥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넘치도록 충분하다.“ (p. 283)
돌리는 서른을 앞에 두고 나이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 (아니 벌써^^:)과 시간부자였던 20대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솔직히 토로한다. 하지만 흘러가는 대로 버티면서 산다기보다 인생의 다음 구간으로 넘어간다고 생각하며 후회 많던 이십 대를 발판삼아 좀 더 유연하고 성숙하게 서른을 맞이한다.
고작 서른의 나이인데 돌리가 경험한 세계는 연장자인 나보다 너무도 스펙터클하고 심오하기까지 하다.
지금은 성공적인 칼럼니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신이 꿈꿨던 어른의 모습을 살아가고 있는지 모를 돌리 앨더튼.
그녀가 대신해 몸소 체험한 하드하고 와일드한 청춘의 인생사는, 인생이라는 똑같은 과제를 풀고 있는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당신에게 행복을 제공하는 것만을 업으로 삼은 사람은 없다.” 그러니 당신의 행복은 자신. 자신을 사랑하여 쟁취하라!
‘사랑에 대해 아는 모든 것’은, 당신의 건투를 비는 쎈 언니가 인생으로 건넨 선물 같은 책이다.
문득 Charlene의 I’ve never been to me라는 팝송이 떠오른다.
"누군가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나로 만들겠다고 내 몸을 바꿀 필요도 없다. 내 존재가 남들 눈에 보인다는 걸 믿기 위해, 내가 여기 있다는 걸 믿기 위해 남자의 말과 시선, 평가는 필요하지 않다. 불쾌함을 외면하며 남성적 시각에 맞출 필요가 없다. 그런 곳에서 내가 살아 숨 쉬지 않기 때문이다." (p. 282)
"나를 부끄럽게 하는 행동을 계속하는 건 자신을 귀하게 대하지 않아 자존감이 떨어지는 길임을 깨달았다." (p. 121)
"인생이 때론 힘들어 보이지만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듯 정말 단순하다. 분노로 가슴을 찢어 젖히고 겸손함으로 자존심을 부수라. 운명이 정해준 사람이 되지 말고, 당신이 바라는 사람이 돼라. 감정에 충실하라. 당신은 사랑을 받기 위해 태어났다. 그 사랑을 받으라." (p.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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