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의 힘 - 내 삶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언어 컬러 시리즈
캐런 할러 지음, 안진이 옮김 / 윌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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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을 알다. 보다. 잇다.>

 

컬러의 힘 The Little Book of Colour by 캐런 할러 Karen Haller (2019) #윌북

 

“색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곧 내 감정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내 감정과 관계를 맺을 때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과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p. 11)

 

내게 ‘색상’(color)은 시간을 들여 눈여겨보거나 관심을 쓸 만한 것은 아니었다. 세상에는 색 외에도 관심 쓰고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내가 ‘색’을 온전히 인식하며 감동할 때는 바로 멋진 휴양지나 풍경 좋은 여행지에서뿐이었다.

 

공교롭게도, 오늘 예배 설교에서 목사님이 색에 관한 유튜브 동영상을 하나 보여 주었다.

 

평생을 색각 이상(색맹)으로 산 남자가 특수 안경을 끼고 비로소 온전한 색상들을 보게 되는 영상이었다.

그는 흐느끼고 통곡하면서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다며 감격한다.

문득 생각했다.

만약 내가 당연하게 존재하는 수많은 색상의 빛깔을 인식하지 못하고 산다면, 내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색상을 전부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 색맹에 관해서는, 전혀 장애나 이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보이지 않아도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 이를테면 '언어나 상징'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색은 모든 사물들에 존재하고 있고, 우리는 색에 둘러싸여 살고 있으므로 색이 주는 효과를 잘 활용하면 우리의 삶의 질이 향상하고 능률도 오를 수 있다.

색에 대해 알아보고, 내 삶에 알맞게 적용해 웰빙하자는 것이 아마도 이 책의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색’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해 준다. 색의 의미, 색의 역사, 색에 관해 알아야 할 필수적인 내용들.

저자 캐런 할러는 응용색채심리학 분야에 20년 간 몸담은 세계적인 권위자다.

먼저 이 책의 목차는 이와 같다.

1. 색의 역사 2. 색의 이해 3. 색과 마음 4. 색과 성격 그리고 색의 미래 (에필로그).

색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1장은 이것에 대한 이론적 근거들로 채워져 있다.

“색의 정체는 빛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색깔들은 태양에서 출발해 우리에게 날아온 빛의 파장이다.” (p. 18)라는 색상의 기본 개념부터, 무지개의 원리로 색상을 구분했던 뉴턴의 이론도 소개된다.

“뉴턴은 색채가 물체 자체의 성질이 아니라 물체에 반사되는 빛의 성질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물체들이 제각기 다른 색으로 보이는 것은 물체가 어떤 파장을 가진 빛만 흡수하고 나머지 빛은 반사하기 때문이다.” (p. 20)

그녀는 다윈이 말했던 색채의 주된 쓰임새 3가지 (유혹, 위장, 경고)를 언급하고, 색채와 심리학을 연관해 이론을 정립한 철학자나 인물들을 소개한다.

(엠페도클레스, 히포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갈렌, 아이작 뉴턴, 괴테, 칼융, 바우하우스, 엔젤라 라이트)

나의 흥미를 끈 것은 색각 장애에 관한 부분이었다.

색을 본다는 것은 눈에 들어온 빛을 뇌가 인식하는 것인데, 우리가 감지하는 것은 초록, 빨강, 파랑의 빛이라고 한다. (p. 22)

이 기관을 광수용기라 하며, 인간은 2개의 광수용기 (간상체와 추상체)를 갖고 있고, 추상체가 색채 지각을 처리한다.

거기서 추상체는 다시 3가지로 나뉘고 위에 언급한 색상들을 각각 담당한다.

재밌는 건, 개는 추상체가 2가지 종류밖에 없어서 색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추상체의 수가 색을 감별할 수 있는 능력을 좌우한다.

한 종류의 추상체는 100가지 정도의 색을 구별할 수 있으며, 2가지면 100을 제곱하여 일만, 3가지면 100의 세제곱으로 백만, 4가지 추상체는 수백만의 색을 인식할 수 있다.

4가지 추상체를 지닌 사람을 ‘사색자tetrachromat’라고 한다. (p. 43)

사색자의 반대에 선 것이 바로 색맹이다.

색맹은, “빛에 민감한 추상체가 빛의 서로 다른 파장에 적절히 반응하지 못할 경우” 발생한다.

“추상체들이 각각의 빛 파장에 다르게 반응하지 못하고 모든 파장을 비슷하게 인식하므로” 생기는 혼란 같은 것. (p. 44)

하지만 이제는 색 보정 안경이 나와서 그들도 선명하게 색을 보고 인식할 수 있다.

색을 단지 눈뿐 아니라 감각으로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바로 공감각자 (synaesthete)들이다.


내가 아는 공감각자로는 프랑스 출신의 피아니스트 엘렌 그뤼모가 있다.

그녀는 모든 음을 색상으로 본다. (그런 능력이 없는 나로선 정확히 어떻게 보이는 건진 모르겠다^^;)

저자는 두 가지 유형의 공감각자를 언급한다.

자소공감각 (문자나 숫자를 볼 때 단어 전체 또는 요일이 고유한 색으로 보임).

그리고 엘렌 그뤼모처럼 음악의 음을 색으로 인식하는 색채 공감각이 그것이다. 스티비 원더, 칸딘스키 등도 공감각자다.

색의 원리에 대해서 잘 몰랐던 나는 그녀의 친절한 설명으로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이후 소개되는 색의 문화적 의미, 국가별로 지칭하는 색의 차이점 또 설문지를 통해 나에게 맞는 색상 팔레트 등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색과 심리학을 연관해 설명하는 것은, 음악의 각 조성 (24개의 장조, 단조 sonority)이 지닌 특수한 상징을 곡에 연결했던 음악 기법과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색은 좀 더 직접적이고,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좀 다른 것 같다.

그녀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례를 들어, 집, 오피스 등의 환경 및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해답으로 색상을 제시한다.

물론 이 책을 다 읽은 뒤에도 마찬가지지만, 색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생각은 내게는 좀 어려웠다. 당장 실현하기에 무리수도 따른다.

자신의 유형을 파악한 색상 팔레트대로 집안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은 비용이 들고, 과감한 결단이 아니면 힘들다.

의상에 관해서도 갖고 있는 옷들을 버리고 새 옷을 사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몸매와 얼굴이 받쳐주지 않으면 무슨 색을 입은들 빛이 나겠느냐하는 자조적인 마음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 삶의 질을 향상하고 품격 있는 삶으로 나가기 위해 색상이 맡은 역할은, 힘은, 크다는 것이다.

저자가 색의 기본이 되는 11가지 색상 (빨강, 분홍, 노랑, 주황, 갈색, 파랑, 초록, 보라, 회색, 흰색, 검정)을 하나씩 빼어 들어 우리에게 소개하는 과정은 집요하고 구체적이다.

마치 나를 위한, 오직 내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게 최적의 색상을 뽑아주겠다는 집념의 스타일리스트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의 앞부분에 저자가 어릴 적 봤던 오즈의 마법사 얘기가 잠깐 나온다.

도로시가 보았던 세상이 적갈색에서 컬러로 전환되었던 장면.

그 마법 같은 현상을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도로시가 그걸 ‘느낌’이라고 말하는 게 좋았다.” (p. 10)

색은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

색은 나의 감각과 감정, 정체성을 잇는 천연의 가장 아름다운 빛깔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컬러의 힘’은 그 마법 같은 색의 세계를 내게 처음 알려준 책이다.


#컬러의힘 #윌북 #색채심리학 #색상 #thelittlebookofcolour #캐런할러 
 

색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곧 내 감정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내 감정과 관계를 맺을 때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과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p. 11)

도로시가 그걸 ‘느낌‘이라고 말하는 게 좋았다. (p. 10)

모든 색은 각자의 신비로운 삶을 산다. by 칸딘스키 (p.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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