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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똥 글 똥 ㅣ 햇살문고 1
윤수 지음, 백명식 그림 / 책과나무 / 2026년 1월
평점 :
글쓰기는 어른들에게도 고도의 창작 에너지를 요구하는 쉽지 않은 과정이다. 하물며 '독서기록장'이라는 이름의 과제를 마주한 아이들에게 하얀 종이는 때로 거대한 벽처럼 느껴진다. "뭘 써요? 쓸 말이 없어요."라고 하는 아이들은 사실은 부담감을 가진 다른 표현일 것 같아요. 《염소 똥 글 똥》은 아이들의 보편적인 공포와 막막함을 '똥'이라는 유쾌하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표현합니다.
헌책방 손자인 기철이는 책 읽기는 좋아하지만, 독서기록장 쓰는 건 죽기보다 싫어한다. 그런 기철이 앞에 책을 먹고 '글 똥'을 누는 염소 고도리가 나타난다. 염소 똥 속에 섞인 글자 조각들을 조합해 문장을 만든다니, 이 얼마나 더러우면서도(?) 기발한 발상인가 싶다.
기철이가 똥을 요리조리 관찰하며 글자를 찾는 모습은 글쓰기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글쓰기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창조가 아니라, 내 안에 소화된 생각 조각들을 정성껏 골라내어 연결하는 과정이다. 아이들은 기철이를 보며 '글쓰기가 똥 누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럽고 시원한 일'일 수도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낀다.
처음에는 고도리를 숙제 대신 해주는 도구로만 여겼던 기철이가, 나중에는 고도리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도 뭉클하다. 결국 좋은 글이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대상을 향한 따뜻한 관심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보여준다.
여러가지 독서기록장 쓰기법까지 알려주고 있어서. 책을 덮고 나면 왠지 모르게 독서기록장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독서기록장만 보면 머리가 지끈거리는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