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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알을 낳았대! - 3~8세 ㅣ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2
배빗 콜 글.그림, 고정아 옮김 / 보림 / 1996년 7월
평점 :
'너는 다리밑에서 주워왔단다..' 어릴때 누구나 한번은 들어본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어릴땐 그렇게 당연하게 들었던 '다리밑..' 이야기인지라 그렇게 낯설지는 않지만, 사실 이제 아이엄마이고 보니, '엄마, 난 어떻게 나왔어?' 하는 아이의 물음에 좀더 합리적인 이야기를 슬슬 준비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이 들고야 마는군요. (아, 다행인가요?.. 아직은 제 딸이 29개월이라 그걸 물어볼 나이는 되지 않았지만요.ㅎㅎ) 그낙 이 책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수 있을것 같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지요.
책의 첫장부터가 재기 발랄함이 넘칩니다. 책 표지를 열자 바로 나오는 그림이 있습니다. 하얗고 희긋희긋한 물방울 같은 것이 수없이 많이요. 처음엔 뭔가 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올챙이 모양의 '정자들'입니다. 목적지(?)를 향해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상기되어(?) 보이는군요. 어느날 엄마 아빠가 두 아이에게 '너희들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알려준다고 합니다. 그 극단적이고 황당한 엄마 아빠의 말의 행진에 웃음을 참을수 없습니다. 엄마 아빠가 '아기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에 대한 그 말들이란 이런것이지요.
여자 아기는 설탕과 양념에 향기를 넣어 만들고, 남자아기는 달팽이와 강아지 꼬리를 섞어 만들며, 공룡이 아기를 가져다 주기도, 어처구니 없게도 돌밑에서 아기가 나올때도 있답니다. 붕어빵을 굽듯이 아기를 구워낼 수도, 화분에 씨앗을 심고 물주면 아기가 쑥쑥 자라기도 하고, 튜브에서 아기를 짜낼수도 있고요, 엄마가 알을 낳아 그 알이 터져 그 속에서 두 아이가 튀어 나왔다고 합니다. 하하하..
그런데 이렇게 갖은 황당한 말로 포장되고 터부시된 출생의 비밀(?)을 이 책은, 더구나 엄마 아빠의 황당한 말속임수에 속아 넘어가기에 충분할 것만 같은 장난꾸러기 꼬마들이지만 오히려 아이다운 설명으로 아주 정직하고 소상히도 알려준답니다. '우리가 설명해 드리죠' 하며 아이들이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말이죠.
엄마 배속엔 알이, 아빠에겐 몸 밖에 씨앗이 가득든 주머니가 있어서 아빠의 씨앗이 튜브를 통해 알이 있는 엄마의 구멍으로 들어갑니다. 더구나 엄마 아빠의 사랑하는 장면이 아이 특유의 눈으로 재미있는 공놀이 등의 장면으로 우스꽝스럽게 묘사되어있네요. 엄마 배속에 들어간 씨들이 달리기 시합을 해서 그 중하나가 엄마뱃속의 알과 합쳐져서 조그만 아기가 되며 그 알은 엄마 뱃속에서 자라고 자라 아기로 나온다고 설명합니다. 그림도 너무나 공감할 만큼 재미있고요.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가에 대한 출생에 관한 성이야기에 대해, 아이들의 솔직하고도 수긍이 가는 재미난 이야기가 '밥' 이라면 엄마 아빠의 말도 안되는 거짓말은 빠질수 없는 맛있는 '반찬' 이 되는 그런 탄탄한 구성을 가진 책인것 같습니다. 진지한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간 배빗 콜의 재주에 늘 감탄하면서 말이지요.. 엄마 아빠의 웃기는 황당한 설정의 이야기가 없었다면, 아이들의 이야기가 결코 빛을 발할수 없었을테니까요..
책을 보고 그냥 배시시 웃기만 하는 29개월 제 딸. 혹여,,,벌써 저가 태어난 경로를 벌써 훤히 꿰고 있는건 아닐지?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