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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호텔 ㅣ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2
브렌다 기버슨 지음, 이명희 옮김, 미간로이드 그림 / 마루벌 / 199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한권의 책에서 이백년 넘게 긴 세월의 시간을 다루는 것은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은 메마른 사막의 사구아로 선인장의 떨어진 열매에서 쏟아진 까만씨들의 존재에서 출발하는 세월의 한 시점을 잡아준다. 씨는 그 떨어진 열매를 먹으러 온 생쥐의 수염을 얻어타고 팔로버드 나무 밑에 떨어져, 10년이 흘러 손 한 뼘 만한 크기의 선인장이 되고, 25년이 흘러 다섯 살 어린이키 만한 선인장이 되고, 50년이 흘러 엄마키 두배 만한 키의 선인장이 되어, 그 큰 팔로버드 나무보다 더 크고 곧게 서서 꽃을 피운 선인장이 된, 그 주위에 새와 벌 박쥐 동물들이 모여들고 서서히 호텔의 모습을 갖추게 되고, 60년이 흘러 아빠키 세배 만큼 커지고 옆 큰 가지도 뻗은 선인장이 된다. 이제 딱따구리, 올빼미, 비둘기, 여러 새들의 은신처로서 손색이 없는 선인장 호텔. 우뚝선 꽤나 폼나는 멋진 선인장 호텔인 것이다. 150년이 흘러 아빠키 열배나 되는키의, 일곱 개나 옆가지가 뻗은 선인장. 어마어마하게 큰, 그리고 무게는 8000kg. 호텔엔 새, 쥐, 곤충, 박쥐들이 구멍을 뚫어 기거하고, 열매와 꽃잔치로 선인장 호텔은 최고의 전성시대를 구가한다. 그렇게 200년이 흐르고 선인장 호텔은 늙어 힘없이 쓰러지고 가지들도 부서져 삭아 기어다는 곤충과 동물의 보금자리가 되기까지 참으로 긴 여정임에 틀림이 없다.
무엇보다 느낌이 남달랐던 것은, 세월을 같이하며 선인장이 수십년을 거쳐 자라고 자라고 자라고 커지면서 동물들의 유일한 호텔이 되는 그 사막속 선인장의 위대함과 신비함이다. 아울러 한편으론 150여년간 기나긴 성장을 거듭해온 그 멋진 선인장 호텔이 쓰러져 앙상한 뼈를 드러내면 땅위의 곤충과 동물의 안식처가 되며 사라져가는 그 세월의 무력함을 절감한다.
헌데 자연의 인생살이는 끝이 없다 했던가.. 사라져가는 호텔 선인장, 그 주위로 선인장 숲이 생긴건.. 또다른 호텔 선인장을 꿈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