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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5
존 버닝햄 지음,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1995년 11월
평점 :
기차놀이를 좋아하는 아이 때문에 두돌 무렵부터 구입해 두었던 책이다. 오로지 기차놀이를 위한 책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쓸만(?)했다. 당시로선 기차놀이를 하면서 덤으로 기차에 탔던 친구들과 연도 날리고, 수영도 하고, 비오는 길위를 우산쓰고 뛰어도 다니고, 눈싸움도 하는 재미에 책을 보여주기도 했으니까.
실은 이 책은 고갈된 환경과 동물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책이기도 했다. 존 버닝햄의 그 기차는 고갈된 자연의 마지막 안식처요, 종착역이였던 것 같다. 밤안개를 뚫고 달린 기차의 머리위로 어느새 해가 고개를 내밀 무렵, 사람들이 상아를 잘라가 버려 이젠 더이상 살아남지 못할거라며 기차에 타기를 원하는 코끼리며, 사람들이 물을 오염시키고 물고기도 많이 잡아가 먹을게 없어 살아남지 못하리라는 물개의 하소연에도, 사람들이 물을 다 퍼가서 마른늪에선 앞으로 살수가 없다는 볼멘 두루미에게도, 사람들이 나무를 마구 베어가버려 더이상 버틸수가 없다는 호랑이에게도, 사람들이 북극곰을 잡아다가 털옷을 만들려고해서 목숨을 위협받는 곰의 근심어린 말에서도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라는 말은 무색하다. 더이상 '타지말라'는 의미가 아닌것이다. 마치 그들의 마지막 비상구인 그 기차를 타기위한 통상적 관례로 통하는 의미인게지.. 아.. 사람들이 이다지도 막무가내로 이들의 설 자리를 없애버린 건지..하는 죄책감 마저 든다.
꿈과 현실을 통하는 기차의 매력에 푹 빠져 봄직한 책이다. 마치 어느 순간이 되면 정지된 시간 사이로 또다른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이상한 나라의 폴> 처럼 말이다. 현실에 반하는 그 기차에 올라 타는 순간 오염된 환경과 이기적인 인간으로 부터 자유로운 동물들이 우리를 동심으로 데려갈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