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이라 했지만 사실 애완동물 얘기다. 현재 개, 고양이 한 마리씩을 키우고 있다. 

이놈들 전에 약 오년 여간을 키운 개 두마리를 작년말, 올 초에 연이어 치워 버렸다. 개장수를 불러다 넘겼다.


먼저 들인 놈이 흰놈인데 오개월 정도 된것을 물경 오만원 주고 사왔었다. 근데 예방접종이 안된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됐는데 이놈이 개에게 가장 치명적인 질병중 하나인 파보바이러스에 감염이 된 것이다. 이 병의 특징은 입으로는 계속 토악질을 하고 밑으론 피똥을 싼다는 것이다. 사실 피똥은 아니고 그냥 피가 쫙쫙 나온다. 치사율이 대개 70퍼센트 전후라 한다. 시골에선 이럴때 보통은 방치한다. 그당시 이 병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설혹 알았다고 하더라도 어찌 측은지심으로 그냥 방치할 수 있었겠는가. 하나 결정적으론 치료할 돈이 있었기에 동물병원엘 데려 갔다. 수의사는 큰 기대는 마라 하면서도 꼬박꼬박 항생제와 링겔을 처방하곤 했다. 링겔은 보통 한나절 이상이 걸려야 다 들어갔고 피비린내는 굉장했다. 돌보기를 근 한달여, 녀석은 결국 살아났고 그동안 들인 병원비는 무려 오십만원에 육박했다. 그리고 얼마후 아는 사람 소개로 수캐 한마리를 더 얻어다 키우게 되었다. 이녀석은 주인 얘기로는 거두절미하고 '좋은 개여'라 한 놈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썩 좋지는 않았다. 왜냐면 녀석이 힘은 천하장사에 좀 거칠었다. 멋모르고 가까이 접근했다가 물리기까지 한 사람도 생겼다. 여러모로 교육(?)을 시켰지만(그래봤자 윽박지르기)거친 성질이 나아지지 않았다.


얼마후 작은개 하나와 고양이 하나를 더 들여 도합 네 마리를 키웠는데 제일 큰 문제는 큰 개들 이었다. 풀어 놓고 키우자니 함부로 나대는 통에 힘들고, 울타리를 쳐주자니 장소며 재료가 감당이 안되는 것이다. 결국 묶어 놓고 키워야 하는데 때마다 사료에 물 챙겨 줘야하고 엄청난 똥 치우는 문제도 만만치 않았다. 해서 이참에 큰 개 두마릴 없앴다. 그놈들을 치울때 그래도 애틋한 감정이 생길만도 했지만 그나마 두 마리다 막상 치울땐 집에 있지 않아 안사람이 고생했다. 아니, 어쩌면 이상한 주인을 만나서 그네들이 더 고생했다고 하는 것이 맞는말 일테다.


시골에서 가축(애완동물)키우기에 대해 니어링 부부는 반대하는 원칙을 견지했는데 사람이 가축의 노예가 된다는 것이 제일 큰 이유라 했다. 이런 부부도 말년엔 우연히 알게된 고양이와 함께 살기도 했다 한다. 한편 일본작가인 마류야마 겐지 같은 이는 그의 저서인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에서 무릇 시골에 살려면 큰 대형견 한 마리쯤은 키워야 마음이 놓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오로지 사람의 필요에 의해서 가축화 또는 애완화한 것은 이기심의 발로 그이상은 아닐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정말 그네들을 위하면서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 가급적 애완동물이나 가축을 키우는 것은 자제하는게 어떤가 싶다. 


다니구치 지로의 <개를 기르다>를 보면 대형견을 키우기위해 교외의 단독주택으로 이사한 부부의 개와 함께한 일상이 잔잔하게 묘사되고 있다. 그들이 키우던 개는 수명이 다하여 결국 숨을 거두는데 그 과정이 애잔하여 웬만한 사람은 눈물을 훔칠만큼 감동적이다. 그야말로 개와 제대로 함께한 삶이라 할만 하다.

우린 그러지 못했기에 미안한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지난 오년간 우리에게 큰 즐거움과 위안을 안겨준 두녀석의 명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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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5-03-09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흰둥이랑 검둥이의 빼어난 자태보다는 넘 깨끗한 마당이 눈에 들어온다는, ㅋ~.
얘네 둘이 닮은 거 같아요.
개도 오래되면 주인을 닮는다는데, 그럼 쉽싸리님이 저리 생기셨다는~?@@

쉽싸리 2015-03-09 11:20   좋아요 0 | URL
검은놈이랑 거의 같다고 보면 될...ㅋㅋ저놈도 새끼때는 엄청 귀여웠죠. 귀가 축 늘어진게. 이젠 추억이네요..
 
고전문학 읽은 척 매뉴얼
김용석 지음 / 멘토르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근 십 여년간,  미친 세월이다.
사람에 따라 달리 느낄수 있겠지만, 나에겐 미친 세월이다.
세월은 그냥 흘러 갈 것이다. 
어쩌면 무슨, 큰 의미 없이 흘러 갈 것이다.

그래도, 여하튼 나에겐 미친 세월이다.
이런 세월에 ~척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이 세월을 견뎌내는 또는 건너는.

딴지일보, 또는 나꼼수의 존재근거들은 이런 것일테다. 
그래서 한편 암담한 것이다. 
결국, 이기지 못하는 싸움일테다, 라고 느껴지는 것이다.

비관이 비관을 부르는 세월이다.
무슨, 어떤 희망이 있는가?
절망은 아직 아니라는 희망이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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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고은선생이 문학평론가 김형수와 대담한 것을 책으로 묶은것. 2011년께 경향신문에 1년 동안 연재된 것으로 알고 있다. 

등단 50년을 훌쩍 넘긴 이 시인의 작품은 이제 몇 백권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쏟아낼 말들이, 시들이 그렁그렁 목에 차있다 하니, 허, 천상시인이라고 밖에. 

1933년 생인 시인의 일대기를 축으로하여 태어나기전 부터(전생이라니!프로필에 전생이 기록된 작가는 전무후무할터!)대략 한국전쟁 발발 시점까지의 얘기들이 실려 있다. 

종횡, 무진하는 얘기들이 끊임없이 솟아나고 있다. 그 말들에, 이야기들에 흠뻑 젓어 보는 커다란 즐거움이 있다.




아마 위 책과 거의 동시에 나온 것인데, 이 책은 1973년 부터 1977년 까지 5년간의 일기다. 이시기는 고은 선생이 본격적으로 문학실천의 길에 뛰어든 시기이다. 아울러 박정희 정권의 독재가 사상유래를 찾기 힘들만큼 날뛰던 시대이다. 

그런 시대에 대한 인식과 투쟁, 문학적,역사적 사명 등에 대한 선생의 고뇌와 실천이 담뿍 담겨 있다. 

아울러 생활인으로서의 선생의 태도 등은 새롭게 접하는 부분이 있다. 물론 술은 매일이다. 그리고 연애도 한다. 

하긴 남의 일기 훔쳐보는 맛이 좀 크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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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2-01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은 시인의 전생도 시인입니까? ㅎㅎㅎ

쉽싸리 2015-02-01 18:18   좋아요 0 | URL
시인은 현재이지요. 몇 번의 전생이 있어요. 제 기억이 정확하지 않은데 최초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시기이고 그후 몇 번을 더 거치다 조선시대엔 백정? 이렇게 가다가 결국 시인에 이르는 프로필 이었던것 같아요.
 

니어링 부부 3부작


니어링 부부의 책은 이 책들 말고 번역된게 몇 권 더 있는데 갖고 있는게 이렇게 세권이다. 진작부터 읽어야지 하다가 이번에 읽었다. 읽어야지, 하는 책들이 너무 많아 때론 허무하다. 아무것도 읽고 싶지 않은 단계에 하루속히 다다렀으면 하는 마음이다.그 단계가 언제 올런지는 모르겠지만.

니어링부부가 미국의 시골에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1920~30년대이고 그로부터 50년 이상을 시골에 살았다. 그들은 서구문명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시골로 갔고 현재와 비교하여 아주 적은 돈(몇 백달러 수준)으로 숲이 울창한 수십만평의 땅을 구입했다. 시대적, 국가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그러려니해도 평당 수만원 이상하는 작금의 한국 현실관 하늘과 땅차이다.

먼저 시골로 간 사람은 스콧니어링인데 자서전에 그의 이력과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후 핼렌을 만나 함께 정착하는 과정은 <조화로운 삶>에 담겨있다. 그책엔 삶의 세부적인 원칙과 실천과정들이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역시 부러웠던것은 엄청난 단풍나무숲 이다. 하루 네시간 노동을 원칙으로 거기서 생산되는 시럽(설탕)으로 생활비의 상당량을 충당했기 때문이다. 그런 숲을 몇백달러에 구입했다는 사실.

그리고 <아름다운 삶,사랑 그리고 마무리>는 핼렌의 삶이 중심이다. 스콧과 만나기 전의 자신 얘기와 그후 스콧과 함께한 삶과 그의 죽음까지 기록하고 있다.

이 부부는 특별한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어쩌면 근본주의자들 이라고 규정해도 그닥 틀리지 않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좀더 다른 방식, 또는 나은 삶을 추구 한다면 참고 할만한 책들은 될것이다.
하지만 실제 그런 삶을(귀농/귀촌 등)계획하고 실천하자면 좀더 치밀해질 필요가 있다. 특히 자금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요즘 귀농은 기본적으로 몇 억이상의 자금이 소요된다. 땅사고, 집짓고, 농사준비자금, 생활비 등으로 소요되는 자금이 그렇다. 귀촌의 경우는 단순히 시골에 산다는 것이기 때문에 약간 다를순 있지만 땅사고 집을 짓는다면 역시 만만찮은 돈이 들것이다.
결국 어디서 뭉텅이 돈이 떨어지지 않는한 장기적으로 준비 할수밖에 없다. 그러는 동안 결국 의지가 많이 꺽이겠지만.
그러므로 의지충만할 때 귀농이나 귀촌을 할려면 지금 해버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것이다. 겪어봐야지 별도리 있나. 그때 당신의 준비목록에 스콧이나 핼렌의 책들도 포함시키는 것이 그렇게 무의미한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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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크리틱 - 칸트와 마르크스 넘어서기
가라타니 고진 지음, 송태욱 옮김 / 한길사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도서관에 가장 최근에 나온 도서출판b에서 펴낸<트랜스크리틱>은 없어 지금은 절판된 이 책을 빌려다 보고 있다. 서문에 책의 요점이 잘 요약돼 있다.
자본주의 극복을 위해 특히 마르크스와 칸트에 오랫동안 천착해온 저자의 주장이 잘 담겨져 있는 것인데, 결론적으로 노동자이면서 소비자라는 일종의 이중신분이랄수 있는 상태를 중요시 하면서 (생산/소비)협동조합을 통한 자본주의 극복을 주장하고 있다. 또하나 중요시하는게 지역통화(LETS)이다.
지역통화를 보면 현재 의미있는 결과를 내고 있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이든, 세계든.
한국에서는 그래도 가장 오래되고(20년 이상)활성화 되어 있는게 한밭렛츠인데 그곳도 몇 천명 수준의 조합원에 거래금액(량)도 매우 미미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협동조합은 한국에서는 소비협동조합중심이고 생산협동조합은 그나마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보면 협동조합이 발달한 서유럽같은데서 꽤 큰 규모로 운영되고 있기는 하다.(스페인의 몬드라곤 같은) 그러나 본질적으로 협동조합이 결국은 자본주의의 한 부분으로의 역할에 지나지 않은가 하는 문제제기가 있다.
고진 선생도 지역통화 운동에 열심이다 현재는 손을 뗀 것으로 알고 있다. 잘 확산이 안되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자본주의 극복이란게 결코 쉽지 않다. 어렵다는 생각과 몇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장시간의 시간을 두고 접근해야 하는게 맞겠지만 과연 방향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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