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평전
안도현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백석을 처음 접한 것은 이 책도 인용하고 있는 송준의 [백석 시 전집](학영사/1995)를 통해서다. 그책을 1997년 헌책방에서 샀는데 사실, 미심쩍었다. 생전 처음보는 출판사, 백석이라는 낯선 이름이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그럼에도 구했던 이유는 '월북작가' 또는'재북작가' 라는 것 때문이지 싶다. 1980년대 후반부터 북한쪽 문인들이 대거 해금되기 시작해서 처음엔 주로 남한에서 활동하고 6.25전쟁 앞뒤로 북한으로 넘어가 활동한 월북문인 소개가 중심 이었고 차차 원래 북한에서 활동한 문인들 쪽으로도 확대 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백석은 출생은 북한이고 주로 남한 쪽에서 활동하다가 북한에 자연스럽게 눌러 앉으면서 일부 활동도 한 경우 임으로 꼭 월북문인으로 분류할 것 까지는 없을 것도 같다. 어쩌면 그냥 북한문인이라고 하는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이래서 분단은 무서운 것이다. 같은 동포 시인을 규정하는 데에서 벌써 어려움이 생긴다. 무얼하든 품이 많이 드는 것이다.
이렇게 접하게된 백석은 구차하게 얘기하자면 헌책방에서 이뤄낸 '망외의 소득' 이랄수 있었고 결국엔 시에 대한 생각이 다잡아진 전환점이 되었지 싶다.
생경한 평안북도 사투리와 옛스러운 표현이 은근한 시편들은 시라는 것이 어떤 것이고 무슨 감동을 주는 것인지 생각하고 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그동안 첫 소개후 독자와 연구자들의 열광적인 관심과 연구가 반영된 백석연구의 가장 최근의 결과물이랄 수 있다. 사실 백석과 관련된 연구 결과 들이 단행본이나 논문 등을 합해 800여 편에 이르고 있다하니 상당한 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단행본으로 출간된 시집만하더라도 수 십권이고 일대기를 정리한 전기도 여러권 있다. 어쩌면 분단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중구난방식 출판이 이루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이 책은 백석의 일대기를 시대순으로 복원하면서 그동안 백석연구의 성과와 오류를 꼼꼼히 살펴보는데 지은이의 노력과 진정성이 보여진다. 특히 아무래도 한계가 더 많을 수밖에 없는 백석의 북한쪽 활동에 대한 복원은 지은이의 고뇌가 느껴지는 부분이 더 있을 것이다. 1961년 이후 죽을때까지 근 35년간 백석은 어떤 작품도 발표하지 않고 삼수갑산 오지에서 농장일을 하며 말년을 쓸쓸히 보내다 사망했고 북한에서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복원/복권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은이는 파악하고 있다. 이처럼 사실상 북한에서 '숙청' 된 백석이기에 앞으로 연구자들의 관심과 분발이 더욱 요구되는 것일수도 있겠다.

아쉬운 점 몇 가지중 하나는 대략 세군데의 오,탈자인데 나머지는 사소한것으로 보이지만 73쪽의 '서상호의 딸 신숙채'라는 부분은 내가 이해를 잘 못하고 있는 것인지, 여하튼 다음판이나 쇄에 보완이 되었으면 한다. 또하나 아쉬운 점은 낱말풀이가 없다는 점을 들고 싶다. 백석이 사용하는 시어는 북한 사투리와 고어가 많다. 그래서 대부분의 백석관련 책에는 낱말풀이가 붙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색인이 없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오늘이 대한이고 다음절기는 입춘이다. 어쩌면 올 겨울도 벌써 다 지나가나 보다. 이곳은 그동안 눈이 많이 오지 않았다. 이 겨울이 다가기전에 한번 큰눈이 내려 가난하지만 덜 외롭고 쓸쓸한 내게 '높은' 백석의 시정신이 조금이라도 깃들였으면...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5-01-20 19:50   좋아요 0 | URL
1997년이라면 백석이 지금의 인기와는 완전 달랐던 시기잖아요. 이 월북 시인이 우리나라에서 사랑받는 시인이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ㅎㅎㅎ


쉽싸리 2015-01-21 08:11   좋아요 0 | URL
잘모르겠어요. 백석이 처음 소개된 것은 1987년 이라고 해요. 이동순 교수라는 분이 편저해서 창비에서 나온 [백석시 전집]이 있더군요. 이동순 교수는 이 백석평전에 추천사를 썼어요. 안도현시인과 연분이 꽤 깊은 사이더군요. 이후에 연구가 엄청 쏟아지죠. 송준이라는 사람도 그중 하난데 자료수집을 위해 일본, 중국을 수시로 드나들었더군요. 백석의 말년모습, 가족사진들은 이분이 구입하여 소개했다고 하더군요. 여러 사람들이 노력한 덕분에 가깝게 접한거겠죠.